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억 원에 달하는 마필을 최순실씨 측에 건네 준 시점을 전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 단독면담을 한 날에도 통화기록이 확인됨에 따라 ‘대가성 있는 뇌물’을 주장하는 특검 측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특검은 16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6회 공판에서 안 전 수석 휴대전화 기록 분석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다. 특검은 분석 결과 ‘이재용 부회장’이라 저장된 전화번호 4개를 발견했고 그 중 안 전 수석이 끝자리가 ‘7514’, ‘8315’인 번호와 2016년 1~4월 동안 4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특검은 이 부회장이 8315로 끝나는 번호는 2016년 1월 동안, 7514로 끝나는 번호는 2016년 2~4월 동안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두 번호가 이 부회장이 사용한 번호가 맞다고 확인했다.

2016년 1월12일 오후 4시57분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과 299초 간 통화했다. 안 전 수석은 이 통화를 끝낸 직후 현명관 전 마사회 회장과도 전화통화를 했다. 당일 대통령 지시를 기록한 안 전 수석 업무 수첩에는 ‘1. 승마협회 + 마사회, → 이재용 부회장 인사, - 현명관 회장 말산업본부장(독단)→경고, 승마협회장-현회장 연결 승마협회 필요한 것 마사회 지원’이라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안 전 수석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현명관 마사회 회장으로 하여금 대한승마협회 운영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는 지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달 20일 박근혜·최순실씨 등 뇌물 혐의 공판 증인으로 나와 “(당일) 이 부회장과 통화를 했다면 감사 인사를 직접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증언했다.

바로 전날인 1월11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그랑프리급 마필 구매를 허가해줬다. 11일 오후 2시37분 경 황 전 전무는 박 전 사장에게 ‘사장님 그랑프리급 말 170만 유로 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박 전 사장은 오후 3시1분 경 ‘오케이’라고 답했다.

특검은 이를 ‘삼성전자 그랑프리급 말 매매 허가 → 최순실씨 인지 후 대통령에 전달 →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감사 인사‘ 지시 → 안 전 수석이 이 부회장에게 전화’라는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씨는 박 전 사장이 ‘오케이’ 문자를 보내기 전후인 오후 2시35분 및 2시38분 경 황 전 전무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11일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 받은 총 횟수는 통화 3차례, 문자 21차례 등 24차례에 달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2월15일 저녁 7시55분에도 안 전 수석과 한 차례 통화했다. 3번째 통화기록은 2월19일 오전 11시 49분께로 확인됐다. 이날 안 전 수석 업무수첩엔 ‘2. 이재용 부회장, -JTBC, -홍석현, -도영심, -교문수석’ 등이 적혀 있다. 특검은 이에 대해 “JTBC는 2월15일 독대 때도 나오는데 그 연장선상이 기재돼있다”며 관련 대화를 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JTBC’는 안 전 수석 업무수첩 2월15일 자에 기재돼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의 통화시각이 안 전 수석과 금융위원회 간부직원 및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과의 통화시각과 겹치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그룹은 2016년 1~2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 바 있다. 특검은 이를 삼성 측이 청와대에 그룹 현안 지원을 부탁했고 청와대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1월12일 오전 11시7분 안 전 수석은 장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217초 간 통화했다. 안 전 수석은 이 통화가 끝나고 16초 후 정찬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월13일 오후 2시43분 정 전 부위원장은 안 전 수석에게 전화해 276초 간 통화했다. 특검은 “이 날은 삼성생명 측이 김연준 당시 금융위 과장, 김정주 사무관 등에게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을 설명해 준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4월11일 오전 8시25분께 안 전 수석과 108초 간 통화했다. 특검이 안 전 수석 휴대전화 기록에서 확인한 네번째 통화내역이다. 특검은 “이때 삼성생명 방영민 부사장은 손병두 당시 금융위 국장을 찾아가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보류하게 됐다고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시간적으로 ‘무엇과 무엇이 붙어있기에 이럴 것’이라는 특검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통화내역에 나온 당사자들이 이와 관련해 어떤 진술을 했는지 전혀 말 하지 않았다”며 “당사자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내용이 아니라 특검의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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