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원자력 공학과 교수 및 이공대 교수 417명이 문재인 정부 탈핵·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을 때 끝까지 동참하지 않은 원자력 공학 관련 교수가 이들의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현직 원자력공학과 교수 가운데 탈원전 반대 주장을 편 교수들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학자는 박근혜 정부가 고리1호기에 대해 2015년 6월 2차 수명연장을 하지 않은 채 영구중지 결정을 했을 때 이들 학자들과 한수원 노조 등이 침묵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에는 침묵했다가 새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중단 공론화 논의조차 반대하고 들고 일어선 것은 학자로서 명분과 일관성이 없는 집단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였으며 동일본 대지진은 원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우리 원전의 격납건물 두께가 두꺼워 안전하다는 원자력공학자들과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학자는 반박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라며 “스리마일,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인재와 설계 결함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격납건물 두께와 관련해서도 “관통하는 수십여개의 배관 중 하나만 손상돼도 원자로 냉각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또한 원자로 바깥의 건물에 있는 기반시설(비상냉각탱크)은 외기에 노출돼 있고, 두께도 매우 얇다”고 반박했다.

미디어오늘은 새 정부의 탈핵‧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두차례 성명을 낸 원자력 관련 학과 등 이공대 교수 417명의 명단에 이름을 넣지 않은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원자력공학부 교수를 지난 21일, 24일 국제전화로 인터뷰했다. 현재 박 교수는 프랑스 학회에 출장중이다.

박 교수는 “원자력 관련 교수들의 지난달 1차 반대 성명 때와 이번 2차 (7월5일) 반대 성명 때 모두 나는 서명하지 않았다”며 “원전이 아닌 다른 많은 사회적 이슈들에는 한 번도 의견을 낸 적도 없는 교수들이 자신 이익과 관련된 분야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어서 안했다”고  두차례 탈원전 반대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시켰을 때 원자력 계에서 성명을 낼 이유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안했다”며 집단행동의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6월12일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경제성‧수용성‧해체산업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국수력원자력에 영구정지를 권고했다. 한수원도 당시 이사회에서 2차 수명연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원자력공학부 교수. 사진=본인제공
▲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원자력공학부 교수. 사진=본인제공

이를 두고 박종운 교수는 “러시아는 체르노빌 원전폭발 후인 1989년 크림반도에 원전을 짓고 있다가 활성단층이 발견되자 짓던 원전을 중단시켰다”며 “그곳은 사람이 거의 안 사는 지역인데도 그렇게 결정했는데, 우리는 활성단층이 확실시 되는 지역이 경주와 양산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어떻게 10개나 몰아짓는다는 것이냐. 그 주변에 400만 명이 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고리 5, 6호기 반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원전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한 번도 안하고 묵살하다가 새 정부에서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에는 합의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안맞다”며 “그런 논리대로라면 고리 1호기의 경우 10년 더 수명연장을 더 할 수도 있었는데, 접겠다고 결정했을 때 한수원과 노조, 원자력계 교수들은 왜 가만히 있었는가. 당시에도 ‘전기판매금’ 수 조원이 손실된다, 불법이다라는 말조차도 못하다 왜 지금 이러느냐”고 반문했다. 스위스의 경우 원전 지을 때부터 수명연장 여부까지 모두 다 국민투표 했다. 탈원전만 투표한 것 아니라고도 박 교수는 전했다.

박 교수는 원자력 공학자들의 성명 내용에 대해서도 “탈원전 반대성명의 논리에 ‘제왕적 조치, 전문가 배제’ 등 현 정부를 공격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었다”며 “원자력 전문가만 전문가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명의 내용이 ‘원전의 안전성 등이 과장된 면이 있다면 수정하고, 앞으로 에너지 전환에 원전이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인력들이 불안해하니 이에 고려해달라’고 건의하는 정도이기를 원했으나 투쟁적이고 전투적으로 써왔다며 “단체행동을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한 “원자력 학계 교수들의 의견이 이렇게 같을 수가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 이유는 동문으로 엮여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동문으로 엮여있다. 서울대, 한양대, 경희대 출신이 선배와 후배 제자로 묶여있다. (마피아를 넘어) 한가족, 즉 패밀리”라며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한 정보가 시민단체나 국민들에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이들에게 친화력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기들끼리만 해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들의 성명이 학계와 정부-원자력업계의 이해관계에 의한 것도 주된 이유일 것이라는 의심이 들어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수원의 대형 용역비) 지원을 받아온 점이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원전하자’고 한 것 아니냐는 편향성에 대한 의심이 있을 수 있다”며 “반발하는 논리도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국내 원전이 지진에도 끄덕없고, 항공기가 부딪혀도 견뎌낸다는 원자력공학자와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서도 과학적 반박을 폈다.

