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가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 해체해 주십시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5일 <청와대 기자들이 뉴미디어비서관실에 뿔난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페이스북 생중계를 포함한 청와대의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청와대가 대통령 내부 행사 등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하면서 사전 공지하지 않았다며 항의했고, 국민소통수석과 면담해 청와대 뉴미디어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했다. 특히 기자단은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을 청와대 내부 경쟁매체로 규정한 뒤 청와대발 콘텐츠로 인해 접근할 수 없는 현장에서 취재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원인 ‘naver - ***’는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을 내걸고 “대통령 일정을 페북으로 생중계 하는 것도 기자들 허락을 맡아야 하느냐. 박근혜 정부 때는 찍소리 못하던 기자들이 문재인 정부가 그리도 만만하냐. 청와대 기자단의 갑질 이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라며 청와대 출입기자단 해체를 요구했다.

청원글에 대한 호응은 심상치 않다. 청원글이 올라온 지 사흘 만에 추천 1만 명을 돌파하더니 22일 오후 기준으로 3만 명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건 씩 청원글이 올라오고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면 자연스레 청원 내용은 뒤로 밀리게 돼 있는데 해당 청원글이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자단 해체 요구 청원글이 며칠사이 폭주한 배경에는 지난 20일 jtbc 소셜라이브 방송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jtbc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비하인드 스토리를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으로부터 듣겠다는 취지로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방송은 주로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논란에 대한 입장을 캐묻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청와대 라이브 방송이 언론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자들께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곳”이라며 출입기자단의 청와대 뉴미디어 콘텐츠 가이드라인 요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문제는 이성대 기자가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고충’을 반영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이 기자는 “청와대에 출입하는 언론사 입장에서 볼 때는 청와대가 만든 플랫폼에 언론이 접하기 어려운 사람, 예를 들어 조국 수석이 청와대 라이브에 갑자기 나온다고 하면 기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가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 기자의 인식이 기득권에 갇혀있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입장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민정 부대변인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는 글도 봇물을 이뤘다. 급기야 22일 오전 ‘이성대 기자’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래서 청와대 기자단 해체’가 필요하다며 기자단 해체 청원글을 링크하고 추천해달라는 트윗이 쏟아졌다.

언론도 기자단 해체 요구 청원글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폐해가 많다며 게시판을 ‘떼법 창구’로 표현했고, 청와대의 SNS 소통 기능 확대에 대해서도 일방적 전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비즈는 “비판적 내용은 빠진 내부제작 콘텐츠가 범람할 경우 자칫 청와대의 집단사고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청와대 뉴미디어콘텐츠를 경쟁 매체의 콘텐츠로 본 청와대 출입 기자단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반면, 기자단 해체를 요구하는 여론은 국민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 기자단이 ‘뻔뻔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는 질문 한번 못했던 청와대 출입 기자단 아니냐’, ‘해외 순방 당시 자세한 내용도 보도 안했던 언론이 청와대가 직접 국민에게 소통하는 것까지 문제 삼는다’, ‘정부가 홍보를 하려는데 그럼 언론의 허락을 맡아야 하느냐’, ‘언론이 지금까지 왜곡을 해서 전달이 되지 않으니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게 뭐가 잘못이냐’라는 의견이 청원글에 달리고 있다. 기자단의 청와대 뉴미디어콘텐츠 가이드라인 요청을 '폭력적'으로 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기자단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 해체해 주십시요></div></div>
                                <figcaption>▲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단 해체해 주십시요> 제목의 글. 지난 17일 올라온 뒤 엿새만에 3만명 가까운 사람이 추천했다.</figcaption>
                                </figure>
                                </div><br><p></p><p>청와대는 청원글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슈 확산이 되지 않길 바라는 모습이다. 한달 안까지 20만 명이 청원글을 추천하면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기자단 해체 청원글이 요건을 채우면 청와대는 어떤 식으로든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 있는 답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p><p>청와대가 내놓을 답변 내용도 사실 많지 않다. 청와대가 기자단을 해체할 주체도 아니고 권한도 없다. 개선책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다. 청와대의 입장은 뉴미디어비서관실이 언론과 경쟁 매체가 아닌 청와대 홍보 조직임을 강조하면서 언론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정권 초반 대언론 관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국민 여론도 살펴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선 양쪽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답변을 찾기 어려운 셈이다. </p><p>더구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할 정도로 국민소통 창구로써 역할이 커졌다. 젊은 층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단과 충돌하는 상황을 일부로 만들지 않겠지만 뉴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정권 홍보가 국민 소통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p><p>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뉴스> 이준희 기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직접 대국민 소통을 통해서 청와대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그야말로 단순하게 보면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디바이스를 이용해 정보 소스를 오픈하고, 확대하는 것 뿐”이라며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혹 가지고 있는 배타적 특권이 있다면 스스로 내려놓고, 시대에 역행하는 카르텔이 있다면 그것을 스스로 혁파해야 한다.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은 청와대가 해야 할 게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내놓아야 할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p><p>언론이 청와대의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 정권과 비교해 문재인 정부의 언론 접촉면은 파격적으로 크게 늘었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고려하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 토론회 개최’와 ‘기자 브리핑 수시 개최’를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일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국민 대토론을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 번 열어서 방향을 정하겠다. 기자실 브리핑은 대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시로 브리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p><p>문 대통령이 직접 언론과 접촉한 것은 초대 내각 인사 발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 그리고 최근 동남아순방 당시 전격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주고받은 일이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p><p>기자단도 청와대의 홍보 소통 기능에 물음표를 달고, 뉴미디어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요청할 게 아니라 정부의 입장을 직접 물을 수 있는 여러 경로를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는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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