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에 입점한 언론의 생사여탈권을 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참여단체인 한국신문협회가 평가위 정책방향이 ‘신문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 정책이 대형언론에 유리했던 가운데 입점매체에 대한 재평가가 추진되고 ‘기사로 위장한 광고’에 대한 제재방안이 본격 논의되자 신문업계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문협회가 발행하는 신문협회보는 9월호에서 “제휴평가위 심의위, ‘신문 죽이기’ 나섰나?”를 1면에 배치했으며 신문협회 기조협의회는 포털 평가위를 비판하는 입장까지 냈다. 포털 평가위 운영위원회 소속인 한국신문협회가 외부 입장, 기사를 통해 반발하는 건 이례적이다.

신문협회는 최근 마련된 입점매체 재평가 기준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포털 평가위 내 TF에서 마련한 재평가 기준 초안들은 재평가 결과 낮은 점수를 받으면 제휴 등급을 낮추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전체회의 현장에서 ‘1점이라도 기준점수 미달시 제휴 자체를 끊는 방안’이 언급됐고 논의 끝에 1표 차(13:12)로 통과됐다. 포털 제휴는 검색제휴, 스탠드제휴(네이버), 콘텐츠 제휴로 나뉘며 대형매체들은 주로 포털로부터 전재료를 받는 가장 높은 제휴등급인 콘텐츠 제휴사다.

▲ 신문협회보.
▲ 신문협회보.

신문협회는 기존 논의 안건을 배제한 채 즉석에서 안건이 나오고 의결된 점을 지적하며 “숙려도, 공감대 형성도 없는 상황에서 시급하지 않은 사안을 무리하게 표결처리했으며, 결과적으로 의결의 설명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한 제휴평가위원의 반발을 전했다.

또 신문협회는 위반 비율로 제재하는 어뷰징 평가와 달리 △관련뉴스·실시간뉴스영역 남용 △기사로 위장한 광고, 홍보 △선정적 기사 및 광고 전송 등의 부정행위의 경우 위반 건수별로 제재를 하는 게 불평등하다며 반발했다. 신문협회는 “기사 생산량이 많은, 즉 언론활동이 활발한 매체일수록 불리해진다. 때문에 위반건수 위주의 제재 기준은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평가위가 ‘신문 죽이기’에 나섰다고 보기는 힘들며 오히려 기존의 방식이 대형매체에 유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여진 포털 평가위 소위원장(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체회의 때 재평가 취지에 맞게 해야 한다는 안이 제안됐고 이후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면서 절차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평가위 관계자 역시 “반드시 TF에서 만든 안만 논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제재 기준이 대형매체에 불리하다는 지적에 관해 윤여진 소위원장은 “평가위 설립 취지가 진입장벽을 낮추고 문제 있는 언론의 퇴출을 원활히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재평가가 이뤄진 적도 없었고, 퇴출된 언론도 없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제휴등급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의 재평가는 오히려 제휴 단계가 높은 제도권 언론사에 유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포털 평가위의 심사는 대형언론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2015년 출범 이후 신규 콘텐츠 제휴 매체는 과거 제휴매체였다 계약이 해지됐던 프레시안 1곳 뿐이며 퇴출매체는 한 곳도 없어 ‘기득권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24시간 포털 노출 중단 등 강력 제재를 받은 매체는 모두 군소 인터넷 언론사였다.

그런데 2기 평가위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출범 직후부터 ‘재평가’ ‘광고성 기사 제재기준 마련’을 논의하면서 입점매체에 대해 형평성에 맞는 제재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이때부터 업계 소속 위원들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입점된 매체에 대한 재평가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자 시민사회단체 추천위원들이 “기존제휴매체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크다”고 비판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재평가가 결정된 바 있다.

재평가가 도입되면 대형 매체들이 제휴 탈락 위기를 맞게 될까? 신문협회가 재평가 방식만 문제 삼은 게 아니라 ‘광고성 기사’ 제재를 위반 건수 기준으로 할 경우 대형언론에 불리하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포털 평가위는 재평가 방안과 함께 ‘기사로 위장한 광고’(애드버토리얼)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협회 회원사는 종이신문에 별지 형식으로 ‘애드버토리얼’임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돈을 받고 쓰는 기사형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광고를 포털에는 기사로 송고해 돈을 받고 쓰는 기사를 금지하는 포털 평가위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면과 대조해 모니터링을 할 경우 제휴규정 위반 사례가 속출하지만 제대로 제재를 받지 않고 있었다.

지난달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가 부천시, 경기관광공사로부터 1400만 원을 받고 애드버토리얼 기사를 썼으며 포털에 기사로 송고했다는 점을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애드버토리얼을 포털에 지속적으로 기사로 송고하고 있다.

즉, 강력한 ‘재평가 규정’이 의결된 데 이어 ‘기사로 위장한 광고’에 대해서도 적극 처벌하는 결론이 나오게 되면 신문협회 회원사가 중징계를 받거나 제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상과 달리 1표 차이로 강력한 재평가 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업계는 애드버토리얼 처벌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가위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적지 않은 신문들이 애드버토리얼 기사를 포털에 계속 내보냈다. 지면과 대조하면 수십, 수백건에 달하는 언론이 몇몇 있다”면서 “이를 포털 평가위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있는데 원칙대로 하면 퇴출돼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가 최근 포털 평가위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기사로 위장한 광고’의 문제가 심각하지만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진입과 퇴출 심사를 공정하게 실시하겠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외부 기구로 언론사가 소속된 단체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학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 7개 단체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됐다. 추가로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기자협회, 언론인권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한국YMCA연합회 등 8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15개 단체는 각각 2명씩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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