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캐비닛문건’ 수사 방향과 이에 관여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입장 표명에 눈길이 쏠렸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검찰 내 ‘우병우 라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관련 자료를 보고 엄정히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이어갔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청와대가 공개한 캐비닛 문건에 대해 검찰이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는 질의도 이어졌다. 최근 삼성 지원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성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뇌물죄 적용 검토 등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문건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고 진행되는 재판에도 중요하게 쓰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쓰러진 상황을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으로 청와대가 파악했고, 이를 기회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금산분리와 규제완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이 내용을 가지고 9월에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독대했고 승마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제공 등이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박 의원은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경위에 불법성이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번 발견된 기록물은 퇴임 전 이관도 되지 않았으므로 (공개되지 않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이라고 할 수 없고 비밀 표시가 없으므로 비밀기록물이 아닌 일반기록물”이라며 “대통령 기록물 중 일반 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내용에 따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 전 수석도 뇌물죄 공범으로 수사 및 기소돼야 한다고 본다”며 “우병우 라인이 검찰에 아직 살아있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부분(캐비닛 문건 내용)이 철저히 수사 및 기소가 되지 않으면 우병우 라인이 살아있고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무일 총장은 “(지적한 내용을) 업무에서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엄단 조치를 주문했다. 백 의원은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 받으며 팔짱끼고 있던 사진을 봤냐”고 문 후보자에게 질의했다. 문 후보자는 “그 사진을 보고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고 답했다. 문 후보자는 우병우 전 수석이 청와대 문건 관련 지시를 했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자료를 보고 면밀히 검토해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문 후보자는 그러나 ‘우병우 사단’이 검찰 내부에 존재하느냐는 질문에는 “명칭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어떤 걸 의미하는 것인지, 인사상 특혜가 있다는 것인지 등 정확한 내용은 알기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차 “청와대에 줄 대고 청와대의 의중을 한발짝 먼저 알아야 한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사건 망친 검사들이며, 그 댓가로 동기들 중 가장 선호하는 보직을 독차지하고 승진할 때는 제일 앞자리에 있는 검사들이 정치검사요, 우병우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명칭이 의미하는 바는 저희가 추측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사람을 논하기는 (곤란하다)”는 취지의 답변만 내놓았다.

반면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실에서 발견됐다는 캐비닛 문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주 의원은 “그 자리는 안 아무개 인턴직 여직원이 썼고 지난해 12월에 퇴직하고 청와대 민정실 매뉴얼에 따라 신분증과 출입증, 해당 캐비닛 책상서랍 열쇠 다 반납한 것”이라며 “선임자가 책상 서랍과 문제의 캐비닛 속에 대통령 기록물로 분리될 서류가 있는지 다 확인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관련 직원들은 청와대 근무를 마지막으로 하고 나갈 때 모두 캐비닛을 비우고 나갔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안 아무개라는 직원이 자리를 비운 후 5월30일 경 다른 여성 인턴직원이 해당 자리에 앉았고, 이 직원도 6월30일을 마지막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주 의원은 “국정기획비서관과 정책조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1361건이 1층 정무비서관 여직원 캐비닛에 있냐”며 “춘추관에 있는 백 여명의 기자들도 문건 발견에 따른 이야기를 믿는 언론이 없다고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청문회에서 문무일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표명한 검찰개혁 의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연내 실천하겠다고 밝힌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문무일 후보자는 “공수처와 관련된 찬반 의견이 있고 여러 방안들이 있는데 입장을 서둘러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경찰에 수사권을 일부 나누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달리 문 후보자는 “다양한 의견이 있으므로 더욱 논의해봐야 한다”는 답변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관련된 입장과 후보자의 개혁 입장이 다른 것 같다”며 “후보자도 입장을 정해 검찰조직과 소통하고 국회하고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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