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에서 때 아닌 ‘MBC 리포트’가 논쟁 대상이 됐다. YTN이 보도한 MBC 총파업 리포트가 기계적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 7일 YTN 실·국장회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김호성 YTN 사장 직무대행(상무)은 이날 오전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사안을 다룰 때는 양쪽 입장을 균형 있게 다뤄라”며 “MBC 파업 문제를 다룰 때도 양측 입장을 다 다뤄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가 언급한 리포트는 MBC 총파업 소식을 담은 “편성표 ‘흔들’… ‘지지한다’ vs ‘불편하다’”라는 6일자 YTN 보도였다. 이 리포트에선 지난 4일 MBC 파업으로 중단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자 배철수씨의 클로징 멘트 영상 일부가 소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배씨는 “저는 종교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간절히 바란다. 청취자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이라고 발언했다. 배씨의 클로징 멘트는 MBC 총파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 부국장은 “해당 리포트에 기계적 균형을 맞추지 않은 부분이 있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배철수씨 녹취”라며 “보도에 앞서 문화부장이 저를 찾아와 배씨 멘트만 있고 사측 입장을 옹호하는 녹취가 없어 ‘기계적 균형’이 맞춰진 리포트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 부국장은 “저는 배씨 같은 유명인 가운데 MBC 사측을 지지하는 녹취를 구할 수 없다면 배씨 녹취만이라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시청자들은 배씨 녹취를 들을 권리가 있고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씨 녹취가 사장돼서는 안 될 것이라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가 기계적 균형에 우선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밝혔다.

우 부국장은 “기계적 균형은 형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본가와 노동자, 사측과 노측 등 다른 입장을 언론이 동일시간(방송), 동일지면(신문)의 원칙이란 기계적 균형에 맞춰 보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만 형평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 쪽에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부국장은 “YTN이 지난 9년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할 때 소위 ‘기계적 균형’이란 미명 아래 사라진 리포트가 얼마나 많느냐”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타사에서 연일 특종 보도를 할 때도 최순실·박근혜 등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기계적 균형’을 젊은 기자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 부국장은 “앞으로 더 이상 기계적 균형을 운운하며 일선 기자들에게 자기 검열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기계적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라고 덧붙였다.

우 부국장은 MB정부인 2008년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인해 해고됐다가 2014년 11월 대법원의 무효확정 판결을 통해 복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