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조각’이 완료됐다. 조중동은 일제히 사설을 내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비판하고 나선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보수신문은 검찰의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한풀이’ 프레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종학 장관 임명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이 있다”며 “가설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보수신문은 일제히 사설을 내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195일 만에 내로남불 홍종학으로 끝낸 문 정부 조각”(동아일보) “홍종학까지 임명 강행, 이젠 미안해하지도 않나”(조선일보) “홍종학 임명 강행... 협치 실종의 후폭풍이 걱정된다”는 식이다.

중앙일보는 “대선공약이었던 인사 5대 원칙을 하나도 지키지 못한 문 대통령이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 운운하는 것은 반대는 곧 적폐요 청산 대상이라는 오기의 발로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아무리 농담 삼아 한 얘기라고 해도 홍 후보자의 내로남불에 혀를 차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 22일 경향신문 보도.
▲ 22일 경향신문 보도.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여야를 동시에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우선적 책임은 현실을 도외시한 이른바 5대 인사원칙을 내세우면서도 매번 검증을 소홀히 하고 의혹이 드러나면 감싸기로 일관해온 청와대와 민주당의 낯뜨거운 내로남불에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닥치고 반대’ 공세로 일관해 임명 강행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사설의 제목은 “찜찜한 홍종학 임명 강행 내로남불 악순환 끊어야”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을 내지 않고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서만 임명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천신만고 맞춘 퍼즐, 협치 조각”기사를 통해 야당의 반발을 말미에 언급했다. 한겨레는 “중기부 홍종학호 출범 꽃길보다 가시밭길”기사를 통해 홍종학 장관이 수행할 업무의 난관을 전망했다. 기사에는 중소기업과 벤처, 소상공인 단체의 ‘환영 논평’이 소개됐다.

공수처 설치, 한국당은 왜 막아서나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논의가 공전되면서 연내처리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세 번 열린 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를 야당에서 모두 추천하는 안을 제시했다. 공수처 설치가 야당을 향한 ‘칼’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반대’를 당론으로 제시하며 “더 이상 각론을 다룰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통과 가능성 없는 법안을 자꾸 올리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여당이 파격적인 안을 제시했음에도 한국당이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는 데는 최근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최근 최경환·원유철·이우현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라며 “한국당의 반대 기류는 최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국회 의원회관 압수수색이 진행된 후인 20일 밤부터 확연히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검찰 출신 의원들이 많은 자유한국당의 특성상 ‘검찰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의심을 내놓았다. “합리적인 반대 논리나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대 국회마다 검찰개혁이 실패한 것은 검찰 출신 의원들의 이해가 작용한 탓이 컸다. 이번에도 검찰 출신 야당 의원들이 배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신설되면 검찰의 권한이 공수처로 이양되기 때문에 검찰기능이 약화된다.

‘개인적 한풀이’로 몰고 간 조선·동아

반면 조선과 동아는 ‘검찰 무력화’ 프레임으로 몰아세웠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라는 목적은 표면적일 뿐이고 검찰에 대한 현 정부의 피해의식과 불신이 검찰이 아닌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게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일부에서는 적폐청산 수사에 속도를 내던 검찰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사정의 칼 끝을 정치권 전체로 확대하는 시점에서 청와대가 공수처 카드를 꺼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검찰 무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전했다.

▲ 22일 조선일보 보도.
▲ 22일 조선일보 보도.

또한 조선일보는 “검찰 개혁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3단 기사로 처리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과거 발언 타임라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화 △검찰의 참여정부 대선자금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을 거론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가 검찰개혁 의지는 있었지만 시기를 놓치면서 개혁에 실패했고 이것이 결국엔 노 전 대통령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게 문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라며 “문 대통령의 책 곳곳엔 검찰과의 뿌리 깊은 악연이 언급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검찰이 그동안 저지른 비리와 권력과 결탁해온 문제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공수처 설치가 검찰에 대한 ‘보복’이자 개인적 ‘한풀이’처럼 보이게 하는 프레임이다.

‘태극기’엔 인간미, ‘사드반대’엔 폭력성
조선일보의 상반된 태도

조선일보는 이날 두 종류의 집회 소식을 ‘상반된 시각’으로 전했다. 우선, 사드배치 반대 집회 소식에는 “또 사드 충돌...경찰 1600명 시위대 100명에 쩔쩔맸다”는 제목으로 전했다. 21일 사드 기지로 반입되는 공사차량을 막아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다룬 기사인데, 조선은 “시위대 중에는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에어 매트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은 이도 있었다”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자 근처에 있던 벽돌과 생수병을 던졌다”며 ‘폭력성’을 부각했다.

기사에는 ‘민노총 등 100여명 성주집결’을 언급하며 어김없이 ‘외부세력’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해산했음에도 제목과 부제를 통해서는 이를 알 수 없었다.

▲ 22일 조선일보 보도.
▲ 22일 조선일보 보도.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조선일보가 정작 같은 날 ‘태극기 집회’에는 따뜻한 시선을 보였다. 조선은 “‘보수 무너질까봐’ 주부도 전직 교감도 태극기 들었다” 기사를 통해 “태극기 집회 1년 평범한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평범한 시민’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기사에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냉담하고 때로는 모욕적인 반응을 감내하고 있다”고 설명하거나 “보수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 같아 나선 것” “형제들까지 저한테 얼마 받고 일하냐고 물어 눈물이 나요” 등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했다. 태극기 집회 때 폭력적 행동이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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