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부장·팀장 등 8명이 22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총파업을 지지하며 고대영 KBS 사장과 KBS 이사진들의 용퇴를 촉구했다.

KBS 드라마 부장·팀장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연일 KBS와 국정원을 함께 다룬 기사가 지면을 장식하고, 세간에는 사장과 이사장의 오만과 아집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런 와중에 사장은 KBS 사원 중 극히 일부가 파업에 참가하고 있을 뿐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어떠한 보고를 받았는지, 일선 실무 현장이 어떠한지 외면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모르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드라마 제작 현장은 지금 파행 직전”이라며 “나름의 이유로 드라마 결방을 막고 어떻게든 방송을 내보내고 있지만, 파업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현장과 회사를 바삐 오고가며 매주 방송분을 만드는 우리는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드라마가 파행을 빚지 않는다고 KBS 드라마센터가 현재의 고대영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며 “오히려 여기까지 사태를 야기하고 동료들을 떳떳하게 볼 수 없게 만든 데에 대한 분노와 수치는 고대영 체제에 향해 있다”고 경고했다.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재진과 KBS 기자들에 둘러싸여 회의장 출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재진과 KBS 기자들에 둘러싸여 회의장 출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KBS본부
KBS 드라마 부장·팀장들은 “드라마가 정상 방송되는 그 ‘나름의 이유’는, 드라마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우리의 신조였다는 데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버티기만 하고 있는 사장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사장은 더 이상 일선에 머문 순박한 방송쟁이들의 선의를 이용하지 말라. 우리의 선의가 동지들의 등에 칼을 꽂게 된 현실이 개탄스럽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낙관을 거둘 때가 왔다”며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을 지지하며, KBS의 정상화를 위한 사장과 이사진의 용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KBS 드라마 부장·팀장 등 8명 성명 전문.

<지금 이 순간도 뜨겁게 싸우고 있는 후배, 동료들을 지지한다.>

오늘도 별관 6층은 텅 비었다. 후배와 동료들이 파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석 달. 이제는 비일상이 일상처럼 여겨질 정도로 파업은 길어지고 있다. 연일 KBS와 국정원을 함께 다룬 기사가 지면을 장식하고, 세간에는 사장과 이사장의 오만과 아집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KBS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사장은 KBS사원 중 극히 일부가 파업에 참가하고 있을 뿐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어떠한 보고를 받았는지, 일선 실무 현장이 어떠한지 외면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모르는 것인가?

드라마 제작 현장은 지금 파행 직전이다. 나름의 이유로 드라마 결방을 막고 어떻게든 방송을 내보내고 있지만, 파업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현장과 회사를 바삐 오고가며 매주 방송분을 만드는 우리는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가.

확실히 알아주었으면 한다. 드라마가 파행을 빚지 않는다고 KBS드라마센터가 현재의 고대영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착각하지 마라. 오히려 여기까지 사태를 야기하고 동료들을 떳떳하게 볼 수 없게 만든 데에 대한 분노와 수치는 고대영 체제에 향해있다.

드라마가 정상 방송되는 그 ‘나름의 이유’는, 드라마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우리의 신조였다. 이런 신조가 비단 우리만의 것이 아님은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렇게 소중한 방송을 포기하면서까지 행동하고 있는 동료와 후배들의 결심이 올바르고 굳은 신념에 기인한 것임을 알고 있다. 다만 방송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저 이 상황이 속히 정리될 것이라 믿은 낙관이었고, 신념보다 책임을 더 앞에 둔 방송쟁이의 순박함이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버티기만 하고 있는 사장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판단도 하지 않는 사장은 과연 방송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망각하였는가? 사장은 더 이상 일선에 머문 순박한 방송쟁이들의 선의를 이용하지 말라. 우리의 선의가 동지들의 등에 칼을 꽂게 된 현실이 개탄스럽고 부끄럽다. 낙관을 거둘 때가 왔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을 지지하며, KBS의 정상화를 위한 사장과 이사진의 용단을 촉구한다.

2017년 11월 22일

드라마사업부

강병택 김상휘 김성근 문준하 배경수 윤성식 이건준 지병현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