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채용비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문서가 유포돼 방통심의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각 부서와 지역 사무소에 동시다발적으로 “지난 정권에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채용비리를 고발한다”는 A4 3장 짜리 문서를 담은 우편물이 도착했다.

작성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바로세우기 모임’(이하 방세모)으로 이들은 10명의 경력직 및 신입 직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채용비리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학계 유력자나 공영방송 관계자, 전 위원과 친분을 이용해 입사했다는 게 방세모의 주장이다.

방세모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정권실세나 위원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이른바 라인을 탄 지원자들이 공채과정에서 몰래 끼어 입사한 사례들이 많다”면서 “우선 비정상적으로 입사한 10명의 명단을 공개한다”며 추가적으로 폭로할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 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 금준경 기자.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문서에 거론된 직원 4명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 엘리베이터 앞에 ‘반박글’을 붙이고 폭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 직원은 경찰 수사나 방통심의위 내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을 밝히며 ‘채용비리’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한 신입채용자의 경우 특정 정당 활동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그는 해당 정당에서 관련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또 다른 직원은 인천 연고의 전 위원과 부친이 친하다는 문서 내용과 달리 부친은 인천에서 생활하지 않았으며 일면식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박문을 내지 않은 한 경력직원은 학계 유력자인 가족 덕에 ‘전무후무한’ 영구계약직 전환이 이뤄진 것처럼 묘사됐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해당 직원은 계약 5년이 지난 상황에서 전환된 것으로 이 같은 규정은 다른 직원들도 똑같이 적용돼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정치권 추천 위원의 인사권한이 막강한 방통심의위 특성상 채용비리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서의 내용만 갖고는 해당 인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사실로 볼만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방통심의위 한 관계자는 “10명 다 논란이 되지는 않았었고 2~3명 정도는 뽑힐 때 ‘이상하다’며 뒷말이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 직원이 확인되지 않은 떠도는 말들을 모아 쓴 것으로 보이는데, 확인해보면 신빙성이 매우 낮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는 문서 유포방식을 거론하며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동조합’(이하 대통합 노조)은 20일 성명을 내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히면서도 “제보방법을 살펴볼 때 과연 그 목적이 순수하게 위원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것인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나 감사실이 아닌 개별 부서에 동시다발적으로 송부하는 방식을 쓴 것을 감안하면 목적이 ‘채용비리 폭로’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건이 내부에서 논란이 된 만큼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되면 관련 조사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방통심의위는 자유한국당이 야당측 추천몫을 늘려달라고 주장하면서  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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