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평균 14억 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경기도 ‘교통방송’ 예산이 불투명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기도청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도가 지정한 교통방송 ‘주 방송매체’인 경기방송 측에 교통방송 총 예산 153억 원 중 127억8500여 만 원(83.5%)을 협찬료로 지급했다. 2017년 책정된 예산 15억7700만 원을 더하면 한 해 평균 13여 억 원, 매 달 1억 원 이상의 세금이 한 방송사에 지원된 사업이다.

▲ '2009년 경기방송 교통(방송)사업 내부 안(대외비)' 문건.
▲ '2009년 경기방송 교통(방송)사업 내부 안(대외비)' 문건.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경기방송 내부 대외비 문건 및 실무자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경기방송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교통방송 예산 중 매년 수 억 원을 이윤으로 책정했다. 2008년 작성된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2008년엔 최소 4억5천 만원을, 2008년 말과 2009년 10월 경 작성된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2009년엔 5억 5천 여 만원을 이윤으로 책정했다.

당시 예산지출 실무를 담당했던 A씨는 “이마저도 과소 책정된 금액”이라며 “10억 원 정도가 협찬된 2010년의 경우 내부에선 6억2500만 원 정도를 이익금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2009년 11월5일 경기도와의 협약 과정에서 작성된 ‘2010년 교통방송 운영 예산 보고(최종안)’에 실린 실소요비 내역을 보면 인건비는 경기도에 애초 보고한 금액의 40% 수준인 2억7천만 원, 방송시설비 및 기타 비용은 33% 수준인 1억 380만 원으로 계산했다. 당시 교통방송 사업에 관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는 “2011년 이후에도 예산 지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정했다.

경기도 측에 전달된 예산 계획이 허술했지만 도 측에선 별다른 감독을 하지 않았다. 실소요비 3백만 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실 CCTV 전용선 사용료가 9천만원~1억2천 만원 수준으로 과다 책정돼 있는가 하면, ‘홈페이지 구축비’도 해마다 2500만 원으로 잡혔다. 교통방송에 따른 추가 인력도 경기도 측엔 38명으로 전달했지만 실제로는 2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3억6천 만 원이 책정된 ‘휴대폰 코덱 장비’, 3억 원이 책정된 상황실 개선비용도 절반 가량이 이윤으로 남은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교통방송 사업을 담당했던 경기방송 전 직원 B씨는 “경기방송은 개국부터 매시 57분에 교통상황을 전달하거나 출퇴근 시간엔 교통리포터, 경찰공무원, 택시통신원을 연결해 이미 교통방송을 하고 있었다”면서 “새롭게 추가된것은 ‘27분 교통정보’와 주말 교통정보 등인데도 경기방송은 예산 소요 비용을 수배 이상 부풀려 금액을 청구한 것”이라 지적했다.

▲ 한국방송광고공사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집계한 라디오 청취율. 자료:추혜선 의원실
▲ 한국방송광고공사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집계한 라디오 청취율. 자료:추혜선 의원실

‘예산 몰아주기’ 정황도 있다. 교통방송은 사업 특성상 공개입찰이 어렵다는 판단에 도청과 방송사 간 직접 협약을 맺는 식으로 운영됐다. 주당 교통방송 송출 분량이 가장 많은 경기방송은 타방송사의 10배가 넘는 협찬금을 받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이 경기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총 협찬금 예산 18억 원 중 경기방송엔 87%인 15억7700만 원, 서울교통방송(tbs)엔 6%인 1억950만원, 경인방송엔 5.4%인 9780만 원이 배정됐다. 이같은 비율은 2008년부터 10여 년간 유지됐다.

