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자사 기자들 사이의 말다툼과 몸싸움에서 빚어진 기자 사망 사고에 대해 24일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한겨레는 이날 조간 4면에 실린 사과문을 통해 “한겨레신문사 구성원 사이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힌 뒤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문화스포츠에디터석 공연 담당인 손준현 기자(53)는 지난 21일 오후 공연 취재를 마친 뒤 편집국의 안아무개 기자와 술자리를 함께 했다. 

▲ 한겨레 24일자 4면.
▲ 한겨레 24일자 4면.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안 기자의 폭력적 행위로 손 기자가 옆 테이블 의자에 가슴을 부딪혀 큰 부상을 당했고,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와 수술을 받았으나 22일 오후 숨을 거뒀다. 이후 안 기자는 폭행치사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한겨레는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고 손준현 기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헤아릴 수 없는 죄송한 마음과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아울러 한겨레신문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겨레는 “이런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하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울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안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은 보강 조사를 더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사인은 부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 24일자
▲ 한겨레 24일자
한겨레는 24일 지면에서 “손준현 ‘한겨레’ 문화부 기자 하늘로”라는 부고 기사를 통해 고인의 소식을 전했다. 1994년 한겨레에 입사한 손 기자는 편집부 기자, 선임편집기자, 편집담당부국장, 에디터부문장 등을 지낸 뒤 사회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을 출입했다.

한겨레는 “2014년부터는 문화부에서 공연 분야를 맡아 발빠른 취재와 빛나는 기획으로 독보적인 기사를 써왔다”며 “특히 지난해엔 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보도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파헤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보도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겨레는 손 기자가 21일 작성해 마지막으로 송고한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리뷰 기사도 실었다. 한겨레는 이 기사 말미에 “22일 유명을 달리한 손준현 기자가 21일 작성해 마지막으로 송고한 기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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