▲ 지난 6월12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1호기(왼쪽 돔-19일 영구중지). 오른쪽 돔은 고리2호기. ⓒ 연합뉴스
▲ 지난 6월12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1호기(왼쪽 돔-19일 영구중지). 오른쪽 돔은 고리2호기. ⓒ 연합뉴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자 3면 머리기사 ‘原電공포 몰고온 ‘판도라’… 억지설정 장면 한국原電선 가능성 ‘0’’에서 영화 ‘판도라’에 나오는 내용을 물고 늘어졌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이 아닌 쓰나미 때문에 발생했고, 지금까지 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난 적이 없다는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주장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당시 9.0 규모의 지진도 발생했지만 지진 자체는 원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정말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9.0의 동일본대지진은 무관한 것인가, 지진으로부터 한국의 원전은 안전한가. 이런 주장은 타당한가. 후쿠시마 원전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고 봐야지 지진은 전혀 무관한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해저에) 지진이 났기 때문에 쓰나미가 발생했다. 1차 원인은 지진이다. 주변이 어떻게 됐는가를 봐야 한다. 지진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주변이 초토화됐다. 송전탑이 붕괴되고, 도로가 무너졌다. 원전에 대한 지원 시설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지진 후 파괴된 송전시설이 전기공급을 불가능하게 했다. 외부의 전원을 못쓰니 냉각시켜야 하는데 이를 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원전 내부의 비상디젤발전기를 가동해야 하는데, 곧바로 이어진 쓰나미에 의해 물에 잠겨서 외부 전원도 내부 전원도 공급을 못했다. 따라서 원자로를 식혀줄 냉각수 공급을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원전의 파괴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악조건과 설계결함의 복합적인 것이다.”

박 교수는 “후쿠시마 이전에도 체르노빌, 스리마일 사고, 윈드스케일 원자로 용융사고 등 6건 정도의 원전사고가 있었다”며 “이들도 설계 결함이나 운전원의 실수, 정비 불량, 매뉴얼 숙지불량, 전원상실에 의한 사고이며, 후쿠시마도 단지 지진이냐 쓰나미냐에 원인을 갖다 붙이는 것은 초점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태에서 쓰나미 높이만큼 방벽을 높였으니 안심하라는 것은 땜질에 불과하다고 박 교수는 반박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인이 지진과 전혀 무관하다고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지진 발생 이후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련 어느 부분에 손상이 났는지는 정확한 정보가 안나온다”며 “일본 원자력계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딘가 얇은 배관이나 주변의 배관, 냉각수 출입 배관 등 여러 배관이 많이 있는데, 어디에 손상을 입었는지 전혀 나오는 정보가 없다”면서 “다만 전원상실과 냉각실패로 이어지는 과정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경주대지진 이후 국내 활성단층 존재 여부와 원전과의 관련성에 대해 박 교수는 가능성이 낮다고 하기 보다는 원인을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원자력 공학이나 기계공학을 하는 교수들은 지진 전문성이 없고, 나 역시 지진 전문가는 아니다”라면서도 “과거 활성단층은 아킬레스건인데도 그동안 원전 건설과 관련해 ‘활성단층에 가깝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4~5년 전만 해도 (지진과 관련해) 원전에 대해 말하는 것이 거의 묻혔다. 언론도 책임이 있다”며 “과거시절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이라는 것은 원전을 아파트 짓듯이 생각했다. 그러니 울진과 고리 지역에 원전을 10개씩이나 과밀하게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활성단층의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그런 의심이 되는 지역에 원전을 몰아짓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규모에 대해 명확히 확증할 수 없을 때엔 활성단층 가능성이 낮다고 하기 보다는 원인을 없애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한 지역에다 몰아짓고, 주민들 역시 돈 받으면 찬성, 없으면 반대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원전부지 결정에 갈등이 생겨왔다”고 말했다.

