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부터 현대카드, 한국씨티은행까지 직장 내 성폭력‧성추행 사건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 내 성범죄 사건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해자’에 분노하거나, ‘피해자’에 분노하거나. 특히 한샘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한 후, 피해자에 분노하는 반응은 거세졌다.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전형적인 반응들이 있다. ‘피해자도 좋아서 먼저 접근했는데 왜 저러냐’는 것이다. 일명 ‘꽃뱀론’이다. 이런 반응들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에서 성희롱 재판에서 승리한 피해자를 지원한 무타 카즈에의 책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는 2015년 한국에 출판됐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한샘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은 직장 내 성범죄가 폭로되고 계속해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성희롱 ‘가해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 책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의 표지. 지은이: 무타 카즈에, 박선영, 강희대, 고주영, 박수경 ,이은숙 옮김. 나름북스, 2015-02-10
▲ 책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의 표지. 무타 카즈에 지음. 박선영, 강희대, 고주영, 박수경 ,이은숙 옮김. 나름북스, 2015.
직장 내 성범죄와 관련, 가해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것이 자신이 ‘성범죄자’, ‘가해자’가 됐다는 사실이다. 평소에 많은 이들은 성범죄가 ‘아주 어두운 골목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강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협박을 하거나 폭력을 동원해 강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직장 내에서 성범죄 가해자가 된 이들은 성범죄자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려고 한다.

책에서는 대부분의 직장 내 성범죄가 직급이 높은 남성에 의해, 직급이 낮은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그 애도 날 좋아하는 것 같이 느껴서 한 행동인데?’라는 가해자의 항변을 ‘착각’이라고 꼬집는다.

“과장이 자신에게 느꼈던 ‘좋은 분위기’는 업무 능력이 나보다 뛰어난 상사에 대한 존경이었고, 상사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던 부하로서의 ‘아부’였다.(중략) ‘나는 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힘이란 상대적인 것으로, 같은 평사원이라고 할지라도 여성 평사원보다 직장 내에서 힘이 있는 경우도 있고, 특히 파견 직원이나 계약직 직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파워라고 볼 수 있다.”(책 150p)

저자는 “(직급이 낮은 여성이) 의지하고 존경하는 남성과 일대일로 친하게 대화하는 것은 기쁜 일이고, 열심히 아부도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을 개인적인 호감이나 상대방이 자신을 남자로서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직급이 낮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성에 대한 행동까지 ‘OK’를 했다고 보고 동의없이 성행위를 한다면 성범죄가 되는 것이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사내 연애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저자는 만약 사내 직원, 특히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을 좋아하게 됐고, 접근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야 성희롱이 아니라고 말한다.

“첫째, 일을 빙자해 데이트를 신청하지 말 것. ‘회의도 할 겸…’이라는 둥 일을 빙자해 말을 걸기 쉽지만 이런 방식은 거절하고 싶어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둘째,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가 비즈니스에서 거절의 철칙이듯, 상대는 당신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명확한 거절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두고 ‘거절을 하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만날 약속을 잡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176p)

앞으로 직장 내 성범죄 이슈는 계속해서 터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여성들의 직장 생활이 ‘용돈벌이’나 ‘결혼하기 전의 임시경유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희롱으로 인한 여성들의 일자리가 위험해지는 것은 중대한 일이 되고, 여성들에게 일의 의미가 크게 달라진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성희롱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170p)이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남성들이 왜 성희롱을 알아차리지 못하는지, 여성들은 왜 정확한 거절을 하지 않아 왔는지를 세세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직장 내 성범죄로 인해 자신과 동료의 커리어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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