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정원개혁위원회를 통해 MB정부 국가정보원이 2009년 좌편향 방송 PD 주요 제작활동 실태 파악, 2010년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여부 파악 등을 지시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가에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당장 KBS에서는 MB정부 청와대와 국정원에 협력했던 ‘내부자들’에 주목하고 있다.

KBS 기자·PD 다수가 소속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13일 성명을 내고 “KBS에서도 윤도현, 김미화, 김제동 씨 등 수많은 블랙리스트 방송인들의 퇴출 사태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간부들은 아무런 외압이 없었고 자체적인 판단이었다고 옹색한 변명을 해댔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번 파문을 두고 “청와대와 정보기관이 방송사의 인사와 제작에까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 뒤 “청와대와 국정원의 사찰·탄압 공작은 내부자들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내부자들’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3일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파업 집회현장. ⓒKBS기자협회
▲ 13일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파업 집회현장. ⓒKBS기자협회
KBS본부는 무엇보다 “고대영 사장 역시 이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자유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KBS본부는 “그가 보도본부장으로 있던 2011년 2월 8일 <시사기획 창> ‘국가인권위원회’ 편의 윤도현 씨 내레이션이 급작스럽게 무산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그가 보도책임자였고, 담당 기자의 해외출장 하루 전에 출장을 반려해 국가인권위 관련 취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현재 KBS 이사로 있는 변석찬 이사에게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며 “라디오 PD들이 보복성 지역 발령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담당 부장이었기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MB정부 당시 MB 라디오 주례연설 방송 반대 투쟁 등에 적극적이었던 PD들은 지역으로, 비제작부서로 강제 발령 났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13일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12일자 JTBC ‘뉴스룸’이 보도한 MB 블랙리스트 파문 리포트를 단체 시청했다. 이날 ‘뉴스룸’에 이름이 등장한 김영한 KBS 라디오PD는 “당시 지역으로 쫓겨나간 PD는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JTBC 보도를 보고 서글퍼졌다. 공영방송 경영진은 국정원 지시에 따라 기껏 보복발령을 집행하는 하수인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2010년 무렵 KBS에선 이명박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이 KBS를 장악하고 조직개편을 밀어붙였다. 당시 조직개편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KBS 내부의 ‘좌편향 인사’를 배제하고 탄압하라는 지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KBS본부는 “국정원 내에 TF팀까지 만들어져 조직적으로 사찰과 탄압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와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MB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13일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파업 집회현장. ⓒKBS기자협회
▲ 13일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파업 집회현장. ⓒKBS기자협회
한편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2일 <‘KBS 이사’ 강규형 사퇴 압박하러 일터까지 찾아가>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명지대를 찾아가 강규형 교양학부 교수의 퇴진을 요구한 장면을 두고 “민주당의 언론장악 문건대로 노조가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학외 문제를 학내로 끌고 와가지고 학교를 압박한다는 것은 전에도 있지 않았던 과거 정권에서도 있지 않았던 문제가 많은 방식”이라는 강 교수 말을 인용한 뒤 “이사진에 대한 사퇴 종용은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는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의 주장을 인용했다.

KBS본부 관계자는 이날 MBC보도와 관련, “대응할 가치가 없는 수준 이하의 보도”라고 말했다. KBS본부는 구여권 추천 KBS이사들에 대한 사퇴요구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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