경기도 내 경기방송 라디오 청취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 추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청은 경기방송이 2009년부터 청취율이 2%대로 하위권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매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방송 경기지역 청취율은 2009년 6월 1.8%, 2010년 9월 2.0%, 2011년 5월 1.8%, 2013년 6월 1.8% 수준이다. tbs는 3~5%대, CBS는 9~12% 대의 청취율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오늘 질의 결과 경기도 측은 교통방송 협찬금에 대한 세부 예·결산 감사를 최근 10년 동안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광고 및 전파사용에 대한 협찬사업이므로 지자체에게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예산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책정한 광고단가를 적용해 산정해왔다”면서 “도는 약속된 일정과 내용대로 교통정보가 송출되는지를 감독하고 보고받지 방송사가 협찬금을 어떻게 쓰는지까지 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 경기도 교통과가 작성한 '2016 라디오 방송매체를 활용한 교통정보 제공계획' 문건 중 교통방송 예산 내역. (자료:추혜선 의원실)
▲ 경기도 교통과가 작성한 '2016 라디오 방송매체를 활용한 교통정보 제공계획' 문건 중 교통방송 예산 내역. (자료:추혜선 의원실)

사업타당성 검토 등의 심사도 지난 10년 간 실무진 차원에서만 이뤄졌다. 타당성 검토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청취율, 단가, 지역 인지도, 교통정보 제공의 필요성 등 실무자들이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하고 있다”면서 “사업 효과, 타당성 등을 분석한 검토 보고서 같은 것은 작성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유병욱 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활동가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집행부에서 아무 감시를 하지 않고 받는 쪽에서도 책임지는 과정이 없다면 그야말로 ‘눈 먼 돈’이 되는 것”이라며 “행정이라는 건 1원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게 돼 있다. 법리적 차원을 넘어 시민의 입장에서 이렇게 세금을 쓰는 것이 과연 납득 가능한거냐를 봐야 한다. 도의회에서 움직여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도의원은 “이런 식으로 특정 기업에만 예산이 쏠리는 것은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면서 “공익사업이든 뭐든 예산이 나가는 사업이라면 도청에게 검사할 의무가 있다. 애초 목적대로 공익성에 부합하는지, 방송사는 광고 수입이란 게 있는데 굳이 행정에서 돈을 지원할 만큼 재정여력이 부족한 건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경기방송 입장을 듣기 위해 대표이사, 본부장 및 경영지원국장에게 수차례 문자·전화로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매해 10억 원 넘기는 ‘전파 협찬금’, 산출 근거 보니…

경기방송이 교통방송 사업으로 2017년 지원받는 금액은 상·하반기 각 7억8850만 원으로 총 15억7700만 원이다. 어떻게 산출된 금액일까. 공식은 ‘방송시간(분)×시간대별 단가(원)×가청권(%)×공공성(%)’이다.

방송시간은 주당 420분이다. 한 해 52주를 곱하면 연간 2만1840분이 나온다. 단가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책정한 광고단가표를 따른다. 2017년 기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 오후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의 단가인 A급 단가는 20초 당 6만7000원, 1분 당 20만1000원이다. B급 단가는 20초 당 4만 원, 분 당 12만 원이다. 계산하면 대략 한 해 40억8657만6000원이 집계된다.

경기방송과 도청은 여기에 가청권 85%, 공공성 45%를 적용했다. 가청권 비율은 경기방송 주파수가 양호하게 전달되는 지역이 경기도 면적의 85%를 차지해 적용한 값이다. 공공성 45%는 교통방송 사업의 공익성을 감안해 경기방송이 전체금액의 55%는 부담하겠다는 취지다. ‘방송시간×단가’ 합계에 두 기준을 적용하면 협찬료는 대략 15억6311만5320원이 산정된다.

이 기준은 교통방송이 시작할 무렵부터 적용됐다. 2007년엔 1분 당 A급 단가료 14만4000원을 일괄 적용해 산정된 36억 원에 공공성 50%를 곱해 18억 원을 산정했다. 2008년부터는 1분 단가 14만4000원에 공익성 45%, 가청권역 79%를 적용해왔다.

사업추진 당시 실무를 맡았던 A씨는 이와 관련해 “교통방송 사업 내용으로 예산을 지불하는 것에는 의회를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단가로 경기방송의 출퇴근 주말 시간대를 구매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해 결국 경기도에서도 의회 예결위에 손쉬운 보고용으로 시간당 전파료를 채택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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