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은 물러나라”라고 외치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시작해, MBC 내부 구성원들을 일깨웠던 김민식 MBC 드라마 PD가 오열했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언론, 특히 공영방송을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고 망가뜨려온 공범자들에 대한 추적 액션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의 언론시사회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오는 17일 일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공범자들’은 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 2관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영화를 만든 최승호 감독(뉴스타파)과 김민식 PD,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민식 PD는 “김장겸은 물러나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며 사장 퇴진 투쟁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5년 전인 지난 2012년 얻은 것 없이 접어야했던 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투쟁을 회고하며 말문을 열었고 현재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언급하면서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며 오열했다. 그는 영화 ‘공범자들’을 볼 때마다 ‘내가 과연 저항자였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고백하며 시사회에 참석한 언론사 기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발언 전문이다.

“이 영화의 인물군은 공범자들과 저항자들로 되어 있죠. 저는 최 감독님이 저항자로 해주셨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솔직히 매번 부끄러운 게 뭐냐면 ‘내가 과연 저항자일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공범자 중 한 명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2012년 170일 파업을 하고 마지막에 노조 집행부 안에서 격한 논쟁이 붙었습니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을 접고 올라가자는 쪽과, 해직자들을 버려두고 우리가 돌아갈 수 없다. 계속 싸워야 한다는 쪽. 이용마 기자와 제가 논쟁을 했는데요. 이용마 기자가 조합 집행부 중에서 가장 먼저 해고됐습니다. 왜냐면 이 기자가 강경파였거든요. 그리고 그때 조합 집행부에서 있었던 회의록은 한 번도 외부에 공개는 안됐는데요. 지금 말씀드리자면 제가 그때 온건파, 회군파였습니다. 올라가야 된다라고 제가 강하게 주장을 했고. 

그 이유는 무엇이냐면 저는 제가 예능피디 10년, 드라마피디 10년을 살면서 노조 집행부에 부위원장으로 들어갈 때 예능, 드라마PD 조합원들을 대변하는 역할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무한도전 6개월 결방됐습니다. 드라마도 계속. 예능, 드라마PD들이 저에게 와서 계속 한 얘기는 결방이 더 길어지면 예능과 드라마 경쟁력은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들이었죠. 이용마 기자하고 저하고 집행부 회의할 때 많이 싸웠습니다. 용마는 계속 싸우자는 주의였고 저는 돌아가야 한다, 여기서 접고 올라가야한다고 했었구요. 제가 다시 싸우게 된 이유는 (울먹 왜 그러죠 진짜)

이용마 기자가 아프다고 전화왔을 때 용마는 지난 5년간 보도국 기자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를 봐왔거든요. 저는 돌아가서 드라마국에서 야외연출 B팀 피디로 일하면서 드라마 현장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했구요. 이 기자는 어제 나온 그 블랙리스트(MBC 영상취재기자 성향분석표와 인물평가) 같은 그런 상황을 봐온 거죠. 170일 파업 때 이용마 기자가 늘 얘기한 건 이대로 싸우고 올라가면 조합원들이 당한다는 거였죠. 이대로 우리가 김재철 전 사장을 끝까지 치우지 못하고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올라가면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온다는 거였고. 그 피해를 이 기자는 5년 동안 봐온 거죠. 그 과정에서 그 친구는 속이 썩어갔고(복막암) 저는 그냥 잘 살았습니다. 그 안에서 드라마 연출하면서 잘 살았습니다. 정말로... 정말 부끄럽습니다. 

저는 영화 보면서 내가 과연 저항자일까? 용마 아프다는 얘기 듣고 제가 너무 미안해 가지구요 그때 내가 올라가자고 하지 말고, 그냥 용마 말대로 계속 싸웠으면 이렇게까지 회사가 이렇게까지 우리가 망가질 수 있었을까?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합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정말로 죄 값는 심정으로 (김장겸은 물러가라 페이스북 라이브)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어떤 상황이 될 줄은 몰랐구요. 개인적으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김연국 위원장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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