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통신요금과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린 후 고액의 보조금을 지급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처분 받은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가 시민들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지만 지난달 26일 1심에서 졌다. 참여연대 측은 판결내용에 대해 비판하며 항소 준비에 나섰다.

2012년 3월 공정위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하여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통신3사(SK·KT·LG) 및 휴대폰제조3사(삼성·LG·팬택)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53억 3000만원을 부과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시민 84명과 함께 같은해 10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5년 간 진행되지 않아다가 지난 9월 재개해 최근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들(시민들)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거나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해당 단말기를 구매했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각자 구매한 휴대폰 가격 등 거래조건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고, 원래 출고가격이 얼마이며 자신들의 휴대폰 단말기를 얼마에 구입했는지, 그 차액이 얼마인지에 관해 아무런 주장조차 하지 못한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또한 통신사와 제조사가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했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이나 신뢰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 서울시내 한 이동통신사 판매점.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이동통신사 판매점. ⓒ연합뉴스.

참여연대는 ‘공정거래법이 사업자 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보호할 뿐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에 대해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를 삼았다. 참여연대는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관련사건의 결과를 보기 위해 재판의 연기를 요구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서 5년간 진행하지 않던 것인데 이 사건을 새로 배당받은 1심 재판장은 불과 2개월여 만에 사건을 마무리할 의도로 증거신청을 제한하면서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했다”며 “결국 이 사건의 의미와 실체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제조사와 통신사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80여명의 원고들에게 오는 9일까지 항소심 소송위임장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참여연대가 시민 권익보호 운동을 위한 공익소송으로 진행하고 있고,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은 참여연대가 부담하게 된다.

한편 현재 통신사와 제조사들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상고까지 제기해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고등법원은 공정위의 결정대로 통신사와 제조사가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부풀렸고,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상술의 범위를 넘어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은 조속하게 이 같은 기업범죄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2014년 단말기 보조금 상습사기 건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상습사기)’ 혐의로 제조사와 통신사의 이사들을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 후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참여연대는 전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은 법원의 소송 진행 및 판결과 관계없이 조속하게 수사를 재개해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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