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위원회는 18일 MB 정부 국가정보원의 KBS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이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 담당 부서에서 작성돼 그해 6월3일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동관 전 수석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오전 문건 내용을 공개하면서 국정원이 ‘좌편향’ 기자·PD, 간부 등을 지목하고 이를 이유로 퇴출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정원 문건 가운데 일부 KBS 기자·PD 실명을 언급하면서 현 언론노조 KBS본부와의 친소 여부 등으로 인사 배제 기준을 명시한 대목 등이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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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문은 사실상 사찰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성향 분석이라는 점에서 민주화 이후 최악의 언론장악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방송장악 책임자로 꼽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시한 기억이 없고 관련 문건을 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수석과 미디어오늘의 일문일답은 아래와 같다.

-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청와대가 국정원에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이동관(아래 이) : “청와대 시스템에는 개별 수석실에서 국정원과 보고받고 지시하는 체계가 없다. 직접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지시했겠나.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통상적으로 (국정원이) 관할 업무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청와대에 국정원이 보고하는 것인가.

이 : “통상적이다. 지금도 아마 할 것이다. (국정원에도) 언론 담당이 있으니까 언론 관련 보고를 할 것이고 참고하라고 보내줬는데, 별로 참고할 게 없어서 잘 안 봤고 기억이 없다. 그런 지시를 한 일도 없지만 그런 보고서를 본 기억도 없다. 내가 언론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고, 특히 KBS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그런 지시를 했겠나.”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이동관 페이스북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이동관 페이스북
-이번에 한겨레나 KBS 새노조에서 공개한 문건도 국정원에서 통상적으로 보고하는 수준이었다는 말인가.

이 : “그 서류를 본 적이 없다. 그저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올라올 수는 있는 문건인데 지시는 안했다는 뜻인가.

이 :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다. 청와대가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는 시스템이 없다. 가능성으로 얘기하면 그럴 수는 있다는 뜻이지만 나는 문건 내용도 모르겠다. 더구나 내가 누구에게 직접 지시하고 파악하고 보고한 일이 없다.”

-홍보수석이면 올라오는 보고서 등 자료를 다 본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 : “홍보수석이 바쁜 자리다. 수행도 해야 하고 국정 현안 회의도 챙겨야 한다. 어떻게 다 기억하고 앉아서 챙기겠나. 일단 그런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만 다시 말씀드린다.”

한편, 국정원 개혁위는 18일 국정원의 KBS 인사 개입 정황 문건과 MBC 개입 문건(‘MBC 정상화 戰略 및 추진방안’)에 대해서 “해당 문건들이 지난 14일 검찰 수사 의뢰 시 제출 자료에 포함돼 수사가 진행 중이고, 개인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데다 보고서에 적시된 대책의 실행 여부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어 전문 공개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 주요 골자를 발췌해 공개토록 (국정원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개혁위는 “이와 함께 ‘적폐청산 TF’에 공영방송 장악 관련 추가조사를 신속하게 진행, 사실관계 등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 국민들의 의혹 해소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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