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파이낸셜 타임스’의 톰 포렘스키(Tom Foremski)가 “모든 브랜드는 미디어 기업이다”(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고 말한 지도 십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모든 브랜드가 미디어인 시대에, 기업들은 ‘미디어화’에 얼마나 역량을 쏟고 있을까. - 편집자 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다노’(DANO)의 사무실에 들어가자 사무실 가운데 운동실과 아령, 요가 매트가 보였다. ‘다노’의 채용공고에도 ‘일하는 중 언제든지 운동 가능’이라는 소개가 있을 정도다. 책상에는 건조 레몬이 들어간 따뜻한 차가 놓여있었다. 다노의 식품전문샵 ‘다노샵’에서 파는 건조과일은 다이어트를 할 때 ‘물 많이 먹기’를 도와주는 제품이다.

‘다노’는 온라인 다이어트 PT 프로그램 ‘마이다노’와 다이어트 식품을 파는 ‘다노샵’이 중심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각종 SNS와 출판까지 직접 만든 콘텐츠를 유통한 지는 5년이 넘었다. 유튜브의 ‘다노TV’는 구독자수가 26만 명이다.

▲ 유튜브 '다노TV' 채널.
▲ 유튜브 '다노TV' 채널.
최근 화제가 된 콘텐츠는 다노샵에서 직접 제작한 ‘심콩두유’가 맛이 없다며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사이트에 판매 글을 올린 고객을 인터뷰한 영상이다. 중고거래에 글을 올린 다노샵의 고객은 다노의 이지수 다노 대표가 거래 장소로 나오자 당황하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지수 대표는 ‘심콩두유’의 단점을 고객에게 직접 듣고, 이를 보완한 제품인 ‘달콩두유’를 건넨다.

다노에서는 4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8명이다. 그 중 한 명은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어떤 콘텐츠가 얼마나 반응을 만들고 있는지 연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웬만한 언론사에서도 데이터 분석가를 갖춘 편집팀은 찾아보기 힘들다.

▲ 다노 페이스북 캡쳐.
▲ 다노 페이스북 캡쳐.
지난 14일 만난 이지수 대표는 다노의 시작 자체가 미디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노’의 시작은 제품을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수단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것이 아니라, 다노 성격 자체가 미디어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다이어트를 했던 때, 미디어에 거짓 다이어트 정보가 너무 많아 이를 바로잡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2013년 4월 처음 다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건강하다고 알려진 식품이지만 실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과 같은 콘텐츠를 직접 올렸다. 현재도 다노에서 가장 인기 많은 콘텐츠는 다이어트 음식 레시피들이다.

▲ 다노TV의 영상재생목록.
▲ 다노TV의 영상재생목록.
이 대표는 공유가 잘되는 콘텐츠의 핵심으로 ‘얼마나 고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를 꼽았다.

“다노에서 에디터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제로 다이어트를 해봤냐’는 것이다. 그래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알 수 있다. 고객들은 그런 콘텐츠를 보면서 ‘이거는 내 이야기네?’하면서 공유를 한다. 결국 얼마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광고의 경우, 다이어트 영역에는 특히 허위‧과장 광고가 많다고 한다. ‘이것만 먹으면 뺄 수 있어요’ 같은 다이어트 보조제부터 시작해서 다이어트 관련 시술을 내건 병원 홍보들이 다이어터의 눈을 현혹한다. 이지수 대표는 “‘식단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 단기로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다노는 그런 거짓 홍보를 하지 않고, 느리지만 정석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에 다이어트 관련 허위광고가 너무 많아서, 다노앱이나 SNS플랫폼에 붙일 만한 광고도 많지 않다고 한다.

“콘텐츠 마케팅으로 들어오는 수익은 결국 배너 광고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받을 수 있는 광고들이 ‘다이어트 약’, ‘다이어트 시술’, ‘지방 흡입’ 같은 것뿐이었다. 다노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제품들이었다. 이런 것들이 좋지 않다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런 광고를 다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광고를 모두 받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자신 있게 광고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게 ‘다노샵’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로 내는 수익은 없다.

▲ 다노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이지수 다노 대표. 사진= 다노 제공.
▲ 다노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이지수 다노 대표. 사진= 다노 제공.
다노의 주 수익원은 온라인 PT앱인 ‘마이다노’다. 마이다노는 월 9만9000원을 내면 온라인 트레이너가 식단과 운동 관리를 해준다. 이지수 대표는 ‘마이다노’의 롤모델이 ‘메가스터디’였다고 한다.

“저는 ‘메가스터디’세대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온라인 콘텐츠에 돈을 안 낸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인터넷 강의에 몇 십 만원씩 내고, 현장 강의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많이들 생각하지 않나. ‘마이다노’는 다이어트에 그걸 접목한 거다. 보통 헬스장에 가서 개인관리를 받으면 한 번에 5~6만 원이 기본이다. 그런데 마이다노에서는 하루에 3000원꼴로 관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다노샵과 연계해 식단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

다노샵에는 저염식을 할 수 있는 식품, 운동 제품을 중점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노는 한동안 ‘반짝’하는 다이어트 식품, 보조제 등이 아닌, 습관 자체를 바꿔야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이지수 대표는 지난 5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습관 성형’이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건강하고 탄탄한 몸으로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다노가 강조했던 부분이 점점 더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다노샵 화면.
▲ 다노샵 화면.
하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 열풍 자체에 비판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자’는 식의 캠페인이 확대되고,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것은 자칫하면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다노 역시 고민이 많다. 매년 조금씩 바뀌는 다이어트 트렌드 안에서 중심을 잘 잡고, 비전과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한다. 결국은 내가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 ‘지금 있는 너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라고만 말하는 것 역시 강요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

그래서 다노의 슬로건은 ‘Be the best version of you’다. 스스로의 최적의 상태를 찾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이 대표는 “다노는 아름다운 상태를 키 몇에 몸무게 몇, 이렇게 정의하지 않는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신체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가질 수 없는 단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는 상태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외적인 형태를 추구하는 것은 결코 천박하거나 저급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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