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세 논의에 착수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20일 증세 필요성을 건의했고 청와대는 바로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에 “달콤한 복지의 꿈이라는 함정에 빠져”(동아일보)에 섣부르게 증세결정을 내렸다며 “과속질주”(중앙일보)라고 비판했다. 보수언론은 증세 외에도 최저임금의 상승에도 “과격한 인상안”이라며 “정부의 강압적 분위기”(조선일보)라고 썼다.

다음은 21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증세 논의 첫발”
국민일보 “당청, 법인세 인상·부자 증세 공론화”
동아일보 “5대그룹-고소득 6680명 겨눈 증세”
서울신문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 드라이브”
세계일보 “줄잇는 朴정부 문건…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
조선일보 “민주당이 깃발 든 부자 증세론”
중앙일보 “문 정부 부자 증세 카드 꺼냈다”
한겨레 “박근혜 청와대 문건 속 이념전…보수논객 육성에 SNS·포털 통제 지시”
한국일보 “검찰 힘 뺀다더니 적폐 수사 떠안기는 청와대”

문재인 정부가 증세 논의를 시작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세입 부분과 관련해 아무리 비과세·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 과세구간을 하나 더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확대를 주장한 것이다.

▲ 21일 경향신문 1면.
▲ 21일 경향신문 1면.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과세안은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렇게 법인세를 개편하면 2조9300억원 세수효과가 있고 이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 자영업자 재정 지원, 4차 산업혁명 기초기술 지원 등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돼 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이른바 ‘부자 증세’에 따라 올 파장 등을 고려해 증세 타깃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로 좁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도 바로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추 대표 발언을 전한 뒤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 정부(당정)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장관도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한 만큼 증세 필요성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조금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21일 중앙일보 1면.
▲ 21일 중앙일보 1면.
빠르게 진행되는 증세논의에 언론은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1면기사에서 이를 두고 “19일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발표 이후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번지자 재빨리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증세논의에 일제히 ‘부자 증세’우려하는 보수언론

보수언론은 증세논의에 대해 일제히 ‘부자 증세’이며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기사 제목을 ‘민주당이 깃발 든 부자증세론’이라고 뽑고 “증세는 국민의 세금 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인기 없는 정책으로 통한다. 박근혜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급증하는 복지 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증세를 추진했다가 조세 저항에 직면했다”고 국민의 저항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말을 인용하여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전 세계적인 감세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 21일 조선일보 1면.
▲ 21일 조선일보 1면.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증세론은) 지나치게 즉흥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전략보고서인 ‘비전2030’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달콤한 복지의 함정에 빠져 재원대책에서 우왕좌왕하며 재정적자만 키운다면 정권 후반에 때늦은 후회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증세에 대한 사설에서 “초우량기업과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삼아 세금을 더 걷자는 여당의 제안과 함께 좀 더 다양한 증세방안이 토론되기를 바란다”고만 썼다.

하지만 또 다른 사설에서는 결국 증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일보는 사설 ‘문재인 정부의 과속질주를 경계한다’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탈(脫)원전 △최저임금 인상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 등을 열거하며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생략되고 지나치게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며 “2009년 5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던 일본 민주당이 3년 만에 정권을 내놓고 오늘날까지 지리멸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역시 무리한 복지를 추구하다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추진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 21일 중앙일보 사설면.
▲ 21일 중앙일보 사설면.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 박근혜 정권 특정이념 부추겼다

청와대가 20일 삼성물산 합병 의결에 대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을 추가 공개했다.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된 이러한 청와대 문건은 504건에 달한다. 해당 기록물은 ‘일반 기록물’로 분류되며 공개됐다.

세계일보는 이를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라고 표현했다. 세계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1 국정목표를 ‘적폐청산’으로 잡은 데 이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의 적극적인 공개는 사정 정국 기류와 무관치 않다”라며 “검찰은 당장 청와대 문건 수사팀 인력을 보강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사실상 ‘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라고 썼다.

청와대는 20일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 관련 문건 제목을 공개했다. 문건은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 등이다. 국정농단 재판의 핵심인 박 전 대통령과 삼성 간 ‘거래’ 의혹이 부각될 수 있는 문건들이다.

▲ 21일 한겨레 2면.
▲ 21일 한겨레 2면.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 특정 이념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건들이 다수 발견됐다.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카카오톡 ‘#검색’ 기능 관련, 좌편향적인 자동연관 검색어 개선 주문’, ‘중앙정부·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검색까지 정부가 관리한 것은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대변인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 계획 관련 논란 검토’ 문건 등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할 목적으로 보이는 문건도 발견됐다. 이 문건에는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문건 공개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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