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소속 기자들과 카메라 기자들에 이어 보도국 외 기자 65명도 17일 오전 8시부로 제작 중단에 돌입하기로 했다.

MBC 기자들은 16일 오후 6시30분 기자총회를 개최해 제작 중단에 대한 의견을 모았고 결론은 ‘동참’이었다. 이번에 동참하는 60여 명의 기자들을 포함하면 제작 중단에 참여하고 있는 기자는 200명이 넘는다.

MBC 기자협회는 16일 오후 성명을 통해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와 MBC 경영진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간에게 등급을 매겼다”며 “범죄를 지시하고 실행을 모의한 자들에게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메라 기자를 대상으로 작성된 MBC판 블랙리스트와 파업 참여 인력 배제 지시 정황이 담긴 방문진 속기록을 겨냥한 비판이다. 

실제 2012년 파업에 참여했거나 언론노조 MBC본부에 소속된 기자들은 MBC 내에서 인사 배제 1순위 대상이었다. 8월 기준으로 청와대와 국회 취재를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 16명 중 본부노조 조합원은 한 명도 없다. 검찰과 법원 등 사회1부 법조팀 기자 7명 전원도 본부노조 조합원이 아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런 노골적인 현업 배제는 2013년 5월 김장겸 MBC 사장이 보도국장에 임명된 이후 본격화했다”며 “조합원 1~2명 정도가 간혹 국회 취재나 법조팀 취재에 배치되긴 했지만 김 사장이 보도국장에 취임한 이래 4년여 동안 주요 출입처 취재·리포트에서 조합원을 계속해서 쫓아냈고 90%이상을 3노조 소속 또는 비조합원으로 채워 넣었다”고 주장했다.

▲ 2012년 파업 참여 이후 마이크를 뺏긴 김수진 MBC 기자는 16일 파업 당시 경영진을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다가 한겨레 1면에 실렸던 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12년 파업 참여 이후 마이크를 뺏긴 김수진 MBC 기자는 16일 파업 당시 경영진을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다가 한겨레 1면에 실렸던 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언론노조 MBC본부가 16일 오전 공개한 지난 2월 방문진 속기록을 보면, 권재홍 당시 부사장은 사장 후보 면접에서 “뉴스데스크를 하는 기자들 90%가 비노조원, 경력기자”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팀이 9명인데 검찰팀에 1노조(MBC본부)는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느냐”며 본부노조 소속 기자 배제를 치적인 양 설명했다.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가 현재 비제작부서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수진 기자는 16일 “2012년 파업 참여 이후 보도 부문 부서에서 축출된 뒤 계속 부당 전보를 당해왔다”며 “지금 있는 부서에서도 업무는 주지 않은 채 근태 체크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지난 5년 동안 상시적으로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이런 식의 인사는 엄연한 위법 행위다. 공영방송 MBC 정상화가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가 아닌 이유다. 위법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제작 중단 과정에서 MBC 보도국 보직자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이동애 MBC 보도국 국제부장이 발령되자마자 제작 중단에 동참해 하루 만에 다시 인사가 났고 12일엔 최혁재 취재센터장이 보직에서 사퇴했다. 보도국 밖에선 민운기 콘텐츠제작2부장, 장형원 시사제작3부장, 김형윤 시사제작4부장 등이 보직에서 물러났다. 아래는 MBC 기자협회 16일자 성명 전문.

<MBC 기자협회> 제작-업무 거부를 기자 구성원 전 부문으로 확대 돌입한다

몸통이 드러났다. 저열한 권력으로 공영방송 MBC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뒷배. 언론인의 자존심을 천박한 형태로 다시 짜 맞추려 했던 창백한 그림자. 그들이 무릎 꿇린 손과 발에 의해, 공영방송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시대를 역행했다. 얄팍하고 사적인 이해관계가 전파를 지배했다.

마이크를 빼앗았다. 세월호 가족의 눈물을 외면하라 했다. 촛불 집회는 깎아내리고 극우 집회는 미화했다. 권력의 입장을 덮어놓고 옹호했다. 이 세상이 돈과 힘을 가진 자들의 입맛대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비판하면 쫓아내고 소리치면 닦아냈다. 아이템을 검열하고 양심을 매도했다.

급기야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간에게 등급을 매겼다. 유리와 불리의 낙인으로 편을 가르고 저항과 복종을 선별해 자리를 나눠줬다. 협박하고 징계했다. 누구의 지시였기에 이토록 거리낌이 없었던가. 누구를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 실행의 꼬리를 잘랐던가.

우리는 증언한다. 주범은 바로 방문진이었고 경영진이었다. 고영주와 김장겸이다.

200명이 넘는 기자와 피디가 이미 제작을 거부했다. 그러자 알량한 인사권으로 대체인력 수혈에 나섰다가 거센 저항에 취소하는 코미디를 선보였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똑같은 방식으로 MBC의 DNA를 바꿔놓겠다며 협잡을 저질렀다. 그러나 끝내 시대를 증언했던 우리의 뜨거운 피를 모두 뽑아내진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끓는 피를, 뛰는 심장을 손가락질하며 ‘잔여 인력’이라 했다.

