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노동탄압과 방송파탄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는 경영진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OBS에도 변화의 조짐이 시작됐다. 유진영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장에 따르면 12일 오전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유 지부장에게 ‘김성재 부회장은 오늘부터 회사를 떠나고 최동호 대표이사는 곧 사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은 김성재 부회장이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에 피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는 날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12일 오전 김 부회장 출석시각에 맞춰 부천지청 앞에서 ‘노조탄압·방송파탄 주범 김성재·최동호 규탄 집회’를 열고 정상화 투쟁을 이어갔다. 

▲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12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김성재 부회장의 노조탄압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12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김성재 부회장의 노조탄압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12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 김성재 부회장의 승용차가 들어서자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12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 김성재 부회장의 승용차가 들어서자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김 부회장의 승용차가 오전 9시50분경 부천지청에 들어서자 조합원들은 “(승용차에서) 내려서 조합원들과 얘기하자”며 “부끄럽냐”고 따졌다. 김 부회장이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조합원들은 “노조파괴 앞장서는 김성재를 처벌하라”고 외쳤다. 최동호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부천지청에 출석할 예정이다.

대주주의 방송사유화와 노조탄압에 맞서 12일 현재 178일째 노숙투쟁하고 있는 OBS지부는 정당한 조합활동을 한 노조 간부 징계, 노조혐오발언, 조합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와 단체협약 위반을 문제 삼아 지난 5월16일 김 부회장과 최 대표이사를 고발했다. 

OBS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7일 김 부회장은 OBS 임직원과 대화에서 “노동조합 때문에 회사가 위기에 처한다” “회사를 두 번 망하게 한 놈들이라는 낙인이 찍혀 재취업도 어렵다” 등 노조혐오 발언을 했다. 같은해 12월20일에는 회사가 경영위기 상태라며 ‘어떠한 희생도 감내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서에 서명을 구성원들에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5일 새벽 4시 노조의 현수막을 사측이 강제로 철거한 것과 같은달 24일 노숙농성을 위해 설치한 천막을 강제로 철거한 행위도 이번 고발 사유에 포함됐다.

지난 1월20일에는 한달여전 있었던 이사회에 피케팅 및 유인물 작성 등을 사유로 노조 간부를 징계했고, 지난 4월14일에는 경영위기를 근거로 13명을 정리해고 했다. 해당 사안은 각각 중앙노동위원회,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3명은 복직되어 자택 대기발령 상태다. 

이날 OBS 투쟁을 연대하는 뜻으로 집회에 참석한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은 “정리해고는 무능한 경영진이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수단”이라며 “지노위에서 부당하다는 판정이 났으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복직한 이들을) 자택대기발령을 냈다. 무책임한 경영진”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재 OBS부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1999~2000), 정책기획수석(2000~2001), 문화관광부 장관(2002~2003)을 역임했고 김대중도서관장(2009)을 거친 소위 ‘민주인사’로 불리던 인물이다. 하지만 OBS구성원들은 이런 민주인사로 불린 인사가 “노조 때문에 회사가 위기에 처한다”는 등 노조혐오 발언을 하고, 이날 부천지청에 출석하는 길에 조합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 등에 대해 실망한 모습이었다.

▲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12일 오전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김성재-최동호 등 OBS 경영진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12일 오전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김성재-최동호 등 OBS 경영진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김성재·최동호는 끝났다”며 “이제는 법이 그들을 심판해야 한다.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OBS 대주주)이 ‘금속노조 쇠파이프도 견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지 보자”며 “1만2600여 언론노동자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부회장이 사퇴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동호 대표이사 역시 곧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영안모자는 OBS 대표이사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최동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했다. 공식적으로는 그가 최고 책임자여야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김 부회장이 최 직무대행 결재라인 윗선에 자리했다. OBS 구성원들은 정리해고 등을 실질적으로 김 부회장이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유진영 지부장은 “김성재·최동호 사퇴는 시작일 뿐”이라며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권력에 기웃거리지 않는 책임경영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적폐세력들이 구성원의 권리와 상생의 길을 무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천지청은 명확하게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1일 SBS에서 윤세영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면서 ‘소유-경영 분리’를 언급했다. 유 지부장은 “민영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유-경영 분리”라며 “OBS도 책임경영을 이끌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OBS 정관에 따르면 사장은 이사회를 통해 선출하도록 돼있다. 김성재-최동호 사퇴 이후 OBS가 책임경영을 이끌 수 있는 사장 선임 방식을 명문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계속 대주주 영향력 하에 놓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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