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촛불 혁명을 거쳐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파면되고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우리 사회 정치·사회·사법 분야 적폐청산 개혁을 비롯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문재인 정부 공약 실천의 첫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3년 후인 2020년까지 달성하려면 매년 15%가까이 올려야 가능하다. 지난 5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높아봐야 8.1%에 그쳤던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 내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은 정부가 아닌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서 결정돼야 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입안돼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김민수 위원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저임금 금액 인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일을 해도 가난해지는 워킹푸어 문제를 정책 수단과 기업들의 고용관행 개선 등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법정소득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 사상 최초의 청년 위원으로, 현재 노동자 측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측과 협상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측에서는 대체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인상 1만원 달성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임금 지급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고 경제에도 악영향이 돌아온다는 논리다.

그러나 노동자위원 측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국민들이 소득을 통해 생계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용자측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은 다른 정책 수단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과 ‘민중의 꿈’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국민발안운동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종오의원실, 민중의소리
▲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과 ‘민중의 꿈’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국민발안운동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종오의원실, 민중의소리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기준은 가구생계비여야 한다”며 “현재 2~3인의 한 달 가구 생계비는 250~300만원 정도 수준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더라도 한 달 가구 생계비는 200만원에 그친다. 동시에 자영업자들과 중소영세 하청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서 병행 추진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위원장은 단순히 사용자 측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넘어, 실제로도 온 국민이 고루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를 갖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현실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특히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예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개혁과 고용보험 개혁 등의 수단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체감임금이 적은 이유로 일부 기업들의 고질적인 임금 체불도 꼽히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고용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국민들의 실질적인 임금 보장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이다.

김민수 위원장은 “실업상태를 경험한 100명 중 실업급여 혜택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10~15%에 불과하다”며 “고용보험 가입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수혜율이 낮으면 제도 설계 자체가 취약해진다. 실업이 만연해진만큼 실업의 문제를 개인에게 돌릴 수 없다. 실업 상태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수혜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제도 설계를 통해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소상공인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모두 삶의 질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국가적 과제가 된 것은 일해도 가난해진다는 (국민들의) 고통에 반응한 정부가 여태껏 없었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으로 상징되는, 어떻게든 소득을 안정화하고 삶의 질을 보장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대중적인 요구가 강력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요구와 실현 과정이) 소상공인으로 대표되는 이들을 포함해 한국사회 전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공감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워킹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으로 접근할 때 좀 더 포괄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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