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주자들이 모인 3차 TV토론회가 지난 23일 열렸다. 주제는 외교안보 현안과 정치개혁 현안이었으나, 주요 일간지들은 3차 토론회에서 주제와 관련된 대신 네거티브 공방만 이어졌다며 비판했다.

홍준표 후보 향해 “사퇴론” 봇물

토론 초반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후보 사퇴”요구를 쏟아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신의 첫 발언에서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홍 후보하고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이미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인데 더욱이 강간 미수 공범이다. 인권의 문제고 국가 지도자의 품격 문제고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이에 대해 “정말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자신을 향해 사퇴하라고 말하자 “제가 사퇴하는 것이 안 후보에게 많이 도움이 되는 모양”이라고 응수했다.

▲ 경향신문 2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2면 기사 갈무리.
외교안보 이슈 토론, 색깔론 공방으로

유승민·홍준표 후보는 이날 문재인 후보를 향해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측 의견을 물어 기권을 결정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주장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문 후보가 말을 바꿨다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에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대선 길목에서 구태의연한 색깔론은 실망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승민 후보는 “뭐가 진실인지 알자는 것인데 그게 왜 ‘색깔론’인가”라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후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후보는 논란에 가세하며 “(남북 문제는) 정무적 판단을 중심에 두는 게 당연하다”며 당시 정부 기권 결정을 두둔하며 “북한이 없었으면 보수는 어떻게 선거했나. 전형적인 안보장사”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북핵 문제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데 북핵은 그 이전 정부가 70억불을 북한에 줘서 핵이 되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후보는 “지금 중요한 것은 당시 결정이 잘 된 것인지의 여부다. 정치권이 이를 공방으로 끌고가서 이전 투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서도 “모호한 태도가 자꾸만 정쟁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안철수 후보는 사드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았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지난해 7월) 사드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왜 반대인지 조목모목 밝히면서 저와 민주당이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그 이후에 후보가 독단적으로 사드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그 이후에 북한 5차 핵실험이 있었고, 사드는 배치 수순을 밟아가는 등 여러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맞받았다.

심상정 후보는 안 후보가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발언과 관련해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합참의장의 언어다.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적 논란이 시대착오적인 것인데 거기에 안 후보가 편승할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저는 분명히 (북한은) 적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는 “새정치의 결론이 색깔론이냐. 색깔론으로 평생 피해보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시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라고 받아쳤고 안철수 후보는 “그거야말로 역색깔론이다. 저는 그것을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접근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검찰개혁·국정원 개혁 후보들 입장은

정작 후보들은 국민들이 가장 시급하게 꼽는 ‘검찰 개혁’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유승민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가 큰 틀에서 동의한 것이고, 공수처 신설은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뜻을 같이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각 후보가 주장하는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는 세부 권한 분배나 수사 범위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며 “이런 세부 실현방안에 대한 논의와 공방이 전혀 없다 보니, 유권자들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각 후보자 간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짚었다.

청와대 개혁방향에 대한 큰 그림은 각 후보들이 유사했다. 문재인 후보는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홍준표 후보는 청와대가 장차관까지만 인사하는 ‘작은 청와대’를 내걸었다. 유승민 후보는 청와대를 대폭 줄이겠다며 “수석비서관을 없애고 장관들과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매주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고 특수활동비 200억원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북핵 위기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에 대해 토론은 실종된 채 감정적인 충돌과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외교안보·정치가 토론 주제였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한 번 밖에 거론되지 않았을 정도로 과거사에 관한 네거티브 공방만 확대재생산했다는 평가”라고 짚었다.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3차 토론회 대선 후보들 어땠나

이날 3차 TV토론회에 대해 중앙일보 LIVE 팩트체크단은 유승민 후보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상대를 공격할 때 예리한 질문을 던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견을 피력하는 데도 능숙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후보도 무난하게 A 점수를 받았다. 2007년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논란 등 공세가 집중되는 속에서도 무난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는 평가다. 안철수 후보와의 일대일 토론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답을 했다’며 추가 답변을 안하는 모습은 다소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토론이 이어질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자신의 부인이나 딸 관련 의혹에 대해 네거티브라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정견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다. “실망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 것 역시 오히려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후보는 시각물을 준비하는 등 토론회 준비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였으나 ‘돼지 흥분제’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홍 후보가 어떤 주장을 하려 하면 후보 자격 논란을 꺼내들고 사퇴를 촉구했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 병역 문제 등 유권자가 관심 가질 사안을 소속 정당과 후보의 정체성에 맞게 차별화한 점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토론회의 경우 지난 2차 토론회 때 문재인 후보를 집중 견제하던 구도에서 벗어나 서로 대상을 바꿔가며 공격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질문형 공격’을 거듭 던졌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일명 ‘네거티브 문건’과 자신을 향한 비판을 거론하며 “제가 ‘갑철수’ 입니까 안철수 입니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본인이 해명해라. 저를 반대하기 위해 정치하느냐”고 반박했고 홍준표 후보는 “초등학생 감정싸움같다”며 둘 모두를 비판했다.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 사이에도 격론이 오갔다. 심 후보는 유 후보에게 “답답하다.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시는 분인데..”라며 비판했고 유승민 후보는 “심 후보같이 말하는 것은 문 후보 입장과 다를게 없다”고 반격했다.

