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허욱 전 CBSi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계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허 전 사장은 기독교방송 CBS에서의 오랜 경력과 미디어 업계 전문성을 겸비한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CBS 최장기 파업 당시 사측의 편에 서는 등 언론계에서 신망을 받거나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는 지난 20일까지 방통위원 공모를 진행해 22일 공모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면접 등 심사를 마친 후 허욱 전 사장을 방통위원 추천 후보로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사장은 CBS 보도국 기자 출신으로 경제부·기획조정실 등을 거쳤다. 이후 CBS 자회사인 CBSi와 CBS노컷뉴스 초대 사장을 지냈다. CBS 퇴사 후엔 인터넷매체 업코리아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현재 엑스퍼트컨설팅 가치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 과천 정부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이치열 기자.
▲ 과천 정부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이치열 기자.
허 전 사장의 방통위원 내정을 두고 CBS 내부에서도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24일 SNS를 통해 “허 내정자는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약해도 방송계 선·후배들에겐 일찍부터 주목받은 인물”이라며 “서강대에서 공중파TV 지대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고 경희대에서 인사조직 전공으로 박사수료 등 개혁 과제를 앞둔 방통위에 꼭 필요한 인재가 맞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1999년 CBS노동조합이 임금체불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을 때 허 전 사장은 당시 전임 노조 사무국장 출신이면서도 기획조정실 차장급 직원으로 있으면서 파업한 동료들과 대립했다는 증언도 있다.

CBS 기자들 사이에선 “허 전 사장의 방통위원 자격으로 15년 이상 경력 상당 부분이 CBS일 텐데 동료들에게 신망을 받거나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CBS 퇴사 후 언론운동을 하거나 언론계 원로로 활동한 것도 아닌데 추천 이유를 알 수 없다”, “보수매체 업코리아 편집국장 경력도 의문이다” 등 비판이 나온다.

원로 언론계에서도 80해직언론인협의회와 새언론포럼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현재 민주당 내에서 신임 방통위원으로 전 CBS 기자 출신의 허욱씨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을 감출 수 없다”며 “허씨는 CBS의 10개월 파업 당시 파업에 참가한 대다수 동료 조합원들에게 등을 돌리고 경영진에 붙어 지탄을 받았던 경력의 소유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허씨가 방송통신에 대한 전문성과 개혁성, 도덕성 등 어느 기준으로 방통위원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지 배경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인선 배경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우리는 국민의당 등 다른 정당과 마찬가지로 당내 실세들의 입김으로 자기 사람 심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인사가 아닌지 하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 전 사장이 CBS 파업 때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기조실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노조를 탄압하는 주도적인 역할은 하진 않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CBS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때 파업을 이끌던 그룹에선 허 전 사장을 거의 배신자로 매도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당시 그는 기조실 하급 직원으로 실질적으로 노조에 불이익을 주는 결정을 할 위치가 아니었다”며 “당시 사장을 보좌하던 상무가 노조와 강하게 대립하며 일어난 일의 책임을 허 전 사장에게까지 묻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허 내정자에 대한 추천안을 의결한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이, 2명은 야당(한국당·국민의당)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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