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초 국정원이 SBS에 배우 김민선 씨와 권해효 씨의 출연 배제를 요청했다는 한겨레 19일자 보도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블랙리스트 압력,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SBS본부는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자체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허아무개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제중원’ 연출을 맡은 홍아무개 PD에게 권해효씨를 무조건 드라마에서 빼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 PD는 “권씨가 음주 운전을 했나? 성 매매를 했나? 타당한 이유 없이 무조건 뺄 순 없다며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고 했다. 국정원의 압력이 있었지만 담당 PD의 소신으로 외압을 막은 것이다. 배우 권씨는 2011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 2012년 ‘유령’ 등 SBS 드라마에 출연했다. 

▲ 구성=차현아 기자. 디자인=이우림 기자
▲ 구성=차현아 기자. 디자인=이우림 기자

국정원의 압력은 시사프로그램에도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 경력이 있고 2008년 ‘신의 길 인간의 길’ 등 여러 차례 SBS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았던 배우 문성근씨의 경우 2009년 이후 다큐 내레이션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한다. 문씨 섭외까지 마쳤던 한 PD는 윗선의 지시로 다른 내레이터로 바꿔야 했다고 SBS본부에 증언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의 경우 ‘그것이 알고 싶다’ 20주년 특집방송 진행자로 섭외를 마쳤는데 결국 상부의 압박으로 취소해야 했다고도 전했다. SBS본부는 “압력이 집중됐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SBS 사장은 우원길 현 미디어홀딩스 회장 보좌역”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템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SBS본부는 “‘재벌가의 부당한 특권과 그릇된 인식’을 고발하는 내용의 2015년 ‘그것이 알고 싶다’ 한 회차에선 대주주의 압력이 제작진에 전달돼 내용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조석래 효성 회장 부분이 대부분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 당시 제작 총책임자인 제작본부장은 박정훈 현 SBS 사장이다. 박 사장은 최근 “부당한 압력에 한 번도 굴복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SBS본부는 “SBS 사측은 지금이라도 과거 정권이나 대주주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했던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당시 보도, 제작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만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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