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식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언론사의 익명 댓글창이 사라졌다.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때문인데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을 받은 상황에서 선거기간만 예외라는 점이 모순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 초 관할 언론에 공문을 보내 “공직선거법 82조의5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 대화방 등에 실명확인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적극 이행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2015년 공직선거법상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5:4로 합헌 결정을 받으면서 언론사가 댓글창을 운영하는 경우 ‘본인 확인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소수의 언론사들은 현재까지 ‘본인 확인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선거 기간에도 본인 확인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채 익명 댓글을 유지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따라서 익명 댓글을 유지해온 언론들은 익명 댓글란을 임시폐쇄하는 방법으로 본인 확인 시스템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비마이너는 지난 14일 익명댓글 임시폐쇄를 안내하며 “현행 공직선거법 82조에 의거한 인터넷 선거실명제에 반대한다”면서 “이는 독자와의 자유롭고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여론을 형성해야 할 인터넷 언론의 사명을 거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역시 항의 차원에서 17일 익명 댓글란을 임시 폐쇄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직썰도 조만간 익명댓글란을 임시로 닫을 계획이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총선 때 선관위에서 찾아왔는데,  물어보니 대부분의 매체가 댓글을 닫거나 본인확인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했다”면서 “선거기간이 공론장의 기능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반민주적인 규제”라고 비판했다.

정 편집장은 “독자들에게 댓글 하나 쓰는데 핸드폰 인증 등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요구하는 것 자체가 민폐”라고 지적했다.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게시판 실명인증이 골자인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취지인데 선거기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신훈민 진보네트워크센터 변호사는 “선관위에서도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가 실효성이 없다며 폐지 의견을 냈고, 사회적 논의가 마무리 된 상황에서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5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진태·김도읍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익명 댓글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며 반발해 법안에서 인터넷 실명제 관련 조항은 빠진 채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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