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은 최근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나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노조가 8월24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 것을 두고 “파업을 할 때마다 문화방송의 브랜드 가치는 계단식으로 뚝뚝 떨어졌으며 그때마다 경쟁사들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줬다”면서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다시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장이 나서서 자신의 잘못은 뒷전에 두고 ‘낭만적 파업’이라는 용어로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절박한 ‘공정보도’ 호소를 깔아뭉개고 있다. 파업 때문에 해고돼 장기간 직장을 떠나야 했던 후배들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낭만적 파업’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파업은 낭만이 아니라 처절한 투쟁이자 생활고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MBC 몰락을 재촉했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은 ‘낙하산 그 이상의 낙하산’으로 불리며 불공정보도를 실천했다. 결국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은 그에게 사장직 해임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사장은 해임된 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지방선거 공천을 신청할만큼 정치적인 인사였다. 공영방송을 망칠 요건을 제대로 갖춘 인사를 고르고 고른 결과였다.
그를 선택하는데 앞장 섰던 당시 방문진 이사장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는 훗날 “임명권자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한겨레에 고백했다. 그는 “제대로 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김사장을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시인했다.
더구나 KBS 공영방송에서도 구성원들이 제작거부에 나서며 파국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이사진 역시 현재의 상황에 책임이 있지만 ‘임기’ 운운하고 있다. 공기업 사장의 임기보장이 절대불변의 항구적인 것이 아니다. 경영책임을 묻거나 불법, 탈법이 분명한 경우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정당한 사회적 요구다.
KBS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고대영 사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28일 0시부터 제작 거부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총회에서는 562명 중 238명이 참여해 99.29% 찬성률로 제작 거부를 의결했다. KBS 기자 516명은 제작거부 찬반 투표에 앞서 낸 성명에서 “공영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케 한 책임을 묻고 새로이 거듭날 것을 요구받고 있다”며 “정말 자랑스러운 공영방송 KBS를 만들려는 저희의 손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공영방송사 구성원들의 절박한 호소에 사장들은 거꾸로 자리 지키기에 나서며 오히려 역공을 취하고 있다. 세계속에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06년 31위를 끝으로 매년 하락을 해오다 2014년 54위, 2015년 60위, 2016년 70위로 추락했다.(국경없는 기자회 RSF)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받을 때는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국정원과 검찰의 언론플레이 도구로 전락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를 실감나게 연출했다.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반공영적 보도행태는 고스란히 기록과 영상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진 공영방송사 사장들이 국민을 향해 사과는 못할망정 갑자기 ‘공정방송 투사’나 된 듯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은 왜 방통위가 나서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 혼란과 파국은 중단시켜야 한다. 촛불정신은 ‘적폐를 빠른 시간안에 청산하고 새질서와 새제도를 확립하라’는 명령이다.
범죄자 전두환이 ‘5·18’을 부정하듯이 공영방송사 사장들 역시 불공정보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인내할만큼 인내했고 사회적 비용과 대가를 치를만큼 치뤘다. 방통위의 신속한 결단과 명쾌한 해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