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법무부 특수활동비(특활비) 문제를 제기했다가 되레 국회 특수활동비 횡령 의혹으로 역풍을 맞게 됐다. 예산감시 전문 시민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는 오는 24일 홍 대표를 특활비 횡령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의 국회 특활비 횡령 의혹이 처음 제기된 때는 지난 2015년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 시절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면서부터였다. 홍 대표는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해명하기 위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외려 이 글이 특활비 횡령 논란을 촉발했다.

홍 대표는 2015년 5월11일 "2008년 여당(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할 때 매달 국회대책비(특수활동비)로 4000만~5000만 원씩 나왔다. 그 돈을 전부 현금화해서 쓰다가 남은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며 “직책수당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집사람에게 가끔 모자란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지 국회대책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 대표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인 ‘민생민주수호를 위한 경남 315 원탁회의’는 홍 대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5월14일 창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원탁회의는 “홍 지사가 말하는 국회대책비라는 것은 국회 상임위원장·특위위원장, 정당 활동(원내대표단 운영 등) 등을 지원하는 ‘특수활동비’(의정지원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이 특수활동비는 직책수당이 될 수 없어 공적 용도 이외는 쓸 수 없는데도 이를 집사람에게 생활비를 줬다고 하는 홍 지사의 주장은 공금 횡령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하지만 당시 창원지검은 해당 고발 건에 대해 ‘각하’ 처분을 내렸다. 보통 고발 내용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나는데 담당 검사가 아예 수사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홍 대표의 SNS 내용만으로는 일시·장소·금액 등을 특정하기 어렵고 홍 대표 본인이 주장을 번복할 수도 있다”면서 “특수활동비는 현금이어서 계좌추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발 내용만으론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각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최근 국회 특활비 사용 거짓 해명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특수활동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돈 수령 즉시 정책위의장, 원내 행정국, 원내 수석·부대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액을 지급했다”며 “국회의원과 기자들 식사비용 등을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돼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창원지검과 당시 홍 대표 고발에 참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은 홍 대표의 특활비 횡령 의혹 사건에 대해 고발인들만 불러 조사했을 뿐 피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박근혜 정권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할 의지조차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대표의 특활비 횡령 고발에 참여했던 차윤재 전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그때 검찰은 수사를 제대로 한 후 각하 처분을 내린 게 아니라 아예 (피고발인) 수사조차 안 한 편한 방식을 택했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여당 도지사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검찰로선 곤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2년 전 검찰이 홍 대표를 제대로 조사조차 안 했다는 비판이 일자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오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홍 대표를 국회 특활비 횡령 혐의로 다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세금도둑잡아라는 “업무상 횡령죄의 공소시효가 10년인데,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은 시점부터 계산하면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우리는 홍 대표를 고발해서 지금이라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때 검찰이 피고발인 조사도 안 하고 각하처분 했다는 것은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홍 대표도 그 당시 특활비 집행 관리자가 있다고 밝혔고, 특활비를 아무리 현금으로 받았어도 시기와 금액 등 국회 내부 기록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조사하면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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