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MBC 총파업 2라운드가 시작됐다. 10일 동안 추석 연휴를 지내고 돌아온 양사 노조 조합원들은 10일 오전 집회를 열고 ‘파업 대오’를 과시했다.

앞서 KBS 경영진들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늦어도 9월 안에는 다 끝난다’는 (노조의) 호언은 무색해졌고 국민 관심과 지지도 획득하지 못했다”며 성명을 통해 ‘파업 김빼기’에 나섰으나 10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는 주최측 추산 800여 명이 넘는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모여 대오를 유지했다. 박완 언론노조 KBS본부 홍보국장은 “집회 전 조합원들이 많이 모이길 바랐는데 가득 찬 현장을 보니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은 새벽부터 모여 고 사장 퇴진 피케팅을 벌였다. KBS 본관에서 고 사장을 마주한 조합원들은 “고대영은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KBS 시큐리티 직원들과 밀고 당겼다. 고 사장은 조합원들 항의에 별 반응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고 사장은 지난달 20일 KBS 이사회에서 파업에 따른 사퇴 가능성에 대해 “파업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 없다”며 ‘자진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본 집회에선 회사에 남아있는 간부들의 파업 동참을 촉구했다. 성재호 위원장은 “앞으로 1~2주가 파업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팀장·부장급 인사들이 계속 회사에 남아있겠다면 이는 곧 고대영 편이라는 뜻이다. 밖으로 나와서 총파업 전선에 우리와 함께 서 달라”고 호소했다.

▲ 추석 연휴 끝에 KBS와 MBC 총파업 2라운드가 시작됐다. (왼쪽부터) 고대영 KBS사장, 김장겸 MBC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연합뉴스
▲ 추석 연휴 끝에 KBS와 MBC 총파업 2라운드가 시작됐다. (왼쪽부터) 고대영 KBS사장, 김장겸 MBC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1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파업 37일차 집회를 열고 MBC 정상화를 촉구했다. 2012년 170일 파업 중 해고된 박성호 MBC 해직 기자는 “2012년에 파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버틸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휴가 길어지면서 조금 힘든 점이 있었다”면서도 “이번 파업은 우리가 좋은 ‘저널리즘 근육’을 만드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김장겸을 몰아내고 MBC를 재건하자‘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인식하고 자각하는 행위가 공정방송을 우리들의 DNA로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 기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추석 연휴 동안 조합원들의 몸과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지난 7년 간 진행했던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 이제 종결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MBC 경영진 배후에는 무도한 국정원과 정권이 있었다”며 “그런 정권을 상대로 싸웠기 때문에 우리 싸움이 그만큼 힘들고 어려웠다. 그 경영진을 뒷받침했던 정권은 사라졌다. 그들이 배후였다는 사실도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저들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쫓아내고 공영방송을 다시 회복하자”고 독려했다. 이날 집회에는 사상 초유의 뉴스 녹화 방송에 반발해 MBC를 퇴사한 프리랜서·계약직 리포터와 작가 등 10여명이 참여해 “우리나 MBC 노조 조합원들이나 공정방송을 위하는 마음은 똑같다”며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허유신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긴 연휴가 있었지만 조합원들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으로 당장 MBC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진 않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조합원들의 믿음이 굳건하다”고 말했다. 허 국장은 “길어지는 파업에 조합원들의 초조함은 있겠지만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결과는 정해져 있고 집행부는 이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데 사활을 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MB 정부 국가정보원의 MBC 블랙리스트 문건 및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15여 명은 고용노동부가 김장겸 사장 등 MBC 전·현직 경영진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서부지검 출석 요청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도 10일 김재철 전 MBC 사장 측근으로 꼽히는 전영배 MBC C&I 사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전 사장은 2009년 MBC 보도국장에 임명된 뒤 김 전 사장이 재임한 2010∼2013년 기획조정실장, 보도본부장, 특임이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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