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KBS 구 여권 추천 이사가 자신의 법인카드를 업무 외 용도로 남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인카드로 애견카페를 이용하거나 주말에 백화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해외 출장 중 예정되지 않은 공연을 관람한 내역 등이 드러나 강 이사가 업무와 무관하게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규형 이사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역에 따르면 강 이사는 이사 부임 이후인 2015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 총 다섯 곳의 애견카페에서 34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36만원 가량 결제했다.

강 이사의 애견 카페 방문은 KBS 이사 업무와 관련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강 이사와 40여 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한 애견인은 “강 이사는 거의 혼자였다. (강 이사가 방문한) 애견 카페는 변변한 탁자도 없고 개 수십여 마리가 뛰어노는, 말 그대로 개를 위한 놀이터여서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또 다른 애견인 A씨가 참석해 지난 4월9일 경기도 안산 인근 도그쇼 직후 자신이 강 이사로부터 KBS 법인카드를 건네받아 뒤풀이 비용을 대신 결제했다고도 증언했다.

▲ 28일 공개된 전국언론노조KBS본부 '파업뉴스 9탄' 화면 갈무리.
▲ 28일 공개된 전국언론노조KBS본부 '파업뉴스 9탄' 화면 갈무리.
A씨는 “(도그쇼에서) 강 이사 개가 성적이 좋아서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지금 서울로 가야 하니 결제는 나에게 대신해달라며 카드를 맡겼다”고 말했다. A씨는 강 이사로부터 카드를 받아 결제를 대신한 후 우체국 등기로 강 이사에게 다시 보냈다. 이날 식사 비용은 약 33만원이다.

A씨는 그날 강 이사로부터 건네받은 카드가 법인카드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에 KBS 마크가 찍혀있고 이름은 적혀있지 않은 사실은 기억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법인카드에 이름이 적히지 않은 것은 KBS 이사진이 소유한 법인카드다.

A씨는 “당시는 법인카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결제했다”며 “최근 뉴스를 보고 이 분이 KBS 이사회에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혹시 공금이 아닌가 해서 새노조에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강 이사와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 창에는 강 이사가 “어제 저녁은 잘들 드셨지요”라고 묻는 모습도 보인다. 여기서 강 이사는 ‘강기봉’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새노조에 따르면 강 이사는 애견동호회 등에서 약 다섯 개 정도의 가명을 돌려가며 사용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이사의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한 애견인(왼쪽에서 두번째)은 이날 애견인들과의 회식비 결제를 강규형 이사의 법인카드로 자신이 대신 결제했다고 증언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이사의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한 애견인(왼쪽에서 두번째)은 애견인들과의 회식비 결제를 강규형 이사의 법인카드로 자신이 대신 결제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새노조는 강 이사가 주말과 공휴일에 업무추진비로 백화점에서 결제한 내역도 확인했다. 다만 카드 결제 내역만으로는 강 이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을 구매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강 이사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살펴보면 KBS 출장이 아닌 일정으로 일본에 가면서 간사이공항 면세점에서 업무 추진비로 물품을 구매한 기록과, 해외 시찰 일정에 없는 공연을 관람한 기록도 있다. 강 이사는 2016년 4월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간의 일정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방송기자재 해외 시찰을 떠났는데, 이 기간 중 강 이사는 업무추진비로 브로드웨이 공연을 관람했다.

이외에도 강 이사의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영화와 공연 관람 비용 등으로 200만원 넘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발견됐다. KBS는 이사들에게 법인카드로 제공하는 월 100만원 가량의 업무추진비 이외에도 자료조사비 명목으로 한 달에 252만 원씩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강 이사는 새노조측에 “KBS 이사회 사무국에서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음료와 주류, 식사비, 책 구입, 음악회 등 공연 관람비를 결제해도 무방하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해외에서도 같은 품목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설명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 재무국이 마련한 법인카드 사용 기준에 따르면, 법인카드 사용은 공사의 업무 수행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국세청 과세실무지침도 법인카드 사용 시 법인 업무를 위한 접대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법인카드 용도는 업무 수행 관련 내역으로 한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성재호 KBS 새노조위원장은 “다른 이사들의 법인카드 문제도 합법적 방법을 통해 입수한 상황”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도 KBS이사 임명에 그치지 말고 국민 혈세를 마음대로 쓰는지 감시할 책임이 있고 감사원도 감사를 통해 사적 유용이 없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규형 이사는 28일 “애견카페의 일반 애견 활동은 개인 카드로 지급했다”며 “백화점, 공항 등 사용내역은 철저히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만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카페에서 사람을 만나고 신문 정독 등을 통해 이사 업무 수행을 위한 시사 정보를 얻는 것”이라며 “KBS교향악단에 조언을 주는 입장에서 음악 관람 등에 법인 카드를 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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