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매체 보도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국정원이 국회의원 5명에게 특수활동비를 10여 차례 건넸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장이 예상된다.

머니투데이는 14일 사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야 국회의원 5명에게 총 10여 차례 걸쳐 회당 수백만 원 씩 특수활동비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간부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참석 등을 위해 국회를 방문할 때 일부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외부에서 식사 자리를 갖고, 그 자리에서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며 돈이 건너간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도의 신빙성을 더했다.

당초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는 박근혜가 지시해 돈을 상납 받았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관련자들이 구속되면서 외통수에 걸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직접 뇌물수수 혐의를 박근혜에 적용시킬 수 있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려들었다는 얘기다.

박근혜 청와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5억원을 여론조사 업체에 지불하고 지난 총선 친박 의원들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여론조사를 비밀리에 벌인 것도 박근혜 정권의 정치개입 혐의가 뚜렷한 사안이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구여권으로 흘러들어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까지 여론조사 활용 여부, 정치권 접촉 인사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는 박근혜 정권에 타깃이 맞춰져 있었는데 머니투데이 보도는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정치권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폭탄급 이슈로 발전할 수 있다. 검찰이 뇌관을 건드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의원이 여야 의원 모두에 해당된다는 점, 10여차례 받은 의원이 5명일 뿐 한차례라도 받은 의원 명단으로 확대되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 국정원의 돈을 받은 것은 부당한 로비나 뇌물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국정원 업무와 관련된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머니투데이 보도에서도 국정원 간부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참석 등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때 활동비를 건넸다고 밝히고 있다.

돈을 건넸다면 국정원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로비성 자금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정보위는 국정원 활동을 비공개로 보고받고,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정치권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관행으로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정치권은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내용이 드러나면 관행이었다고 해명해왔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검찰 돈 봉투 만찬 사건의 경우 법무부 간부가 국정농단 검찰 수사팀 간부에게 특수활동비가 담긴 돈 봉투를 건네면서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국회 대책비라는 이름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쓰고 남은 돈을 생활비에 썼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다면 국정원이 어떤 목적으로 정치권에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했는지, 돈을 받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돈의 사용처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 규명해야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정원 돈이 구여권 인사 뿐 아니라 현재 여권 인사들에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반발해 여권 인사까지 연루돼 있는 카드가 많다는 것을 사전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만큼 이번 국정원 특수활동비 여야 의원 돈 전달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면 파장이 크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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