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국가정보원이 2011년 지상파 3사와 보도 채널 2곳에 “반값 등록금 집회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에 해당 방송사 노동조합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은 20일자 조간을 통해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대학가와 젊은층에서 확산되던 반값 등록금 집회를 막기 위해 국정원이 ‘보도 통제’에 나서고 방송사가 ‘부창부수’로 동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2011년 6월9일 국정원이 작성한 ‘반값 등록금 시위 관련 보도 협조결과(방송)’ 문건을 확인한 결과, 국정원 2국은 “반값 등록금 시위와 관련해 6월8일 KBS 등 방송 5사 간부진을 대상으로 자극·선정적 보도를 자제토록 협조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을 보면 MBC 고위 간부는 반값 등록금 집회에 대해 “대학생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종북좌파·야당 등이 연대, 내년 총선·대선 정국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 확실하다”며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예의 주시해왔다”고 밝혔다.
SBS 고위간부도 “등록금 문제는 중요 현안일 뿐 아니라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해 과격한 촛불시위 장면·정권퇴진 주장 피켓 문구 등 자극적·선정적 내용은 배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뿐만 아니라 YTN 간부도 “무조건적인 시위만이 능사가 아니고 점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는 만큼 관련 내용 보도 시 (이를) 반영해 균형 보도토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고됐고, MBN 간부들은 “시위진압 등 자극적인 장면은 보도에서 배제하는 등 간략하게 보도할 방침”이라는 뜻을 국정원에 전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이하 KBS 새노조)는 20일 성명을 통해 “고대영 KBS 사장이 2009년 보도국장 재직 시 보도 무마 명목으로 국정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받았다는 국정원 내부 문건이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과 KBS의 부당한 유착관계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국정원이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은폐하기 위해 ‘보도 통제’에 직접 나섰고,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KBS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수구 정권의 선거 전략에 따라 국정원과 긴밀히 호흡을 맞췄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시위 양상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일방적인 대정부 비판으로 흐르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발언한 ‘KBS 중간 간부’를 당시 ‘KBS 사회부장’으로 간주했다. “당시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 등을 담당했던 곳은 사회2부이므로 이 문건에 등장하는 사회부장은 당시 박승규 사회2부장(현 스포츠국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승규 스포츠국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국장은 2008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으로서 정연주 전 KBS 사장 사내 퇴진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언론노조가 박 본부장을 제명하자 박승규 집행부의 KBS본부는 산별노조인 언론노조를 탈퇴했다. 이후 공정방송을 열망하는 기자·PD 중심으로 현재의 KBS 새노조를 창립한 것.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도 경향신문 단독 보도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YTN을 포맷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이명박근혜정부에서 자행된 편파 보도는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구본홍, 배석규, 조준희(전직 YTN 사장단)로 이어지는, 방송을 사유화해 권력에 팔아먹은 자들을 꼭 밝혀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