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 사건’ 1심 재판부가 양형 가중요소를 배제한 채 형량을 선고해 ‘재벌 봐주기’ 선고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긴급 좌담회 ‘이재용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를 열고 “가중요소가 차고 넘치는데 고려를 안했다”면서 “상식 밖의 양형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긴급 좌담회 ‘이재용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를 개최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긴급 좌담회 ‘이재용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를 개최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횡령은 특별양형인자로서의 가중요소로 △범죄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우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등을 두고 있다.

이는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직원 피고인 5인의 혐의로 모두 인정한 사유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를 은폐하기 위해 최순실씨와 허위계약을 맺었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가중요소 중 ‘범죄수익 의도적 은닉’과 ‘범행수법 불량’을 충족한다.

재판부는 또한 이 부회장이 “다른 피고인들에게 승마 지원과 영재센터 지원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요소도 충족한다.

일반양형인자로서의 가중요소도 배제됐다. △범행으로 인한 대가를 약속·수수한 경우 △지배권의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의 목적이 있는 경우 △횡령 범행인 경우 △범행 후 증거은폐 또는 은폐 시도 등이 그것이다. 이 부회장 등은 뇌물을 공여해 대가를 수수했다. 수수한 대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지원이다. 삼성 측 피고인들은 일반 양형인자 가중요소도 대부분 만족한다.

뇌물공여죄도 마찬가지다. 양형기준표를 보면 △청탁 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업무관련성이 높은 경우 등이 가중요소로 적시돼있다. 재판부는 뇌물 죄와 관련된 특별양형인자 란에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며 감경 사유를 기재했다.

김성진 변호사는 횡령의 경우 “가중요소가 7개에 이르고 감경요소가 없었다”며 “가중인자가 많을 경우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5~8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뇌물공여죄의 경우도 같은 이유로 “권고형의 범위는 3~5년”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피고인들에게 작량감경을 한 것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감경사유가 없고 가중요소가 다수 있음에도 선처를 해줬다는 평가다. 김 변호사는 “박상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가 범행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감경사유가 없음에도 이레적으로 작량감경을 통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이들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명시적으로 현안을 청탁한 증거가 없으며 △부정청탁 사안이 총수 일가 이익에만 도움되는게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형량을 감경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은 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각 선고됐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내린 징역 5년은 재판부가 택할 수 있는 처단형 중 최하 형량으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뇌물공여죄 형량은 징역 1개월 이상 5년 이하, 특경법 위반(횡령)은 징역 5년 이상 30년 이하 형량이 주어진다. 재산국외도피의 경우 징역 5년 이상 30년 이하를 규정하고 있다. 범죄수익은닉법위반의 경우 징역 1개월 이상 5년 이하 형, 위증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이 주어진다. 여러 개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에겐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에 2분의 1을 가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에게 주어진 형량 범위는 징역 5년 이상 45년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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