유승민 후보가 ‘박지원 상왕론’을 꺼내들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초대 평양대사’발언에 대해 묻자 안 후보는 “그만 좀 괴롭혀라. 실망이다. 다 내려놓은 사람에게 왜그러냐”고 말했다.

문재인 측 맞공개, 北 인권안 진실공방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이 23일 3차 대선후보 TV토론회를 앞두고, 2007년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 전인 11월16일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기권을 이미 결정했다는 내용이라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 입장을 사전에 문의했다는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놓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 동아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3면 기사 갈무리.
문 후보 대변인인 김경수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 11월16일 노 대통령 주재 안보정책조정회의 발언자료 발췌본과 11월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 외교안보 간담회 배석자의 기록 등을 공개했다.

김경수 의원은 2007년 11월16일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자격으로 회의에 배석했는데, 김 의원의 메모에 따르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우리가 부담이 되더라도 모험이 안 되게 갑시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양보를 해라”라며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논란을 정리했다. 18일 회의에 배석했던 박선원 다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의 또 다른 기록에 따르면 백종천 안보실장이 “11월15일 조정회의에서 이견이 갈려서 16일 VIP께 보고드렸으나, 의견이 갈려서 기권으로 VIP께서 정리”라고 말했다.

김경수 의원은 이에 대해 “11월16일 노 대통령은 결의안 기권을 결정했고 18일 회의에서 16일 노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했다”며 “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 여부를 결정했다는 주장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반면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11월15,16,18일에 걸쳐 세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11월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채널을 통해 전달된 북한의 반응을 보고 최종적으로 ‘기권’ 결정을 내렸다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남북 경로로 (북한 반응을) 확인해보자’고 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23일 김 의원이 공개한 메모와 달리 송 전 장관은, 18일 회의에서 “(찬성에 따른) 북측 반발에 대해 우려하지 말라”며 “유엔 남북대표부 간 막바지 접촉에서 북측을 설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고, 문 후보가 그렇게 하기로 결론내렸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문 후보 측이 공개한 메모에 따르면 문 후보는 “양해, 기권한다는 것이 정무적으로 큰 부담”이라며 “연말까지 북에 지원하는데 (국내에서)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면 그런 비판을 피할 수도 있음”이라고 나온다. 이 메모에 따르면 문 후보가 결의안에 찬성했다는 주장이 된다.

다만 송 전 장관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진실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메시지(결의안 찬성에 강하게 반대하는 내용)가 서울을 통해 싱가포르로 전달됐고 그때 기권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 입장을 정하는 논의가 표결 직전인 11월20일까지도 계속 됐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안철수 부부 ‘1+1’ 채용 의혹 짙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서울대 1+1 채용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새로운 진술이 나왔다며 한겨레가 보도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에 따르면 ‘일반 채용 자격도 못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는데도 김미경 교수에 대한 특별채용이 강행됐으며, ‘김 교수 특별채용과 정년 보장이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이뤄진 배경에 안 후보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겨레가 만난 2011년 김미경 교수 특별 채용 과정에 참여했던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김 교수의) 업적도 그렇고 채용이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을 (의과대학 쪽에) 전달했다”며 “‘수우미양가’ 점수로 따져 대개는 평균 ‘우’ 이상이 돼야 하는데, 김미경 교수의 서류를 검토해보고 ‘미’, ‘양’ 정도라고 의견을 냈다. 이 정도 수준의 서류가 왜 올라왔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특별채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증언이다.

이어 한겨레와 만난, 당시 ‘정년보장교원임용심사위원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또 다른 교수는 “한 교수가 심사위에서 ‘(김 교수를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로 채용하는 것이) 안철수 교수가 요구한 것이냐’고 대놓고 묻자, 당시 학교 입장을 설명한 교무처장이 ‘남녀가 사랑하는데 누가 먼저 고백하는게 뭐가 중요하냐’고 답했다”며 “안 교수의 요구가 아니면, ‘아니다’라고 명확히 부인하면 되는데 어물쩍 넘어가는 걸 보고 ‘안 교수의 요구가 있었구나’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특별채용 기준에 문제가 될 여지는 없다”고 답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추진단장 역시 “김미경 교수가 연구원으로 있었던 미 스탠퍼드대 로스쿨은 생명과학에 대한 법 정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이 경력만으로도 서울의대 생명공학 정책 분야의 교수로 임용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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