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국제방송(이하 아리랑TV)이 2018년 예산 삭감과 국제방송교류재단 출연기금 700억 원의 전액 고갈로 인해 비정규직 262명 등을 감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 여파로 방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김훈)는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아리랑TV 예산 문제 해결에 힘써줄 것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국회에서 한 달 넘게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아리랑TV는 여타 선진국의 국제방송과 달리 국제방송 관련법에 따라 예산과 권한이 보장된 조직이 아니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관리감독은 문체부에서 받지만 한해 예산 중 약 60%가량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주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으로 충당하는 이원적 구조에 놓여있다. 일부 자체 수입과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을 나머지 예산으로 사용해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 방발기금은 KBS·EBS·국악방송 등과 함께 10% 삭감됐다.

지난달 나온 ‘아리랑국제방송 예산 현안 설명자료’에 따르면 2017년 방발기금은 369억5000만 원이었지만 기획재정부 방침에 따라 10%(약 37억 원)이 일괄 삭감됐다.

게다가 국제방송교류재단 잔여기금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 2004년부터 경상경비 부족분(약 50억 원)을 전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올해 43억 원 전입금을 끝으로 고갈됐다.

▲ 700억 원이 넘던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이 고갈돼 아리랑TV는 2018년 예산이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자료=아리랑TV
▲ 700억 원이 넘던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이 고갈돼 아리랑TV는 2018년 예산이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자료=아리랑TV

따라서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약 80억 원이 부족하게 됐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 262명 전원을 감축해야 할 상황이다.

내년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TV제작 예산이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내년 TV 제작비는 160억 원(2017년)에서 60억 원 정도 줄어든 100억으로 38%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자체 제작프로그램이 70% 가량 감소하고 뉴스 3개(오전 7시, 낮 12시, 오후 8시 뉴스)를 제외한 모든 뉴스가 폐지되고 모든 교양 프로그램이 없어질 수 있다.

국가홍보를 위해 만든 방송이지만 책임지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아리랑국제방송원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아리랑TV를 방송사로서 기능하게 하려면 방통위로 이관해 문체부 발 ‘낙하산 사장’을 막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아리랑TV 측은 “제작비는 방발기금으로 지원하되 위성 방송 사업비, 정규직 인건비, 방송시설관리용역비, 방송기자재 구입비 등의 경상경비는 주무부처인 문체부를 통해 국고(일반회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자신들이 아리랑TV 사장 등 임원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방통위 이관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김훈)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매일 점심시간마다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아리랑TV 예산확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리랑국제방송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김훈)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매일 점심시간마다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아리랑TV 예산확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리랑국제방송지부 제공

결국 청와대가 나서 아리랑TV 정체성과 관리감독·예산 문제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랑TV지부 집행부는 지난 9월4일부터 점심시간 때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새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화’, ‘일자리 창출’ 등을 말했지만 아리랑TV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진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또한 아리랑TV지부 조합원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아리랑TV 예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 9월11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아리랑TV 조합원이 약 150명인데 조합원 대다수가 순번을 정해 이번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직원 인건비 108억 원을 일반회계로 반영,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를 허락할 경우에나 가능하다. 기재부는 추가 예산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아리랑TV에 대한 논의는 평창올림픽 문제 때문에 서면질의로 대체됐다. 언론노조 역시 KBS·MBC 파업 문제에 치중하고 있어 아리랑TV 예산확보 이슈가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한편, 현재 아리랑TV 사장은 공석이다. 오는 10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사실상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내려와 각종 문제를 일으킨 점을 고려하면 원칙적으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내년도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아리랑TV 구성원들은 영향력 있는 정권 인사가 와 예산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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