그는 “활성단층의 증거가 나오면 이를 받아들이고 여기의 원전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연구결과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 허가 자체를 막았어야 했다. 못했으니 그것을 문재인 정부에서 대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7월5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이공대 교수 417명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탈핵정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 지난 7월5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이공대 교수 417명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탈핵정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일본 원전과 달리 우리 원전의 격납건물의 두께가 1.2m의 철근콘크리트 외벽 포함 5중 방호벽 체계라 안전하다는 원자력 공학자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박 교수는 “본질은 놓치는 주장”이라며 “두께가 얼마냐, 지진 규모가 얼마냐만 따지는데, 원자로가 들어있는 건물(격납건물) 바깥의 많은 기반시설에 손상을 입는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된 건물과 충돌하면 연료에 화재가 발생한다. 원자로를 보조하는 시설이 잘못돼서 망가지면 후쿠시마처럼 발전할 수 있다. 어디에나 아킬레스건이 있다. 비상냉각탱크는 원자로 바깥에 있다. 항공기가 비상 냉각수 탱크를 부수면 냉각수가 사라진다. 원전사고가 시작되는 것이다. 격납건물을 통과하는 배관이 수십여개 되는데 하나라도 손상을 입히면 큰 사고가 난다. 아무리 매뉴얼을 잘 만들어도 이를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지면 매뉴얼 대로 해도 안된다. 후쿠시마가 마지막이 될 수 있겠느냐. 확률적으로도 50년동안 6회차례나 발생했다.”

전력수급 정책에 대해서도 원자력 공학자들이나 한수원이 나서서 할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박종운 교수는 “모든 전력수급계획은 국가가 수립하는데 원자력계가 왜 난리를 피우는지 의문”이라며 “원자력 학계와 한수원은 전기료 인상이나 블랙아웃을 말할 전문성이 없다. 오히려 (이 문제에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료 인상에 대해 박 교수는 “(나 역시 전문성이 없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2030년까지 원전 10%가 줄어들고 재생에너지 20%가 늘어나고, 석탄을 우선 가스로 바꾼다고 하면 이는 세계적 추세에 가까우므로 무리가 아니다”라며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1년에 1.5%씩 늘어나고, 이 에너지가 아무리 비싸도 2020년이면 그나마 인상폭이 꺾일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를 과장해서 오를 것이라고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전이 값싼 에너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원전에너지의 비용이 대단히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발전소를 폐로할 때의 비용,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 방사능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선, 폐로 비용의 경우 해외사례만 보면 조 단위”라며 “우리는 고리 1호기가 5000억 원 수준이라고 했다가 지금 나오는 얘기는 8000억 원이라는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 최근 독일 북동부 작은 원전을 폐로하는데 3조원이 들어간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의 경우 박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내의) 물(저장수조) 속에 넣어뒀다가 다 차면 공기중에 저장하고, 추후 나중에 영구처분장을 설치한다는데, 이 비용이야말로 상상할 수조차 없다”며 “결국 이 돈은 누가 내느냐. 다 우리가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른 원자력 학자와 달리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것이 정부나 원자력업계로부터 용역과제 선정에서 배제돼 있는 이유탓은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박종운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박 교수는 “제가 한수원으로부터 용역지원을 받지 않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선정하는) 정부 과제를 해왔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과제도 받아왔다”며 “한수원에서 안 받은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연구과제가 없어서 이랬다(이들을 비판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오히려 연구과제 받으면서도 당당히 원전 정책과 위험도에 대해 솔직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이 같은 원전의 문제점에 대한 시각을 갖게 된 이유는 다른 교수와 달리 한수원에 근무했던 현장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전력부터 한국수력원자력까지 13년 동안을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 대해 잘 안다”며 “원전 내의 실물들도 녹슨 것, 고장난 것, 특히 안전 기준에 미달했던 것들을 실제 많이 봐 왔다. 그래서 다른 교수들과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6년전 사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원자로 건물 외부 모습. 지난 2월27일 촬영. 원자로 건물 외부는 사고 당시처럼 벽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있고 지붕 쪽에서는 수소 폭발로 무너져 내린 지붕이 자갈 더미가 돼 남아 있다. ⓒ 연합뉴스
▲ 6년전 사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원자로 건물 외부 모습. 지난 2월27일 촬영. 원자로 건물 외부는 사고 당시처럼 벽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있고 지붕 쪽에서는 수소 폭발로 무너져 내린 지붕이 자갈 더미가 돼 남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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