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파이낸셜 타임스’의 톰 포렘스키(Tom Foremski)가 “모든 브랜드는 미디어 기업이다”(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고 말한 지도 십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모든 브랜드가 미디어인 시대에, 기업들은 ‘미디어화’에 얼마나 역량을 쏟고 있을까. - 편집자 주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최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배우 김혜자와 가수 김창렬을 광고모델로 캐스팅하고 공모전을 통해 뽑힌 문구를 부르게 했다. 두 사람은 각각 편의점 상품 모델로 활동했고, 이 상품의 특징에 의해 ‘혜자스럽다’(양이 많고 맛있다), ‘창렬스럽다’(양이 적다)는 수식어가 만들어졌다. 배민은 이 둘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한 것으로 화제를 만들었다.

‘우아한 형제들’은 김봉진 대표가 친형과 만든 회사이며, 이 회사에 배달앱 ‘배달의민족’, 음식사업부인 ‘배민프레시’, 배달사업 ‘배민라이더스’가 속해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음식 전단지를 앱으로 옮겨와 업체들의 리뷰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서비스했고, 전형적인 배달음식이 아닌 신선식품이나 반찬 등을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주는 배민프레시(구 덤앤더머스), 식당음식을 배송해주는 배민라이더스로 나눠져있다.


배달의민족 최근 광고의 사례처럼 수많은 기업은 이미 콘텐츠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사를 홍보하면서 볼거리도 제공하는 일이다. 특히 배민은 ‘판교역 IT업체들 포스터 광고’, ‘OO아, 넌 먹을 때 제일 예뻐’ 광고 등으로 소비자들의 ‘자발적 공유’ 수천 건을 끌어내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3일 오후 우아한형제들의 대외정책을 책임지는 이현재 대외협력실장을 만났다. 이현재 실장은 배민에 미디어적 요소가 있다며 말을 열었다.

“배민도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기에 미디어적 요소가 있다. 언론사들의 콘텐츠와 차별점이라면 콘텐츠를 만드는 배경부터 볼륨을 키우는 과정까지 배민의 이용자들(업체 사장들과 소비자들)의 참여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민에서 ‘신춘문예’ 행사를 하는데 자장면, 탕수육, 파전 같은 음식을 주제로 삼행시를 하는 거다. 참여자도 사용자고 심사위원도 사용자다.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직접 만드니까, 직관적인 콘텐츠가 나오고 SNS에 저절로 공유된다.”


튀는 홍보로 주목을 받은 배민이지만, 그만큼 부정적 이슈도 잇따랐다. 지난해 10월에는 ‘밥값은 1/N’이라는 표어와 함께 남녀가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을 담은 홍보영상으로 “여성은 무조건 밥을 얻어먹고 다닌다는 편견을 보여 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배민이 “잘못을 뉘우친다”고 하자, 이번에는 ‘메갈리아의 민족’이라며, “저 홍보영상과 문구를 여성 비하적이라고 보는 것이 잘못인데, 이에 배민이 사과했다”는 공격까지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배달앱 사업자 불공정 거래 행위’ 관련 설문조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올해 3월에는 “치킨 가격 상승은 배달앱 수수료 때문이다”라는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배민은 논란 당시에 수수료 0%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올 4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배달앱이 공공재”라는 말로 인해 수수료 문제가 주목받았고, 수수료문제가 해당되지 않는 배민에는 광고비 문제가 언급됐다. 배달앱을 사용해 주소유출이 됐다는 한 고객의 불만이 인터넷에 게재돼 곤란을 겪기도 했다. 수많은 논란 중 배민 홍보팀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수수료 문제였다고 한다.

“배민이 생긴 지 7년이 됐는데 그동안 수수료가 계속 문제가 됐고, 결국 2015년에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배민의 커뮤니케이션이 오픈된 만큼, 비판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무서워서 소통의 채널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배민이 스타트업 1위 기업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집중하는 부분도 있다고 느낀다.”

