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김제동·김미화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MBC본부는 14일 MBC 각 부문별 피해사례를 알리며 블랙리스트를 만든 국정원과 이를 실행한 MBC 간부들을 비판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MBC 블랙리스트’ 대상자 김미화·김제동·문성근씨 등이 형사고소·손해배상 소송 등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미 소송을 준비 중이다. MBC본부는 “각 소송 주체들과 소송 참여자의 규모와 고소·고발 대상자의 범위, 공동소송 여부 등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소인은 노동조합과 파업참가 아나운서 12명, 김제동·김미화·김종배·윤도현(이상 1순위), 송강호·김형석·배칠수·서민(이상 2순위), 퇴출된 프로그램의 담당PD(시선집중), 무한도전 담당국장, 기타 프로그램 외압을 직접 경험한 기자·PD 등이 될 것이라고 MBC본부는 전했다.

피고소인은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장 원세훈, 국정원의 뜻을 수행한 김재철 당시 MBC 사장 등 MBC 경영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외압을 넣거나 세월호 참사·촛불집회 축소 보도를 요구한 청와대 직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공모한 안광한·김장겸 등 전현직 MBC 경영진 등이 될 것이라고 MBC본부는 밝혔다.

MBC본부는 피고소인들이 국정원법·방송법·형법상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고, 이들에게 민사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국정원법 11조에 따르면 직권남용죄는 국정원 직원이 직권을 남용해야 성립하지만 MBC본부는 그 외 일반인의 경우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봐 청와대 직원과 MBC 임·직원들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의 경우 공소시효(5년) 문제가 있다. 이번에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지만 해당 불법행위(MBC 출연 제약)가 지속됐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MBC본부의 생각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MBC 경영진을 통해 ‘무한도전’에서 ‘창조경제’ 내용을 다뤄달라고 요구했고, 창조경제와 관련한 요구는 1년 동안 계속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MBC본부는 “청와대는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 국정원법 위반죄는 성립할 수 없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성립할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이라 공소시효도 남았다”고 주장했다.

▲ 구성=강성원 기자, 그래픽=이우림 기자
▲ 구성=강성원 기자, 그래픽=이우림 기자

한편 MBC본부 뿐 아니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정원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등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MBC본부는 “이 자료들은 기밀문서로 분류돼 있지만, 불법 행위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의 경우 기밀로 보호될 가치가 없다”며 “조속한 시일 안에 비밀 해제를 단행해 국정원의 ‘MBC 장악 음모’의 진상과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KBS·MBC정상화시민행동 등 238개 단체는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문건 전면공개와 국회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낸 보도자료에는 연예인 등 82명의 명단만 기록돼 있을 뿐”이라며 “국정원이 공영방송과 어떻게 접촉하고 연예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방송 출연이 금지됐고, 프로그램이 사라졌는지 드러나지 않는다”고 문건 공개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에 국정원장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문화·예술인만은 아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훼손됐고 국민 모두가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3일 언론노조는 청와대 소통광장에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건 공개를 요청하는 청원을 시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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