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신이 최근 국회 정보위 관계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국회의원 상납 의혹을 흘렸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보위원들에 따르면 서 원장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전달했고, 자신의 말을 가져다 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조선일보 11월16일자 8면(국정원장 “의원들에 특활비 의혹… 수사 불가피할 듯”) 제하 기사와 관련, 상기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임을 알린다“고 해명했다.

서 원장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알려진 40억 원 외 용처가 명확지 않은 30억 원 중 일부가 국회로 유입됐을 수 있다는 뉴시스 보도에 대해서도 ”명확히 그런 사실이 없고, 해당 언론사에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은 것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일관되게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국회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 일간지(조선일보)에 나온 내용과 관련해 의원들이 아예 5~6개 항목별로 답변을 요구했다”며 “서 원장은 ‘명확하게 그 어떤 것도 애기한 사실이 일절 없다’면서 ‘해당 신문사에 그런 일이 없다는 사실 알렸고 이와 관련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조선일보 보도를 비롯해 국정원이 특활비를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상납했다는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복수의 언론이 보도한 의혹과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이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선일보는 서훈 국정원장이 최근 국회 정보위 관계자에게 “지난 정부 국정원이 복수의 여야 의원에게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건넸다는 의혹이 있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 원장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국회를 찾아 복수의 정보위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이 이 자리에서 ‘국정원 간부들이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여야 의원 5명에게 총 10여 차례에 걸쳐 회당 수백만 원씩을 떡값 명목으로 건넸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우리가 언론에 흘린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서 원장이 ‘지난 정부 때는 일부 의원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서 원장이 국회에 양해를 구하면서도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단서를 잡았고, 국정원이 수사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점을 통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국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 16일자 조선일보 8면.
▲ 16일자 조선일보 8면.
앞서 지난 14일 머니투데이는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은 것으로 알려진 현직 의원 5명 가운데 3명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입성한 재선·3선 의원이며 2명은 20대 초선 의원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이 이들 5명 의원에게 총 10여 차례에 걸쳐 회당 수백만 원씩 이른바 ‘떡값’ 명목으로 특활비를 건넸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또 “국정원 간부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참석 등을 위해 국회를 방문할 때 일부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외부에서 식사 자리를 갖고, 그 자리에서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는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머니투데이는 이날 후속 기사에서도 “이와 관련해 정보위에서 활동해 온 여야 국회의원들이 유력하게 떠오른 상태”라며 “정보위 활동 경험이 있는 인사들은 국정원이 관행적으로 정보위원들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지적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정원 특활비가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정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일부 의원들은 큰 문제의식 없이 이를 받아썼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국정원 특활비가 드러나지 않는 돈이기 때문에 정보위 해외 시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