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검찰 수사 가능성에 “정치 보복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3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 1면에는 모두 이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사설을 통해 나타난 언론사의 논조는 명확하게 갈렸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그대로 따랐다.

다음은 13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린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MB ‘적폐청산은 정치보복’ 작심 반격”
국민일보 “‘적폐청산, 정치보복 의심’… MB의 반격”
동아일보 “‘文정부의 정치보복’… MB, 적폐청산 비판”
서울신문 “MB ‘적폐청산은 정치보복’ 반발“
세계일보 “‘적폐청산 감정풀이 의심’… MB의 반격“
조선일보 “MB 軍·정보기관이 불공정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런 적폐청산은 개혁 아닌 감정풀이 정치보복‘”
중앙일보 “MB ‘현 정부 적폐청산, 정치보복 의심’“
한겨레 (포토뉴스)“수사 촉구 시위대 등진채 MB 출국”
한국일보 “MB ‘적폐 청산은 감정풀이·정치보복’ 발끈“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에서의 ‘댓글 공작’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낮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국론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또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모든 분야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는 데 저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위기인 가운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으로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김관진 전 장관에게 댓글공작을 직접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 13일 경향신문 1면.
▲ 13일 경향신문 1면.
하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 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구속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언론의 반응은 명확하게 갈렸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사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 조작이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 면죄부를 줬다.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이 전대통령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음은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주요 일간지 사설 제목이다.

조선일보 “민주당 ‘적폐 현황’ 문건, 도 넘은 정치 공격”
동아일보 “보복 악순환은 정치의 미래 망칠 것”
중앙일보 “여론재판식으로 MB 수사 몰아가선 곤란하다”
한겨레 “원조 국정농단 MB 수사, 정치보복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다”
경향신문 “자신이 저지른 적폐 성찰 않고 청산작업 비판한 이명박”
한국일보 “정치보복 주장한 MB, 책임 있는 처신 아쉽다”

사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수언론은 일제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가 부적절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 전 대통령 수사가 ‘선거용’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간 정치권에선 '적폐 청산'의 소용돌이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몰아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이번 문건을 보니 빈말이 아니다”라며 “문건 속 여당이 제기한 의혹에는 부산시장·인천시장의 실명이 등장한다. 인천시장 관련 의혹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걸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 13일 조선일보 사설.
▲ 13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 조작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다”면서도 “댓글 활동 그 자체는 북한이 국경에 제한받지 않은 심리전 활동을 국내에서 강화하는 것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이 전 대통령에 면죄부를 줬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걱정되는 것은 MB가 아니다”라며 “보복의 악순환이 망칠 우리 정치의 미래”라고 주장했다.

▲ 13일 동아일보 사설.
▲ 13일 동아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사이버사가 국내 정치 공작에 가담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사이버사의 활동 전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MB 수사라는 또 하나의 불행한 역사와 갈등이 반복될까 국민은 걱정한다”고 주장했다.

▲ 13일 중앙일보 사설.
▲ 13일 중앙일보 사설.
반면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 조작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키맨 김관진, 임관빈 구속…탄력받은 수사 MB 턱밑까지’ 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시절 군 여론조작 문제 외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우익단체를 활용한 국정원 정치공작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한 의혹도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 납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도 이번엔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군 사이버 사의 댓글 조작이 단순한 대북 심리전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종전의 10배 가까운 인력을 갑자기 증원하고 ‘우리 사람 가려 뽑으라’는 지시까지 해놓고 그 의미를 몰랐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라며 “비슷한 시기 국정원 역시 선거개입 댓글공작을 강화한 사실까지 함께 놓고 보면 그 목적이 단순히 대북 심리전이 아님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대북심리전의 일환으로, 불법성이 있더라도 수사는 지나치다’는 주장을 일축하는 논리다.

▲ 13일 한겨레 사설.
▲ 13일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 역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재벌·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보수단체를 지원했으며, 공영방송 등 언론을 탄압”했다며 이 전 대통령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병헌 수석 뇌물혐의에 검찰 “미르재단 설립과 방법 같아”, 피의자 소환되나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피의자 소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겨레에 따르면 전 수석의 ‘제3자 뇌물’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가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진술 등을 대부분 확보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5일 전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전 수석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는 이미 수수 관계에 있는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 자료 등이 확보된 상태”라며 “본인이 문제의 돈을 직접 수수한 것은 아니지만 부정한 청탁을 받고 미르·케이재단 설립처럼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한국이스포츠협회에 그 돈이 귀속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제3자 뇌물제공이 된다”고 말했다.

▲ 13일 한겨레 1면.
▲ 13일 한겨레 1면.
앞서 전 수석은 제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 시절인 2015년 4월에 방송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던 롯데홈쇼핑 쪽에 선처를 약속하며 그 대가로 자신이 명예협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원을 건냈다고 보고 있다.

한겨레는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주에 전 수석을 소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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