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지진으로 사상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결정이 나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대혼란”, “패닉”, “어쩌라는 것이냐”, “일주일 있다 재난 안 일어나란 보장있냐” 등 일부 학생과 교사의 불만을 적극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불만을 확대해석 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조장하고 부추겨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유은혜 의원은 “지진이 났다고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하느냐는 생각을 갖는 것은 이기적이며 언론이 이런 생각을 조장하고 부추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6일자 3면 머리기사 ‘포항 생각하면 수능 연기가 맞는데… 59만 수험생 대혼란’에서 “수험생 가운데 일부는 ‘수능일에 맞춰서 그간 컨디션을 조절해왔다’면서 패닉에 빠졌다”며 “대학과 고교 교사들은 ‘이제 뭘 어쩌란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불만있는 학생의 주장 뿐 아니라 ‘오히려 잘됐다’는 학생의 견해를 소개한 뒤 “일선 교사들도 교육부 발표 이후 제대로 된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썼다. 특히 조선은 기사 맨 뒷부분에 이대영 서울 무학여고 교장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대영 교장은 “아까 낮에는 수능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해놓고, 이 밤에 갑자기 연기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일주일 후에는 자연재해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고, 현장만 혼란스럽게 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뿐 아니라 사설에서도 이런 불만을 자세히 전했다. 동아일보는 3면 머리기사 ‘수시-정시 줄줄이 미뤄져 대혼란… 변경된 일정 16일 발표’에서 “16일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혼란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며 “지진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 지역 수험생 6098명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동아는 사설 ‘사상 첫 ‘수능 연기’ 불러온 포항 强震’에서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다음 날 46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여진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뒤라고 해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며 “불안한 상태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유은혜 블로그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유은혜 블로그
동아는 범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면서 “수능일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해왔던 수험생들이 당황할 것은 당연하다”며 포항 지역 이외의 수험생 편에 서는 듯한 주장을 폈다.

온라인 머니투데이도 혼란상을 강조했다. 이 매체는 16일 아침 출고한 ‘“수험장인데 학교 오래요”…등교·휴교도 ‘제각각’’에서 “교육부의 발표가 15일 밤 늦게 공지된 탓에 16일 오전까지 일부 학교 학생들은 등교·휴교를 두고 혼란을 겪었다”고 썼다.

하지만 언론의 이런 보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은혜 의원은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늘만 해도 계속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정대로 오늘 수능을 치렀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겠느냐”며 “사람에 따라서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는 천재지변이고, 갑자기 생긴 일이기 때문에 특정지역(이라도)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문제가 생기면 안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실태를 점검해 본 결과, 수능시험을 치르는 것이 불가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받아들여 사태를 공유하고 내린 결정인데 이를 두고 개인의 불만을 부추기는 일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측못한 채 닥친 위기에 해당 지역의 혼란을 안정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뒤라도 안전보장할 수 있냐’,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는 조선 동아의 주장에 대해 유 의원은 “트집잡기식 주장인데, 수능 연기는 특정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조건이 주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마치 (연기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방관자처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누가 이런 재난의 당사자가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천재지변을 두고 남일 보듯 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16일자 3면
▲ 조선일보 2017년 11월16일자 3면
▲ 동아일보 2017년 11월16일자 사설
▲ 동아일보 2017년 11월16일자 사설
전달이 안되거나 늦어 일선 학교와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는 머니투데이 보도에 대해 유 의원은 “언론이 그런 것을 계속 사회적으로 조장하고 부추길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오히려 전날 밤이라도 신속하게 발표라도 해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정 지역 소수와 다수를 구분짓는 것에 대해 유 의원은 “모두가 우리 국민이다. 더구나 어제 수도권 건물까지 흔들렸다”며 “국가적인 재난과 천재지변이 벌어진 특정지역이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돼’라는 것은 이기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포항에서 오늘도 몇 차례 여진이 발생했다는데, 오늘 시험 중 안전사고가 생겼으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라며 “‘사람이 먼저다’, ‘안전이 우선이다’라는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재난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어제 수능 연기 결정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이날 아침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아침 뉴스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컨디션 조절 걱정 되는 학생 부모들도 있겠죠. 일주일 더 마음 졸여야할 힘든 학생들 불만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조선일보가 불만을 재빨리 캐치해서 사회적 갈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사 논조를 잡았다”고 비판했다.

김어준 진행자는 수능 연기 결정을 두고 “근본적으로는 철학의 문제”라며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것이 없으니까 자꾸 컨디션 얘기만 하고 있고, ‘일주일 후에 나지 않으리란 법 있어’라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역 학생은 자기 잘못이 아닌데 명백히 불평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른다”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소수가 불평등이나 불공평 불만을 갖고, 다수의 편의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결해왔다. 이번 결정은 정반대이다. 포항학생은 희생되더라도 더많은 학생들의 컨디션을 위해 소수가 다수를 위해 희생해도 좋다는 철학을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다수가 조금 불편해도 소수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다수가 다함께 참아줘야겠다는 결정이 반영된 것”이라며 “그렇게 세상이 바뀌고 있구나, 철학과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는 것. 이걸 못보니까 계속 (컨디션 조절 같은) 이런 얘기만 하고, 그냥 학생 문제제기 던졌다고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인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할 수 있으면 소수에게 공정한 기회를 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메인화면
▲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메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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