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JTBC ‘뉴스룸’은 오후 7시부터 포항지진특보를 편성했다. 메인뉴스를 1시간 앞당겼다. 보통은 특보를 시작하면 비슷한 뉴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JTBC는 지난해 경주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지진을 직접 겪은 시민들의 생방송 인터뷰를 이어나가며 피해자 사운드바이트를 극대화해 뉴스의 사실감을 높이며 2시간30분간의 메인뉴스를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 그 결과 8시부터 편성된 ‘뉴스룸’ 지진특보 2부는 8.4%(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 시간 편성된 MBC ‘뉴스데스크’는 4.1%를 기록했다.

JTBC는 특보에 강하다. 생중계 보도에 익숙해진 결과다. 그간 손석희 앵커는 기자들의 생중계 리포트를 고집해왔다. 생중계 보도 경험은 특보 체제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기자들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속보나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생중계 보도는 지금 내가 접하고 있는 정보가 최신 정보라는 믿음을 준다. 뉴스가 현장을 중시할수록, 시청자는 뉴스를 믿게 된다. 더욱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참사를 목격한 시청자들은 재해 상황에서 편집된 뉴스를 의심하게 됐다.

▲ 11월15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 11월15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손석희 앵커는 JTBC 특보체제를 완성시키는 존재다. 지난해 9월12일 경주 지진 당시에는 ‘뉴스룸’ 생방송 중이던 8시20분 경 갑자기 지진특보로 전환했다. 손석희 앵커는 혼자서 1시간 동안 특보를 끌어갔다. 당시 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올라온 기사는 단 한 줄도 없었다. 그는 사고 당사자들과의 전화연결로, 스스로 기사를 만들어냈다. 손석희 앵커는 프롬프터 없이 뉴스를 진행할 수 있다. 이는 프롬프터를 경계해온 그의 ‘아날로그’ 방송철학이 있어 가능했다.

손석희 앵커는 15일 지진특보에서도 직접 지진을 느꼈던 시민 제보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날 것 그대로의 피해상황을 전달했다.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시청자가 가장 듣고 싶은 건 당사자의 목소리다. JTBC는 기본에 충실했다. 편집되지 않은 제보자의 목소리는 시청자들이 가장 믿고 들을 수 있는 정보다.

그러나 행위자별 사운드바이트에서 시민의 비중이 높다고 무조건 정답인 것은 아니다. 제보자의 증언을 그냥 듣는 걸로는 뉴스가 살 수 없다. 제보자의 증언에서 중요한 대목을 끌어내야 한다. 제보자의 목소리를 긴박감 있게 풀어내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제보자 증언에 즉자적으로 돌발 질문을 던지며 주요한 사실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특보체제에서 앵커의 능력이다. 시민들은 뉴스를 믿고 “포항을 벗어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수능 연기 발표가 이어지자 시청자들은 그와 같은 판단을 이해할 수 있었다.

▲ 11월15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 11월15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는 이날 방송에서 1년 전 경주지진 당시 피해상황을 설명했던 시민을 또 다시 연결해 트라우마 여부를 묻는 꼼꼼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를 출연시켜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 건설에 따른 영향이란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하는 장면 역시 ‘한 걸음 더’ 들어간다는 ‘뉴스룸’의 취지와 맞는 대목이었다. 이날의 지진특보는 JTBC ‘뉴스룸’이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뉴스가 된 이유를 또 한 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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