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경기방송에 입사한 신입직원 7명은 지난 4월 전원 회사를 떠났다. 7여 년 만에 뽑은 공채 출신들이었다. 퇴사 시점은 각기 달랐으나 퇴사 경위는 대동소이했다.

경기방송은 2015년 8월10일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수습기자 3명, 경력기자 4명 등 총 7명을 신입직원으로 뽑았다. 수습기자로 뽑혔던 한 퇴사자는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용공고의 ‘최종선발’란에는 “3개월 간 인턴기간 거친 후 2명 채용, 수습기간 6개월”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들은 이 말을 ‘3개월만 인턴으로 평가기간을 거친 후 남은 3개월 동안 수습생활을 거치면 정규직으로 고용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세 수습기자는 입사 직후부터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함께 지내며 혹독한 평가기간을 견뎠다. 당시 생활은 2~3시간 취침과 격무·무한경쟁으로 점철됐다.

이들의 8월17일 근무일지를 보면 새벽 5시에 기상한 A씨는 오전 6시경 인근 ○○지구대를 방문 취재, 오전 7시까지 회사에 들어간 뒤 10시경 회사를 나와 외근을 시작했다. A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인근 지구대, 파출소 등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사건사고 동향을 파악하면서 1시간 마다 사수에게 보고를 올렸다. 오후 4시에 다시 회사로 복귀해 오후 6시까지 내근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8시경부터 야근을 시작했다. 오후 9시 지정 경찰서 번호로 사수에게 보고해야 했기에 오후 8시 이전부터 각자 경찰서로 출근했고 새벽 2시경까지 지구대·파출소 방문과 수시보고를 지속했다. 새벽 3시경 잠에 들면 두어시간 취침 뒤 새벽 5시 전후로 기상했다.

임금은 ‘월 123만원’ 최저임금이었다. 주 1회 휴일이 있었지만 갑작스런 지시, 보고로 쉬지 못할 때도 많았다. 수습기자 A, B, C씨는 이 생활을 ‘잘 버텨 보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C씨는 3개월 후인 11월 중순 더 이상의 연장계약 없이 근로계약 종료로 퇴사하였다. 남은 이들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으나 채용 공고에 미리 고지된 사항이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 사진=경기방송 홈페이지 캡쳐
▲ 사진=경기방송 홈페이지 캡쳐
퇴사자 대부분은 평가 기간을 ‘서바이벌’ 같았다고 말했다. 3개월이면 끝난 줄 알았던 평가기간은 회사의 일방적 통보로 3개월 더 연장됐다. 경기방송은 이들에게 “역대 신입 중 가장 역량이 떨어져 평가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문제는 경기방송이 경력기자들도 일방적으로 평가 대상으로 지정한 점이다. 회사는 남은 경력기자 2명과 수습기자 2명을 다같이 경쟁에 붙였다. D씨는 “분명히 경력기자로 들어왔는데 수습기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3개월 수습기간을 거쳤고 3개월 후에는 수습과 똑같이 경쟁을 시켰다”며 “이런 내용은 채용공고에도 없었고 회사가 입사 시에 제대로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퇴사자들은 당시 ‘남은 4명 중 2명만 뽑을 것’이라는 경고를 수차례 들었다.

경력기자 4명의 경우 3개월 사이에 2명이 나갔다. 한 명은 격무를 견디지 못해 중도 퇴사했고 한 명은 ‘프리랜서’로 전환됐다. 경기방송은 3개월 후 E씨에게 프리랜서 용역 계약서를 내밀었다. E씨의 입장에서는 여기에 서명하지 않으면 퇴사하는 상황이었기에 E씨는 이후 6개월 여 간 프리랜서 기자로 일했다. 이같은 내용은 채용공고에도 적혀있지 않았고 입사 당시에도 공지된 바가 없었다.

6개월 후 이들의 손에 쥐어진 고용계약서는 ‘1년 기간제 계약서’였다. 채용공고에는 ‘정규직 고용’이란 기재도 없었지만 ‘기간제 고용’이란 조건도 없었다. 당시 남은 이들은 “지원서 쓸 때나 면접 볼 때나 당연히 정규직인 줄 알았다”며 “입사 시에도 ‘너네 정규직으로 뽑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 당시 경영지원팀장은 신입 기자들에게 ‘우리는 원래 관행적으로 이렇게 (계약직 고용) 해왔다’, ‘선배들도 다 한 것으로 통과의례라고 생각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1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고용이 될 수 있을까. 이들의 물음에 당시 계약서를 작성한 이 팀장은 ‘무기계약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원래 2년 일해야 무기계약직이 되는데 너네는 1년6개월 만에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 어떻게 보면 더 좋은 조건”이라고도 말했다.

이들은 계약기간 동안 ‘군말없이’ 일했다. B씨는 “1년 동안 시키는 건 다 했다”고까지 표현했다. A씨도 “1년 지나고 나서 재계약을 할 텐데 평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면서 “무기계약이라 해도 1년 뒤에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면 회사는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명의 연봉은 다 달랐다. A씨는 2990만원, B씨는 2800여만원, D씨는 2000여만원 이하였다. 두 명이 한달에 세후 200만원 가량을 받을 동안 D씨는 150만원을 채 넘지 않는 월급을 받았다. A, B씨의 기본급은 110여만원이었고 D씨의 기본급은 80여만원이었다. 여기에 시간외수당, 중식수당, 자가운전비 등이 추가로 나왔다. 7년 전 공채로 들어온 기자는 초봉이 3800만원 선이었다.

D씨는 열악한 처우와 고용 불안정을 이유로 1년이 되기 전 중도퇴사했다. B씨도 마찬가지 이유로 2017년 2월9일 계약 만료 시점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 A씨는 ‘무기계약직’ 고용을 기대하면서 계약체결을 기다렸으나 사측은 “노조와의 임단협이 진행 중이니 끝나고 하자”는 이유로 4월 초까지 계약 체결을 미뤘다. ‘무고용 상태’로 2개월 간 일했던 그는 2017년 4월13일 퇴사 의사를 밝히고 회사를 나왔다.

“고용 불안정을 볼모로 잡고 신입직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경기방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모두 기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과정들”이라고 반박했다.

‘왜 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느냐’는 지적에 경기방송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같은 말로 썼다. 경기방송은 성과급, 각종 수당, 복지혜택 등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이나 차별없이 동등하다”면서 “당시 ‘무기계약직’을 언급한 사실은 있으나 이 말을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 생각해 10개월 전부터 이 말을 없애버렸다”고 반박했다.

경력기자에게 수습기자와 똑같은 처우를 강제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경력 채용 후 이들에게 ‘경력 인정을 못하겠다’며 ‘수습기간을 거칠 것이냐, 말 것이냐’고 직접 물어보고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지원팀, 회사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말해왔고 충분히 대화할 수 있었는데 퇴사하고 나서 부당하다도 말하니 답답하다”면서 “(1년 계약 체결 시) 계약서를 상세히 읽어보고 충분히 생각하라고 말했고 1년 후 정규직 전환되니 열심히 하라고도 했다. 그들이 싸인을 한 것”이라 말했다.

[ 기사 수정 : 2019년 3월11일 오전 10시2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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