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6년 참여정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친문 지지자와 박사모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문재인은 지지자에 의해 세상을 바꿀 수단으로 선택되었을 뿐,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보스로 모시지 않는다.” 조기숙은 문재인 지지자들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명명하며 “역사의 진보란 이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라 강조했다. 최근 언론계에 논란을 일으킨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프레임의 발화점인 조기숙의 주장을 신간 ‘왕따의 정치학’을 통해 짚어봤다.

조기숙의 한경오 프레임 밑바탕에는 조중동과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우리나라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정부에 대한 신뢰보다 높은 나라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 싸웠다. 대통령이 언론을 비판하면 사람들이 보도 내용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양쪽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학교에서 언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니까 대통령이 몸을 던져 언론과 싸웠다. … 지금처럼 수많은 시민이 깨어난 데에는 수십 년 앞을 내다본 노 대통령의 전투가 큰 역할을 했다.”

▲ 온라인에 떠도는 한경오 혐오 이미지.
▲ 온라인에 떠도는 한경오 혐오 이미지.
이 밑바탕 속에 참여정부 당시 진보언론의 비판보도에 대한 실망감이 발화된다. 조기숙은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데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소위 진보언론도 하나가 되었다”며 “한겨레와 경향은 2004년 총선이 끝난 후부터 비판적으로 변했고 임기 말에는 이 대열에 오마이뉴스까지 동참했다. 지금은 대상이 노무현에서 문재인으로 바뀌었을 뿐 조중동, 한경오가 하나 되는 기조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진보언론이 참여정부 실패론과 친노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여기에 덧붙여 조기숙은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참여정부 실패론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조기숙은 “조동문이 노무현을 왜곡하기 위해 프레임을 짜면, 얼마 안 가 좌파 언론이 그대로 받아 보도하면서 진실이 되어버린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조선일보가 만든 친노·비노·반노라는 분열 프레임을 진보언론이 지금까지 사용한다는 식이다. 그는 올해 초 경향신문 1월3일자 ‘문재인 위한 개헌 저지 보고서 비문계 등 20명 관련자 문책’이란 제목의 기사가 동아일보의 프레임을 역시 따라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독 한 사람에 대해서만은 보수와 진보가 하나가 되어 왜곡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바로 노무현”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진보언론을 가리켜 △우리 편에게 더 가혹한 이중 잣대를 들이 대고 △돈과 시간부족으로 보수언론 프레임을 따라가며 △운동권 주류 엘리트주의로 비주류를 무시하거나 자격지심이 있으며 △광고주 눈치를 보느라 친노·친문에 가혹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2012년 진보언론은 새누리당엔 관심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대놓고 문재인만 비판하는 대안 없는 칼럼이 다수 눈에 들어왔다”고 주장했으며 “오마이뉴스에선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행동이 노골적으로 보인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문국현을 띄웠고 조국을 띄웠고 안철수도 열심히 띄웠다”고 주장했다.

▲ '왕따의 정치학'. 위즈덤하우스.
▲ '왕따의 정치학'. 위즈덤하우스.
조기숙은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단을 한 데에는 좌파 언론의 사설이나 칼럼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친노·친문 왕따를 완성하는 이들은 진보언론이다. 여기서 진보언론은 구좌파로, 노무현은 신좌파로 대조된다. 그는 “노무현은 공공성을 추구하며 세계화와 시장경제의 장점을 포기하지 않았다. 좌파언론은 노무현만큼 진보적이지 않았다. 좌파 언론이 20세기 경제적 평등이라는 구좌파 이념을 추구한다면 노무현은 21세기 진보라 할 수 있는 탈물질주의 이념을 추구했다. 탈물질주의의 요체는 탈권위주의이며, 이들을 유럽에서는 신좌파라 부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기숙은 탈권위의 상징이 나꼼수였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논리 구조에 따라 나꼼수에서 분화된 문재인 지지 성향 정치 팟캐스트가 진보언론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한 “언론과 반反문 의원들이 진정 무서워하는 건 문재인을 지지하는 당원이다. 이들이 민주당에 있는 한 어떤 선거에 나가든 쉽지 않다는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어 그들이 문재인 지지자를 강성이라 비난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은 영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친문 지지자들은 고립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쳐야만 하는 사명을 갖게 된다.

▲ 온라인에 떠도는 한경오 혐오 이미지.
▲ 온라인에 떠도는 한경오 혐오 이미지.
조기숙은 “진보언론이 분열을 키워 민주당 집권에 방해가 되었다”며 “킹메이커를 하려면 조선일보처럼 제대로 하라”며 과격한 주장을 펼친다. 책의 곳곳에는 한겨레·경향신문과 관련한 조기숙 본인의 일화도 등장하는데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왜곡 보도했다는 식의 불편했던 경험들이었다. 조기숙은 “나에 대한 한겨레 왜곡기사가 나오게 된 이유는 권력의 사유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조기숙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일베와 친노가 똑같다”(허지웅)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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