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이상 KBS 아나운서들이 22일 KBS 아나운서 간부들과 방송 참여 및 복귀 아나운서들을 향해 공정방송 파업과 고대영 KBS 사장 퇴진 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파업 참여 KBS 아나운서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성기영 실장, 원석현, 오유경, 한상권 부장, 유애리, 김성수, 조건진, 강성곤, 김관동, 김동우, 임수민, 성세정, 김성은 유지철 아나운서, 그리고 방송 복귀를 택한 1노조(KBS노동조합) 소속의 아나운서들. 여러분을 사무실에서 보지 못하는 사이 계절이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KBS 아나운서들은 “4·19와 6·10이 그러했고, 가까이는 촛불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변화와 발전은 그냥 찾아오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우리의 지난 80여일이 바로 그런 나날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분신과도 같았던 프로그램을 내려놓은 대신 우리는 당당함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영방송 아나운서라는 그 빛나는 명예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2017년의 가을이었다”며 “우리는 고대영 체제의 종식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한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지난 9월28일 총파업 25일차 결의대회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 피켓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지난 9월28일 총파업 25일차 결의대회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 피켓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KBS 아나운서들은 또 “지금 마이크를 잡고 있는 여러분 중에는 노동조합이나 아나운서협회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분들도 있다”며 “공영방송 KBS와 그 얼굴인 아나운서의 역할과 기능을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고민했던 분들이다. 하지만 이 가을 여러분이 향하는 길은 KBS를 재앙적 수준으로 망친 고대영 사장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KBS 아나운서들은 “지금 KBS는 공정성과 신뢰도 추락에서 오는 위기의 상황을 넘어섰다”며 “국민들은 KBS의 존재가치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공영방송을 해치는 사장과 그 체제를 허물어버릴 때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와 함께 고대영 체제를 무너뜨리자”며 “여러분의 지난 80여일은 숱한 번민의 나날이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수동적인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부터 마이크를 드는 당신의 시간은 고대영 체제를 연장하고 존속하기 위해 기능하는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시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 아나운서들은 “우리와 여러분이 이 시기에 부여받은 공영방송 아나운서로서의 사명은 마이크를 내려놓아 고대영 사장의 첫 번째 해임사유가 ‘경영능력의 완벽한 상실’이 되게 하는 것”이라며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지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KBS 아나운서들 성명 전문이다.

<마이크를 놓은 지 80일이 넘었습니다.>

성기영 실장, 원석현, 오유경, 한상권 부장, 유애리, 김성수, 조건진, 강성곤, 김관동, 김동우, 임수민, 성세정, 김성은 유지철 아나운서, 그리고 방송 복귀를 택한 1노조 소속의 아나운서들. 여러분을 사무실에서 보지 못하는 사이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역사도 이렇게 저절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4.19와 6.10이 그러했고, 가까이는 촛불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변화와 발전은 그냥 찾아오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눈 한 송이의 의지가 모여 폭설이 되듯 수많은 개인들이 죽어라 힘을 모을 때만 변화와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우리의 지난 80여일이 바로 그런 나날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분신과도 같았던 프로그램을 내려놓은 대신 우리는 당당함을 얻었습니다. 공영방송 아나운서라는 그 빛나는 명예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2017년의 가을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대영 체제의 종식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합니다.

3년 전,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을 다시 생각합니다. 당시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의 해임 제청 사유로 적시했던 것들 중 첫 번째가 ‘사장으로서 직무능력 상실’이었습니다. 양 노조의 파업과 각 협회의 제작거부로 사장으로서의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사회의 해임 결정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지금의 고대영 사장은 이사회에서, 심지어는 국정감사장에서도 끊임없이 회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방송 차질은 없다고 강변하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첫 번째 해임 사유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래서 지금 마이크를 손에 들고 있는 여러분은 고대영 체제의 생명 연장 기도에 악용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아라! 뉴스광장과 아침마당에, 930뉴스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12시뉴스에, 우리말겨루기와 1대100 등등에 아나운서들이 마이크를 들고 있지 않느냐? 이보다 더 확실한 사장의 직무수행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고대영 사장은 주장할 것입니다.

지금 마이크를 잡고 있는 여러분 중에는 노동조합이나 아나운서협회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공영방송 KBS와 그 얼굴인 아나운서의 역할과 기능을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고민했던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 가을 여러분이 향하는 길은 KBS를 재앙적 수준으로 망친 고대영 사장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지금 KBS는 공정성과 신뢰도의 추락에서 오는 위기의 상황을 넘어섰습니다. 국민들은 KBS의 존재가치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치에 대한 존재 증명 책임은 여러분과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공영방송을 해치는 사장과 그 체제를 허물어버릴 때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고대영 체제를 무너뜨립시다. 여러분의 지난 80여일은 숱한 번민의 나날이었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수동적인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후부터 마이크를 드는 당신의 시간은 고대영 체제를 연장하고 존속하기 위해 기능하는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시간일 것입니다.

우리와 여러분이 이 시기에 부여받은 공영방송 아나운서로서의 사명은 마이크를 내려놓아 고대영 사장의 첫 번째 해임사유가 <경영능력의 ‘완벽한’ 상실>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습니다.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지를.

‘부역’의 ‘역’은 ‘부릴 역’(役)이 아닌 ‘거스를 역’(逆)자를 씁니다. 부디 역사를 거스르는 편에 서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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