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 CBS의 지역 자치국인 전남CBS와 계약관계인 전남CBS문화사업국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전남CBS 측은 성추행 사건 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 일하도록 방치하고 △논란이 커지자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계약 해지했으며 △논란을 피하려고 ‘전남CBS문화사업국’이라는 명칭을 ‘대행플러스기획’이라고 고치는 등 문제해결보다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CBS 본사 측은 전남CBS문화사업국이 자치국인 전남CBS와 계약관계이므로 직접적 개입이 불가하고, 취할 수 있는 조치인 계약 해지를 이미 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CBS는 “그 외 대응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입사 한 달도 안 돼 성추행… 가해자와 함께 계약 해지된 피해자

지난 6월19일 전남CBS와 계약 관계인 CBS문화사업국에 입사한 박 아무개 씨(여성)는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7월4일 CBS문화사업국장인 정 아무개 씨(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CBS문화사업국의 직원은 정 국장과 박 씨 단 둘뿐이다.

피해자 박 씨에 따르면 7월4일 업무를 마친 후 정 국장과 박 씨는 소주방에서 음주한 후 노래방으로 향했다. 이후 노래방에서 정 국장은 박 씨 입술에 뽀뽀를 하고 팔뚝을 두 번 쓰다듬었다. 이후 박 씨는 노래방에 가방만 두고 핸드폰만 챙긴 채 집으로 도망갔다. 다음날 정 국장은 박씨에게 “술이 한두 잔 들어가니 여자로서 예뻐 보였다”며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이후 박 씨는 정 국장과 함께 있는 것을 두려워했고, 위통에 시달렸다. 고민 끝에 박씨는 8월4일 전남CBS의 직원들에게 사실을 알렸고 직원들은 정 국장의 공개사과를 추진했다. 8월7일 정 국장은 본부장실에서“이런 일이 있어서 창피하고 부끄럽고, 박 씨에게 미안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박씨는 8월16일부터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때까지 정 국장과 박 씨는 같은 공간을 사용했다. 계속해서 위통과 악몽에 시달린 박씨는 8월23일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고,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 전남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페이스북.
▲ 전남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페이스북.
8월31일 전남CBS측은 ‘CBS문화사업국’이라는 사업자명을 ‘대행플러스기획’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피해자 박씨는 “전남CBS본부장에게 왜 이름을 바꾸냐고 물어보자, 본부장은 기사에 CBS라는 이름이 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회사를 지켜야한다고 말했다”며 “피해자보다 회사나 가해자를 위해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9월1일 전남CBS 측은 계약관계였던 CBS문화사업국과 아예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전남CBS가 CBS문화사업국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정 국장은 물론 피해자인 박 씨도 계약이 해지됐다.

박씨는 “전남CBS본부장이 가해자를 감싸면서 ‘정 국장이 불쌍하다’는 식의 말을 했다. 피해자는 나인데 회사를 지키고 가해자를 위하는 모습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씨는 15일 현재 일을 하지않고 있는 상태다. 

‘직할국 아니다’는 이유로 관리소홀… 반복되는 문제

가해자로 지목된 정 국장은 ‘뉴스앤조이’ 인터뷰에서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에 “뽀뽀를 한 적도, 팔뚝을 만진 적도 없다”며 “같이 신나게 놀아놓고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뉴스앤조이 ‘전남CBS 전 문화사업국장, 직원 성추행’)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해당 사건을 맡은 전남지방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9월13일 오전 가해자 조사를 받은 정 국장은 경찰에게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전남지방경찰청 측은 “정 아무개 씨가 뽀뽀를 한 것을 인정했고, 팔뚝을 쓰다듬은 부분은 술을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정 국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 @pixabay.
▲ @pixabay.

CBS 측은 전남CBS문화사업국의 경우, CBS 본사 직할국이 아닌 자치국인 전남CBS가 계약을 맺은 곳이라 계약해지 외에는 달리 개입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CBS 홍보팀은 13일 미디어오늘에 “본사 차원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며 “전남CBS문화사업국의 경우, 자치국인 전남CBS와 계약을 맺은 경우이고, 본사에서는 계약해지가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 계약해지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BS의 이러한 입장에는 문제가 생긴 사업장이 외주업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전남CBS의 경우, 지난해에도 수습PD를 부당하게 계약 해지하고, 성희롱이 벌어지는 등 문제가 지속된 사업장이다.

(관련기사: 전남CBS 수습PD, “월급 84만 원, 성희롱 참고 일했는데…”)

때문에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사업장을 ‘자치국’이라거나 ‘외주업체’라는 핑계를 대지 말고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CBS지부 이진성 위원장은 “전남 CBS의 문제로 CBS 전체의 품위 명예 문제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분노가 일고, 근본적인 대책을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전남CBS지부 측은 “현재 본사에 전남CBS 유영혁 본부장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며 “전남CBS문화사업국에 대한 인사를 유 본부장이 처리했는데 사규에 맞게 처리한 것인지 감사를 요청한 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남CBS지부 측은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는데, 내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본사에서 노력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유영혁 전남CBS 본부장은 13일 미디어오늘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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