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년 만에 입장을 바꿔 방송장악 방지법 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더 나은 법안이 있으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은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EBS 국정감사에서 “법안을 심사하려고 할 때 계속 미뤄왔던 게 누구냐”라며 “(한국당이) 지금 와서 입장을 180도 바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방송 정상화는 해야 하는 것인데 (법안과 연계해)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 논의를 저지하던 한국당이 정권이 교체되고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이 위기를 맞는 등 입장이 바뀌자 방송장악 방지법 논의를 촉구한 데 대한 비판이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등 162명은 방송장악 방지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4개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공영방송 이사 여야 추천 몫 조정’ ‘사장 선임 시 이사회 3분의 2가 동의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립’ 등이 골자다.

▲ 지난해 12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를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해 12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논의를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해 집권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은 법안이 발의되자 회의를 개최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정회하는 방식으로 1년 동안 법안 논의를 공전시켜왔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법안심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할 정도였다.

박홍근 의원은 “방송법을 반드시 바꿀 것”이라며 “제가 낸 법이 기존 법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강효상 의원 법이나 추혜선 의원 법 등 앞으로 나오는 법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면 그 법을 선택하겠다. 반드시 권력으로부터 방송이 독립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집권여당에 유리한 현재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고대영 KBS 사장이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비판했다. 그는 “방송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기 시작했다”면서 “여러 가지 방송법 개정안이 나오는 상황에서 개정 때까지 일을 하겠다는 건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기존 법안의 논의를 촉구하면서도 고대영 사장과는 거리를 뒀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기존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면서도 “방송법 개정이 파국을 연장하는 빌미가 되거나 자리보전의 조건이 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리와 관련해 조건을 건 행위는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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