특히 최근 언론에서 부각한 배민의 광고비 문제가 논란이 되자 배민 측은 직접 광고비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배달앱에서 업주들이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과다한 비용을 쓴다고 지적했다. 배민 서비스를 사용하는 업주들 가운데 매우 일부만 상단노출 광고를 사용하고 있고, 그 광고를 사용하는 업주들 역시 ‘1인당 월 13만 원의 비용으로 400 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배민은 논란에 대해 피해가기보다 바로 대응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전 직원이 있는 카톡 외에 리더 그룹이 있는 채널이 있는데 이곳에서 정말 빠르게 의사결정이 진행된다. 물론 대응이 잘 안 된 사례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밥값은 1/N’ 이슈 관련한 논란은 회사에서도 굉장히 난감했다.”

▲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대외협력실장.
▲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대외협력실장.
배민은 사용자의 의견을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또 그 피드백에 즉각 대응하면서 회사를 키워왔다. 칭찬이나 제안의 의견이 쏟아지는 만큼 비난도 쏟아진다. 이현재 실장은 둘 중 하나의 반응만 받을 수는 없다며, 두 반응 모두 받아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일련의 논란들로 인해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이용자들이 있다는 것을 매번 경험했다. 사실 어떤 콘텐츠를 내고 나서 올 피드백을 모두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그나마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사도 마찬가지지 않나. 어떤 기사에 의외의 반응이 튀어나오고, 논란이 되는 식이다.”

이현재 실장은 한 언론에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포털 기업에 재직한 경험도 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을 했고 그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 실장은 언론사나 포털에서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직접 콘텐츠에 반영하는 경우가 적다고 지적했다.

“언론사에서는 ‘송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기사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만큼 소통이 부족했다. 독자의 댓글 등이 많이 달리면 후속 보도를 내는 정도가 최대치였다. 언론사에서 일한 기간은 짧았지만 그런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사용자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이 바로바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배민의 기업문화 덕이다. 평소에도 직원들끼리의 잡담이나 놀이가 종종 이벤트로 발전했다. 지난 7월 화제가 된 ‘치믈리에 시험’이 그 예다. ‘치믈리에’(치킨 감별사) 시험은 국내에 유통되는 치킨들을 구별하는 시험이었다. 이 시험에는 전국에서 500여 명이 참가했고, 배민은 합격한 118명에게 ‘치믈리에 자격증’을 발급했다.

“사실 ‘치믈리에’ 행사는 신입직원이 왔을 때 우리끼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것에서 시작됐다. 우리끼리 하다가 너무 웃기고 재밌어서 외부행사로 만들어 보자고 했다. 우리가 재밌는 것은 밖에서도 재밌게 여기는 것 같다.”


이런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배민의 사무실에는 곳곳에 작업 공간 외 휴식 공간이 배치돼있다. 건물에 모든 층에 휴식공간이 따로 있고, 18층은 아예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잡담이 종종 콘텐츠가 되니, 잡담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각 층 휴식공간에는 음악을 튼다. 음악을 틀어야 소음이 있어서 잡담하기도 편하다. 배민의 회사생활 규칙 중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말이 있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든 아니든 재미있는 아이디어면 콘텐츠에 바로 반영한다.”

▲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18층에 붙어있는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사진=정민경 기자
▲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18층에 붙어있는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사진=정민경 기자
배민은 실제로 이런 기업문화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배민 사무실 앞에 걸려있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SNS상에서 화제였다. 이 원칙에는 ‘휴가나 퇴근 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있다.

“배민에는 분명 ‘자유분방한 스타트업’ 이미지가 있다. 6시가 되면 퇴근해서 맥주 먹을 것 같고, 일 안 하고 놀 것 같고 그런 이미지다. 그렇지만 놀고먹다가 콘텐츠가 나오는 건 절대 아니다. ‘11가지 방법’ 중 첫 번째 원칙이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게 그 방증이다. 자율적이되, 규율 안에서다. 규율과 직급이 존재하는 회사지만, 자율적으로 나온 의견이나 직급이 낮은 직원들의 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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