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입 웹툰 작가들의 수입은 대기업 초봉 수준이다.”(김풍 작가, 6월1일 JTBC ‘잡스’에 출연해서)
“초보 수준의 그림임에도 잘 팔리는 웹툰이 많다. 인기를 끄는 웹툰 작가의 월수입은 최고 7000~8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김남국, 책 ‘제로시대’, 2016)

웹툰 플랫폼 28개에서 4600여개의 웹툰이 연재되고, 한국인의 3명 중 1명이 하루 2편 이상 웹툰을 보는 시대(‘한국웹툰산업현황 및 실태조사, 2015). 웹툰작가에 대한 환상도 크다. ‘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그림 그리면서 돈도 많이 번다’는 식의 허황된 인식이 떠돌기도 한다.

▲ 1일 JTBC '잡스'에 출연한 주호민 작가와 김풍 작가.
▲ 1일 JTBC '잡스'에 출연한 주호민 작가와 김풍 작가.
그러나 실제 웹툰작가들의 환경은 열악하다. 김풍 작가는 JTBC ‘잡스’에서의 발언이 논란이 된 후 스마트폰 방송국 비틈TV 웹예능 ‘김풍 주호민의 풍기문란’에서 “만화가 지망생들이 우리를 보고 헛된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되게 잘 풀린 케이스다. 먹고 자고 그리고, 먹고 자고 그리는 것이 만화가의 삶이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웹툰작가들의 수입도 세간의 소문들처럼 많지도 않거니와, 저작권 문제 등 2차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난 13일 서울시 공정경제과가 발표한 ‘문화예술불공정실태조사’에 따르면 만화‧웹툰작가의 월 평균 수입은 198만원(남성 평균 222만원, 여성 평균 166만원)이었으며,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는 월평균 167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출처: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공정경제과.
▲ 사진출처: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공정경제과.
웹툰작가의 평균 연봉을 보면 크게 열악한 처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웹툰 작가의 빈익빈 부익부는 뚜렷하다. 웹툰 작가 총 1419명(2015년 기준)의 연간 고료는 536억3800만원, 웹툰 작가들의 총수익은 1004억 1600만원으로 추산된다. 신인 웹툰 작가는 포털 사이트에서는 매월 120만~200만원, 중급 280만~320만원 A급 작가는 500만~600만원의 고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 또한 정식 연재를 하려면 800대 1정도의 경쟁을 뚫은 다음의 이야기다.

업계 작가들은 △매절계약(저작물 이용에 따른 대가를 발행부수 또는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 지불하는 형태) △구두계약 △창작 활동정보의 부당이용 △저작권 침해 △과도한 수정 요구 △ 계약서 사후 제공 △경쟁적 환경에서의 노동환경 악화를 업계의 문제점으로 꼽는다. 서울시 조사에서 불공정 계약조건을 강요당한 적이 있는 만화‧웹툰작가들이 36.5%로, 부당한 수익배분을 당한 적 있는 이들이 33%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피해금액은 766만원이었다. 작가들이 밝힌 구체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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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A씨는 매절계약을 맺고 총 4개의 작품을 연재했는데, 4번째 작품은 월 1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정작 작가가 받은 돈은 400만원이었다. 이에 A씨가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자, 중개업자는 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구두계약으로 손해를 본 웹툰작가 B씨는 웹툰 에이전시에서부터 구두계약을 한 것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들었다. 그런데 그 이후 그 금액조차 예정일의 5개월이 지나도록 지급받지 못했고, 계약 담당자는 연락두절이 됐다.

저작권 침해도 예삿일이다. 웹툰작가 C씨는 만화작가 그룹에 합류해 캐릭터, 시놉시스, 스토리 등을 창작했으나 대표작가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만화작가 그룹은 C씨의 동의없이 캐릭터와 스토리를 활용해 웹툰을 연재했다.

기존의 포털 사이트 위주의 웹툰 플랫폼보다 더 나은 처우를 약속한 신생 플랫폼도 계약 문제에 있어 작가와 조정과 합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신생플랫폼인 레진코믹스는 작가의 수익에 직결되는 계약서 조항을 변경하면서 작가들에게 사전 설명이나 공지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런 문제는 웹툰작가들이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와 같이 개개인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웹툰작가 D씨는 미디어오늘에 “가장 큰 문제는 업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표준계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작가와 검토 후 조정과 합의가 이루어져야하는데 그 자체가 원천봉쇄 된 점”이라며 “지각비나 컷수 제한, 월급 하한선 등 전혀 손댈 수 없는 상세부분을 아예 묶어버리고 웹툰 하나하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작가 공통이라고 하는 게 이미 공정계약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D씨는 웹툰 플랫폼이 많아지며 웹툰 작가들의 노동강도가 경쟁적으로 강해지는 문제도 강조했다. D작가는 “노동 강도 부분에서는 (최소) 컷 수 제한과 같은 룰이 금년 들어 생기기 시작했고, 실제 연재를 개시하면서도 분량을 요구하기 시작한 상태”라면서 “편집, 교정, 섬네일 디자인까지 작가가 도맡아 해야 하는데 1인이 버텨낼 노동 강도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전했다. D씨는 “부득이하게 어시스턴트를 쓰더라도 당연히 어시스턴트에게도 충분한 임금이 지급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라며 “나의 경우 주어진 마감에서 작품작업시간은 하루정도 빼놓고 생각해야하니 압박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재 플랫폼에 원고를 지각하면 ‘지각 패널티’가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D씨는 “지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지각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왜 일어나는지도 봐야한다”하며 “선고료가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가 가능한 작가는 거장작가들 뿐이고, 일반 작가들은 사전작업이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실수, 겁먹은, 무서움, 걱정하는, 직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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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에 대한 불공정 관행과 처우는 계약과 수익배분에 그치지 않고 인권침해로도 나타났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 중 21%가 인권무시를 당했고 15%가 사적인 업무지시를 겪었으며 9.5%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저명한 작가의 어시스턴트 등을 할 당시 성희롱 사례가 많았다. 한 어시스턴트는 40대 남성 웹툰작가의 어시스턴트를 할 적에 실수를 할 때마다 허벅지나 엉덩이를 맞았다고 한다. 매로 때릴때도 있지만 손으로 직접 때릴 때도 있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어시스턴트는 한 웹툰작가와 함께 차로 이동하는 중 산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저 산으로 끌고가서 널 어떻게 할까?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웹툰작가 E씨는 미디어오늘에 “만화 업계에 도제식 방식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 인권침해나 성희롱들이 많이 일어난다”며 “최근에는 만화협회 등에서 정도가 심한 작가를 제명하고 처벌하는 등 제재가 있었으나 가해자가 ‘이 판에 발 못들이게 한다’는 식의 협박을 하기도 하고, 유명작가가 아니면 이런일을 당해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웹콘텐츠 빅뱅', 김택환, 2015
만화와 문화정치와 산업, 한창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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