그렇다. 우리가 ‘잔여 인력’이고 ‘유휴 인력’이다. 경인지사에서, 어느 연구소에서, 어느 센터에서, 스케이트장과 드라마 세트에서. 온갖 수모를 주어도 끝내 남아 버틴 것을 가리켜 ‘잔여’라 한다면, 더러운 뉴스에 입을 보태지 않은 것을 ‘유휴’라 한다면 잉여와 도구로 박제당했던 우리는 이제 주저 없이 일어서려 한다.

거부할 제작이 있든 없든, 맡겨진 업무가 있든 없든, 이제 경계는 무의미하다. 그들이 MBC 내 양심 있는 구성원을 농락해온 물증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김장겸 - 고영주 체제 아래서 제작 또는 업무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싸움은 우리 손에서 가속되어야 한다. 추악한 범죄의 목격자이자 그 범죄의 현장에 남겨진 증거물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뻔뻔히 떠벌리던 그 유배지에서 저항의 날을 벼렸다. 야만을 폭로하기 위해 서로를 지켰다.

폭발이 임박했다. 범죄를 지시하고 실행을 모의한 자들에게 정면으로 맞설 것이다. 우리의 움직임은 공명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굴종과 투항이라는 질병은 전염을 멈출 것이다. 오늘의 뜨거운 목소리는 아무리 흩어져도 결코 그 리듬과 진동을 잃지 않을 것이다.

버텨낼 수 있다면 버텨보라. 우리는 모든 위기를 활용할 것이다. 공범자들의 파국은 눈앞에 와 있다. 사회의 공기 공영방송을 극우의 흉기로 만들고자 했던 자들은 여기 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라. 우리는 당신들을 걷어내고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결의하며 요구한다. 

△MBC 기자협회 구성원 65명은 2017년 8월 17일 08시 부로 현재의 제작 거부를 전 부문의 제작 및 업무 거부로 확대해 추가 돌입한다. 

△우리를 파편화시키고 무력화시킨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 김광동, 유의선 이사, 김장겸 사장과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즉각 사퇴하라.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형사 처벌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문진과 경영진의 조직적인 MBC 파괴 공작의 진상 파악과 책임자 해임을 위해 방문진에 대한 사무 검사권을 즉각 가동하라.

△공영방송 MBC 저널리즘의 가치를 말살시킨 보도, 시사부문 보직 간부들은 전원 사퇴하라.

△유배지라 일컫는 상암사옥 내외 유령 부서들을 즉각 해체하고 그 구성원을 본연의 자리로 돌려놓으라.

2017년 8월 16일

* 16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기자들 명단(총 65명)

△논설위원실 – 7명
임태성 김상철 김종화 송기원 이재훈 김현경 유재용

△통일방송연구소 - 2명
임대근 도인태

△NPS 준비센터 - 6명
임정환 유상하 박상권 박찬정 이필희 현영준

△뉴미디어뉴스국 - 14명
이호인 이성주 연보흠 성장경 김효엽 고현승 김주만 왕종명 노재필 박소희 곽승규 남형석 엄기영 고은상

△스포츠국 - 8명
조승원 정규묵 전훈칠 이명진 정진욱 김미희 손장훈 이명노

△상암 내 비제작부서 – 14명
김동섭 김세용 윤도한 홍순관 김원태 송요훈 민병우 최장원 김재용 김희웅 최형문 이세옥 양윤경 엄지인

△비상암 비제작부서 - 13명
정형일 이보경 한정우 전동건 박준우 박광운 안형준 양효경 이재훈 김수진 김병헌 김민욱 이남호

△보도국 - 1명
최혁재

*이미 제작 중단 중인 기자 명단(총 141명)

△시사제작국 - 8명
노경진 박종욱 조의명 공윤선 이지수 박진주 강연섭 송형근

△영상기자회 - 51명
고헌주, 고현준, 구본원, 권혁용, 김경락, 김기덕, 김두영, 김신영, 김신주, 김우철, 김태효, 김해동, 나준영, 박동혁, 박종일, 박주영, 박주일, 박지민, 방종혁, 서두범, 서태경, 서현권, 손재일, 송록필, 심재구, 양동암, 우경민, 유덕진, 이성재, 이세훈, 이종혁, 이주영, 이창순, 이형빈, 임왕석, 장재현, 전광선, 정민환, 정연철, 정용식, 정우영, 정인학, 조수현, 조윤기, 지영록, 최경순, 최호진, 허행진, 현기택, 홍우석, 황상욱

△보도국 - 82명
곽동건 권순표 권희진 김경호 김민혁 김봉근 김성현 김성환 김승환 김장훈 김재경 김정원 김정인 김정호 김종경 김준석 남재현 민경의 민병호 박민주 박범수 박선하 박영회 박장호 박재훈 박주린 박진준 박충희 박태경 배주환 백승우 백승은 서혜연 손 령 손병산 송양환 신정연 신지영 양찬승 양효걸 여홍규 염규현 오해정 윤효정 이기주 이덕영 이동경 이동애 이승용 이정신 이준범 이지선 이지수 이태원 이학수 이해인 임경아 임명찬 임명현 임영서 임상재 임현주 장인수 전동혁 전봉기 전영우 전예지 전종환 정동훈 정시내 정준희 조강진 조국현 조윤정 조재영 조현용 조효정 지영은 최유찬 최 훈 한동수 허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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