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들이 ‘욕설’‘갑질’로 논란이 되고 있는 MBC ‘리얼스토리 눈’ CP 이현숙 국장에 대해 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독립PD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가 지난 19일 이 국장이 외주제작사 제작진에게 한 욕설 녹취가 공개된 지 하루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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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협회는 “이 국장의 만행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지경”이라며 “회사의 비호 아래서 시사교양국 부국장에 이어 국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다가 현재는 특임국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자의 민낯은 추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 정상화를 위해 이런 자의 퇴출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라며 “한 인간의 문제를 넘어 상황을 알면서도 방치, 조장, 독려한 경영진의 민낯도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PD협회는 19일 외주제작사들이 폭로한 이 국장의 강압적인 취재 지시를 언급하면서 “이 국장은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인 1984년에 특별채용으로 MBC에 들어온 인물로 MBC PD협회원도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노조원도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맡지 못했던 그는 적폐 시대가 오자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며 “이 국장은 2012년 파업 중 대체인력으로 MBC에 입사한 소위 ‘시용PD’ 2명을 수족처럼 부리며 여러 외주제작사에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고 밝혔다.

MBC PD협회는 “오죽하면 ‘리얼스토리 눈’의 마지막 편은 이현숙 국장을 다뤄야 한다는 농담이 자주 회자했을까”라며 “회사는 이현숙을 특임 국장으로 임명하고 기존 조직에서도 분리해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꾸려줬고, 사내에서도 그 벽이 높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MBC PD협회는 “사내에서도 해당 프로그램과 책임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에 부담이 되는 프로그램이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전달됐지만 시청률 잘 나오는 효자 프로그램을 없앨 수 없다는 논리가 경영진에 팽배해 폐지는 매번 난망했다”고 지적했다.

▲ MBC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MBC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외주제작사 관련 단체 쪽으로 MBC의 한 PD가 “(MBC 내 시사실에서) 욕설과 폭언이 한 시간 넘게 들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게 현재 방송사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라며 익명으로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MBC PD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2년 170일 파업 후 회사는 ‘뉴스데스크’를 9시에서 8시로 옮겼고, 9시에는 일일드라마, 10시 드라마 전 남은 30분에는 ‘베란다쇼’를 편성했다.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 경영진은 선정적인 교양물을 요구했고, 2014년 봄 ‘리얼스토리 눈’이 탄생했다고 했다. MBC PD협회는 “이때부터 기울어진 뉴스와 선정적인 다큐가 채널의 얼굴이 됐다는 조롱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이 국장에게 후한 인사평가를 줬다고 이들은 전했다.

MBC PD협회는 “9년 전 MBC와 외주제작사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엔 공정한 공모를 거쳐 외주사를 선정했지만 언젠가부터 공모 없이 윗선에서 선정한 외주제작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며 “제작역량을 의심케 하는 회사들이 MBC 내에서 영역을 넓혀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진, 특히 직속상관 현 백종문 부사장, 현 목포MBC 사장 김현종, 현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은 부도덕하고 비정했다”고 지적했다.

MBC PD협회는 “적폐 세력인 이 국장과 경영진을 대신하여 외주사와 외주 PD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파업 투쟁을 통해 회사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이들 집단이 발붙일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그간 무너졌던 회사 내 조직과 역량을 복원하고 외주사와의 좋은 파트너십을 다시 세울 것을 천명한다”고 약속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위해 이 국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 국장은 지난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잉취재’ ‘갑질시사’ 등에 대해 “방송 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전 시사 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의하는 와중에 고성이 오갈 수는 있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갑질 시사’라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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