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모음.

경향신문 “‘본청에서 찍어 ‘심리분석’ 후 서울청에 넘겼다’”
국민일보 “의료계 ‘왕따 담합’”
동아일보 “‘5종 세트’ 고졸 취업 99% 뚫다”
서울신문 “‘태광실업 세무조사 조사권 남용했다’”
세계일보 “‘태광실업 특별 세무조사 중대한 조사권 남용 의심’”
조선일보 “국민연금 앞세운 ‘(노치)勞治의 그림자’”
중앙일보 “김정은, 군 서열 1위 황병서 내쳤다”
한겨레 “노조 추천 사외이사 국민연금, 첫 찬성표”
한국일보 “檢 사정 칼바람 속, 靑 공수처 설치 속도전”

‘박연차 태광실업’ 특별 세무조사 주목

20일 국세청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이어진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배한 세무조사”라고 규정했다.

국세청 TF는 과거 정치적 논란이 빚어진 세무조사 62건의 세무조사를 대상으로 한 중간 점검 상황을 지난 20일 공개했다. 

TF는 2008년 7월 태광실업 관련 2건의 세무조사에서 “조사 과정 전반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을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며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는 검찰 조사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조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TF는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관련 기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조사 대상 과세 기간을 과도하게 확대했으며 중복 조사를 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1일자 1면.
▲ 경향신문 21일자 1면.
경향신문 1면 단독 보도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경향신문은 “2008년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지시로 시작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본청 조사국 국제조사과에서 태광실업을 찍어 비밀리에 심리분석(특별조사)을 한 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넘겨 진행된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본청 조사국이 사전 개입했다는 증언은 처음이다.

20일 경향신문을 만난 국세청의 전직 고위간부 ㄱ씨는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국세청 본청 조사국 국제조사과에서 선정해 특별조사한 후 서울청 조사4국에 던져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승희 현 국세청장이 과장으로 있던 국제조사과 역할에 대한 조사 없이 ‘정치적 세무조사’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며 “당시 국세조사과에는 6명의 계장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ㄱ씨의 발언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본청 국제조사과가 사전 특별조사한 것을 새롭게 제기하고, 한 청장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고 지목한 것이어서 주목된다”며 “지금까지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2008년 7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기획하고 그의 핵심 측근인 조흥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이 실행에 옮긴 것으로만 알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서울청 조사4국은 행동대 역할만 한 것이고 내사는 본청 조사국에서 담당한다”며 “태광실업 세무조사도 본청 조사국에서 이미 조사와 분석을 마치고 일선 청에 내려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증언 등에 비춰보면, 한승희 현 청장은 태광실업을 찍어 심층조사가 진행될 때 국제조사과장을, 2008년 7월 서울국세청에서 공식조사에 착수할 때는 일선 청의 세무조사를 지휘하는 조사기획과장이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정치적 배경과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한 청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면은?

조선일보는 ‘박연차 게이트’ 보도에 가장 주도적이었던 신문으로 꼽힌다. 조선일보는 21일자 1면 제목을 “MB·朴정부때 세무조사 5건은 적폐.. DJ·盧정부땐 중립성 문제 없었다”라고 꼽았다.

조선일보는 “국세청의 적폐 청산 기구인 ‘국세 행정 개혁 TF’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했던 일부 세무조사만 정치적 세무조사로 판단한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세무조사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TF가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판정한 5건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세무조사여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1997년 이후 세무조사 62건을 점검했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세무조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1일자 1면.
▲ 조선일보 21일자 1면.
조선일보의 1면은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10월12일자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국세청개혁TF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진행된 다수의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결정하고 이미 조사 중이었다.

뉴스타파는 “조사대상에는 김대중 정부의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노무현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 6건 등이 포함됐다”며 “이번 재조사는 정치적 형평성을 문제 삼은 국세청 내부의 제안과 요구를 국세청개혁TF가 격론 끝에 받아들이면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정치적 세무조사’로 판명 났다면 이 신문 보도는 어떠했을까. 조선일보는 1면 팔면봉에 “국세청, ‘李·朴 정권 때 세무조사는 정치적, 盧·DJ 때는 문제없어.’ 정도세정(正道稅政)? 정도세정(政道稅政)!”이라고 썼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세무조사가 문제없다는 결과에 실망한 듯하다.

