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정세균 의장은 중재와 소통에 능하고 신사적인 태도 때문에 긍정평가가 많아 오래 전부터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최근엔 국회의장 역할에 호평을 받았고 '세균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여야 의원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불만 섞인 입장을 밝혔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공기가 확 달라졌다.

정 의장에 실망했다는 의견부터 범죄를 옹호하는 사람이 범인이다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정 의장이 20일 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나고 난 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이 “정 의장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정보위원 5명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항의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하면서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돈을 상납했을 뿐 아니라 여야 의원에게까지 줬다는 보도가 나오고 사실관계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정 의장이 일단 제동을 건 것이다.

정 의장 측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야한다는 취지이고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가까운데 여야 의원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 때문에 비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국정원으로부터 직접 1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가 짙어지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검찰이 자꾸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자 정 의장이 “그래서 국민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것 아닌가, 여야가 입장차를 떠나서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검찰 수사가 정권 초반 사정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피의사실 공표와 같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야당의 인식에 동조한 듯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정 의장의 발언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압수수색에 반대하고 국회로 향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를 반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비난을 받고 있다. ‘범죄를 저질렀으니 압수수색을 했는데 왜 범죄자를 옹호하냐’는 것이다. 심지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정세균 의장도 받은 게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진다. 박근혜 청와대의 국정원 돈 상납으로부터 시작된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정 의장 발언에 주목해 “국회 의원 압수수색에 항의하기 전에 국회 활동비 폐지부터 선언하라”고 공세를 폈다. 하 최고위원은 21일 바른정당 연석회의 자리에서 “국회는 대북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굳이 영수증이 없는 돈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국회 특활비부터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우리부터 국민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회는 국회 자체 특활비 청문회부터 하고, 다른 부처 특활비 얘기를 꺼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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