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파면 당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인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씨의 국제 법무팀으로 알려진 MH그룹은 “(박씨가)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지내고 있다”며 “만성질환과 영양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큰 반발이 일었다. 불과 10일 전만 해도 박씨는 ‘황제 수용’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19일 언론은 박씨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범털 박근혜 인권침해 타령, 제정신인가”라고 썼고,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건 무엇으로 보상할 것이냐”고 말했다.

다른 수용자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박씨가 인권 침해를 주장한다는 사실은 공분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박씨에 대한 비판 결론이 “다른 수용자와 똑같이 생활해봐야 한다”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수감 시설은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씨 주장을 근거로 일반 수용자들 상황을 살펴보자. 수용자 대부분은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지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생 상태는 과밀 수용과 연결 지을 수 있는데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34개국 중 한국의 과밀 수용은 2위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법원 출석 전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 법원 출석 전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게다가 2013년(104.2%)부터 2017년 4월(123.1%)까지 교도소 수용률은 매년 증가했다. 이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교정 시설의 과밀 수용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결정이 내려진 만큼, 예산 편성 및 교정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차가운’ 부분을 보자. 2012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수용 시설의 실내 온도 유지 기준, 측정 방식, 냉난방 방식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 당시 법무부는 “각 기관 별로 자체 계획에 따라 혹한기에는 난방 시간 연장 외에 동내의를 지급하고 있으며 혹서기에는 냉수 목욕과 얼음 목욕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신축 시설의 경우는 전기 판넬을 바닥에 깐다. 이전 시설의 경우 수용 시설 안에 난방 장치가 없다”며 “복도에 라디에이터(방열기)가 있을 뿐이다. 그 온기를 가지고 난방을 하게 된다. 실내온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3년 국정감사 당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2013년 7월까지 재소자 85명이 질병을 이유로 형(구속)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허가되지 않거나 결정이 늦어져 사망했다.

2016년 8월에는 부산교도소에서 과밀 수용과 의료 조치 미흡 문제가 겹쳐 재소자 2명이 사망했다. 당뇨 합병증과 고혈압, 신장질환 등 지병이 있던 A씨는 동료 수용자와의 다툼으로 조사수용 됐다. 이후 A씨는 고열 증세를 보여 외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틀 뒤 사망했다. 사인은 ‘열사병’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당시 부산교도소는 수용 정원 1140명의 120%를 초과한 1400여 명을 수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료 전문 인력은 의료 과장, 공중 보건의, 정형외과 의사 등 3명에 불과했고 간호사는 4명이었다. 전문 인력 7명이 1400여 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박근혜씨가 문제를 제기한 전등 문제, 영양 부족 문제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박씨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보도는 많았지만 수용 실태에 대한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강성준 활동가는 “수용 시설이 상향 평준화해야 하는데 지금 언론을 보면 하향평준화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활동가는 “교도소 문제는 일반인들 관심 밖에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는다”며 “이번 논란이 수감 실태에 대한 논의까지 확장하길 바라다”고 말했다. 박씨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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