▲ 조선일보 21일자 1면 팔면봉.
▲ 조선일보 21일자 1면 팔면봉.
김대중 칼럼 “중국의 ‘문화혁명’식 숙청”

조선일보의 반동은 이 신문 고문의 칼럼에서 잘 나타난다. 김대중 고문은 국가정보원장들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에 격분했다. “마치 이 나라에 쿠데타라도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라고 운을 뗀 그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의 논리를 답습한다.

김 고문은 “북한의 처지에서는 회심(會心)의 미소를 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추측’한 뒤 “그들이 볼 때 한국의 정보 기능과 국방 능력은 편협한 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고 저래 가지고는 대외적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에 크게 고무됐을 것”이라고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는 군의 정치 개입과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을 “기관의 잘못된 관행과 사소한 실책”으로 규정했고 “정보·안보 수장의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중국의 ‘문화혁명’식 숙청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1일자 김대중 고문 칼럼.
▲ 조선일보 21일자 김대중 고문 칼럼.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는 훈수를 뒀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누구의 ‘뒤’를 캐고 ‘과거’를 들쑤시는 일은 그만하고 앞을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적폐라는 덫을 치우려다 자신이 적폐의 덫에 걸리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연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칼럼과 함께 읽으면 좋을 칼럼이 한겨레에 실렸다. 김종구 한겨레 편집인은 조선일보를 겨냥해 “요즘 정치보복론 확산의 선봉에 서 있는 한 신문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는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 자신의 비리’라고 사설에서 준엄하게 꾸짖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를 캐는 데 혈안이 됐던 신문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비리에 대해서는 ‘내로남불’식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 편집인은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었음을 먼저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글 말미에선 “요즘 범람하는 정치보복론은 바로 ‘권력은 모두 도둑놈들’이라는 말이다. 그런 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고, 권력에 대한 혐오감과 정치적 허무주의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김종구 편집인 21일자 칼럼.
▲ 한겨레 김종구 편집인 21일자 칼럼.
최경환 압색, “검찰 특활비 수사”

검찰이 20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경제부총리이던 2014년 10월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한국당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 특수활동비를 사실상 상납 받았다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요구하는 등 ‘강공’ 태세다. 

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법무부는 특활비의 60~70%만 대검찰청에 보내고 나머지 30~40%를 법무부에 유보해 장관의 쌈짓돈처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도 “국정원 특활비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똑같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도 같은 선상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국정원에 대한 인사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받아 쓴 돈은 뇌물 또는 부정한 상납이라고 수사하면서 법무부 간부들이 검찰로부터 수사비를 받아온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면 누가 납득하겠나”며 ‘물타기’에 나섰다.

▲ 한겨레 21일자 사설.
▲ 한겨레 21일자 사설.
한겨레는 “국정원 특활비 사건의 본질을 덮고 쟁점을 흐리게 하려는 ‘물타기’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명백한 불법행위인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검찰의 특활비 문제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자유한국당은 법무부가 검찰 몫으로 책정된 특활비 285억원 가운데 106억원을 썼는데, 이는 ‘횡령’이자 ‘국고손실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기본적 사실관계부터 잘못돼 있다. 검찰에 배정된 올해 특활비는 179억원이며, 법무부가 쓴 특활비 106억원은 원래부터 출입국관리사무소, 교정본부, 감찰관실 등 법무부 산하기관에 배정된 것이다. 예산 편성 때부터 법무부 몫이니 ‘눈먼 돈’도 아니요, ‘검은돈’과도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안보를 위해 편성한 국정원 특활비 예산을 엉뚱한 이들이 엉뚱한 곳에 잘못 사용한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청와대든, 국회의원이든 성역을 두지 말고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주장대로 검찰 특활비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대로 조사하면 된다. 국정원장이 구속됐으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도 처벌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 국민일보 21일자 5면.
▲ 국민일보 21일자 5면.
한국당 “맞설 카드가 없다”

국민일보는 한국당 내부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국당은 ‘특수활동비(특활비) 의혹’ 수사의 칼날이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지나 결국은 여야 정치권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국민일보는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투톱’이 나서서 검찰 특활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며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엄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다수”라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한국당내부에는 국정조사 추진과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수사 요구가 정치적 압박에 그칠 것이라는 무력감이 퍼져 있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하려면 국회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데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권과 검찰의 강공에 맞설 카드가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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