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오히려 이 사건은 대통령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국정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를 두둔했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 대통령 뇌물 수수 등 사건 71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공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제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진=민중의소리
▲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진=민중의소리

정 전 비서관은 다만 재판부에 자신의 소견을 밝힐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정 전 비서관은 40여 분 간 검찰 및 변호인 측 질문 대부분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한 후 재판부 허가를 받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가족도 없으시고 정말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다. 특별히 낙도 없으시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성과가 나면 그것을 그냥 낙으로 삼고 보람있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서 “어떤 마음으로 국정에 임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부정부패, 뇌물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정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 가진 분”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한 “대통령께서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정확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셨고 그래서 본인이 직접 어떻게든 잘해보시려고 내용 뿐만 아니라 문장 뉘앙스까지 다 손수 수정을 챙겼다”면서 “그 과정에서 최순실씨 의견도 들어보는게 어떠냐는 취지의 말씀도 있었다. 그것은 최순실씨한테 문건을 전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고 국정에 임하는, 어떻게든 잘하려는 국정 책임자의 노심초사였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 “사적 이익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하는 중에, 세계 어떤 정상들이 다 하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 참…”이라며 “저랑 대통령님이 무슨 공모를 해서 최씨에게 문건을 줬다는 그 부분은 너무 과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재판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일관되게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부정해왔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자신이 떠안으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검찰이 특정한 청와대 문건 47건 중엔 외교부가 3급 비밀로 지정한 ‘한미 정상회담 및 해외 순방 일정 추진안’, ‘14개 부처 차관 인선안’ 등 정부 인사관련 문건 등이 포함돼있다.

시종일관 ‘대통령 공모’ 부정… 국정농단 사태에도 충심 지키는 정호성

정 전 비서관은 다른 재판 및 헌법재판소 변론의 증인으로 나와서도 박씨를 보호하려는 태도를 수차례 보였다.

“선생님(최씨 지칭), VIP께서 선생님께 컨펌 받았는지 물어봤는데 아직 컨펌 못받았다 말했습니다. 빨리 컨펌받으라고 확인하십니다.”

이는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복구된 문자메시지로, 정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월19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최순실씨는 기본적으로 저희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이다.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었지 안타깝게도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게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꼬인 거 같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폰과 2016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여 동안 694회 통화한 내역에 대해서도 ‘소유자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지난 5월17일 “이렇게 자주 통화하는 번호가 있느냐. 대통령 휴대전화가 맞는 거 같느냐”는 특검 측 신문에 “그렇게 추정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독대를 위해 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 문건에 대해서 “(삼성의 현안 파악을 위한)참고자료일 뿐 대통령이 읽어 내리는 말씀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엔 증인석을 비롯해 피고인석, 방청석에서 수차례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정 전 비서관은 박씨 측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형식적 표현이나, 특히 여성·일반인 시각에서 감정적인 표현과 관련해 최씨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냐”고 묻자 목이 메인 목소리로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이 증인신문 말미 소견을 밝히는 동안 방청석에 앉아있는 일부 중년 여성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유영하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 퇴정 후 눈이 빨갛게 충혈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재판 종료 전 재판 진행 상황을 밝히는 과정에서 십수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등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였고 여러 차례 울먹거렸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피고인 석에 앉은 박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무표정한 얼굴로 책상 앞을 주시했다.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사건 72회 공판은 오는 21일 진행된다. 송광용 전 교문수석 및 모철민 전 교문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아래는 정호성 전 비서관이 18일 법정에서 밝힌 소견 전문이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국가적으로 참 많은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저한테도 참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슴 아픈 건 대통령님에 대해서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 그게 눈에 보여서 가슴이 아프다.

대통령께서는 가족도 없으시고 정말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다. 특별히 낙도 없으시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성과가 나면 그것을 그냥 낙으로 삼고 보람있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옆에서 어떻게 사시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국정에 임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부정부패, 뇌물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정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 가진 분이다. (긴 한숨)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지금까지 모셨던 사람으로서 정말 좀 더 잘 모시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고 회한이 많다. 검찰이 여러 질문을 했고 진술 거부권 행사했지만, 사실 오늘 재판을 이렇게 하고 있는 문건 유출 관련해서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이 대통령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국정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본인이 편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이 하면 된다. 그러면 편한데 대통령께서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정확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셨고 그래서 본인이 직접 어떻게든 잘해보시려고 내용 뿐만 아니라 문장 뉘앙스까지 다 손수 수정을 챙겼다. 대통령께서 ‘좀 문제 있는 게 아니냐’ 지적하셨던 부분은, ‘이렇게 고치면 좋겠지 않겠냐’ 확인한 부분은 거의 다 대통령이 옳았다. 그렇게 대통령이 하실 수 있었던건 국정에 대한 엄청난 책임감이다.

저는 그런 모습 지도자로서 믿었고, 그렇게 힘드신 모습이라서 제가 잘 도와드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대통령이 그 과정에서 최순실씨 의견도 들어보는게 어떠냐는 취지의 말씀도 있었다. 그것은 최순실씨한테 문건을 전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고 국정에 임하는, 어떻게든 잘하려는 국정 책임자의 노심초사였다.

제가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대통령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나름 노력했고 저희들은 매일 집에도 가지 못하고 사무실 쇼파에서 자면서 노력했는데, 제가 여러 가지로 잘 하려고 하다가 과했던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최씨 주거지에서 여러 문건이 나온 것, 최가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는 그걸 준 건 저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제가 재판장님께 인정했다. 그렇지만 대통령께서는 주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고 어떤 문건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사적 이익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하는 중에, 세계 어떤 정상들이 다 하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 참…

저랑 대통령님이 무슨 공모를 해서 최씨에게 문건을 줬다는 그 부분은 너무 과해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제 형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대통령 공모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재판장님께 판단하시라고 했다. 저는 정말 사심 없이 혼심의 힘을 다해서, 국정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재판장님께서 현명한 판단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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